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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 범행동기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친아들이 친아빠의 존재를 모른 채로 살길 바란 듯하다.

ⓒ뉴스1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범행동기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고유정이 친아들을 현 남편의 호적에 올리고, 친아들이 친아빠의 존재를 모른 채로 살길 바랐던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고유정의 ‘계획’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일주일 전인 5월18일, 제주에서 친아들과 도내 한 놀이방을 찾았다. 당시 고유정은 놀이방 방문기록에 아들 이름을 전 남편의 강모씨(36)의 성씨가 아닌 현 남편의 성씨인 H로 기록했다. 아들의 친아빠가 강씨가 아니라 현 남편 H씨인 것처럼 행동한 것이다.

실제 고유정은 현 남편 H씨와 재혼 후 친아들과 의붓아들을 청주에서 함께 키우기로 했다. 부부는 두 아들 모두 청주 어린이집에 등록까지 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유정은 친아들을 제주에서 데려오기를 미뤘고 지난 3월 의붓아들이 의문사했다. 이런 행동으로 미뤄보아 고유정은 친아들을 현 남편 호적에 올려 아들의 머릿속에서 전 남편의 흔적을 지우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전 남편의 아이를 현 남편의 호적에 등록하려면 전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소송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얻으려 노력하는 등 아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강씨는 이같은 계획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지난달 9일 법원이 면접교섭을 결정한 뒤 아들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고유정 입장에서 법원의 결정은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이었다. 고유정은 이즈음부터 범행을 계획했다.

전문가 입장

ⓒ뉴스1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고유정의 이같은 행동은 굉장히 중요한 범행 동기”라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전 남편 강씨에게 뺏길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또 만약 고유정이 현 남편의 아들을 죽였다면, 그 빈자리를 전남편의 아이로 채우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유정이 생각하는 가족은 현 남편과, 자신과 전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 그리고 자신 이렇게 3인이어야 완벽하다고 마음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 남편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현 남편의 성씨를 썼다는 것은 전 남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핵심은 전 남편과의 갈등과 분노, 증오심 등의 감정이 바탕에 있다는 것으로 단적인 범행동기”라고 봤다.

반론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정이 어찌 됐든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자신이 키우기로 한 고유정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걸 범행동기와 연관시키는 과도한 해석은 지양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고유정이 상당히 현실적이고 외부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범행 전후의 정신세계가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라며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불안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경찰에게서 고유정 사건을 넘겨받은 제주지검은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4명으로 수사팀을 꾸려 보강수사를 할 계획이다. 검찰은 경찰이 가정사 문제로 결론내린 범행동기와 범행수법 등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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