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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U-20 월드컵 2위를 기록했다

남자 축구 최고 기록이다

 

약 20일 동안 축구 팬들에게 환희의 날들을 선사했던 정정용호의 행보가 마무리됐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석패, 트로피를 손에 넣지는 못했으나 분명 아름다운 도전이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이 16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1-3으로 패했다. 선제골을 뽑으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이후 3골을 내리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이미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쓴 대표팀은 내친걸음 우승까지 노렸으나 마지막 점을 찍지 못했다.

조별리그 D조 1위(2승1무)로 토너먼트에 진출한 우크라이나는 4강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꺾을 때까지 6경기에서 5승1무 10골3실점이라는 흠 잡을 데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던 팀이다. 패배는 없었고 공수 밸런스도 이상적이었다. 특히 먼저 골을 넣으면 콜롬비아도 이탈리아도 답을 내지 못했다.

선제골을 먹으면 괴로운 팀이었는데, 시작부터 그 부담을 내려놓았다. 2분 만에 김세윤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박스 안으로 들어가다 넘어진 게 발단이다. 처음에는 휘슬이 울리지 않았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것을 이강인이 왼발로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한국이 리드를 안고 경기를 시작하게 됐다.

두 팀 모두 전혀 예상치 못했을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후 경기는 살짝 떠 있는 듯한, 서로 조금은 어수선한 상태에서 플레이가 진행됐다. 플레이가 정교하지 않았고 패스의 정확도가 조금씩 떨어졌다.

우크라이나는, 가뜩이나 실점 자체가 적은데 하필 결승전에서 먼저 일격을 얻어맞았으니 조바심에 허둥거리는 느낌이 있었다. 한국도 들떠 있었다. 아무래도 다소 흥분지수가 높아진 탓인지 한국도 잔실수들이 나왔다.

때문에 잠시 주어진 정비 시간은 서로 반가웠다. 이날 우치는 킥오프 이후에도 30도가 넘을 정도로 더웠고 심판은 전반 26분 경기를 중단시키고 수분섭취를 위한 ‘쿨링타임’을 적용했는데, 득은 우크라이나가 챙겼다.

휴식 후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조금씩 높아졌다. 빈도도 늘어났다. 이런 와중 악재가 겹쳤다. 전반 33분 상대 속공을 저지하려다 김현우가 옐로카드를 받았고 그 자리에서 시작된 프리킥 찬스에서 동점골을 내줬다. 첫 프리킥이 박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게 화근이었고, 하필 김세윤의 발에 잘못맞아 재차 투입된 공을 슈프리아하가 밀어 넣으면서 경기는 1-1이 됐다.

원점이었으나 공기는 우크라이나 쪽이었다. 짓누르던 무담을 덜어낸 우크라이나는 기세를 살려 계속 공격했고 한국은 후방에서 매끄럽지 않은 볼 처리가 자주 나왔다. 이때부터 이강인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 수비형MF 김정민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이강인은 위치를 처음보다 많이 내려가 공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은 0-0이었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수비라인을 포백으로 전환했다. 김현우를 전진시켜 김정민과 함께 더블 볼란치로 세웠는데, 아무래도 김정민 홀로는 부족했다는 판단이었다. 동시에 발빠른 엄원상을 투입, 조영욱과 날개 공격수 형태로 배치해 오세훈을 돕게 했다. 이강인은 여전히 프리롤이었다.

변화와 함께 한국의 공세가 다소 높아졌다. 엄원상과 조영욱이 적극적으로 흔들면서 슈팅을 시도했으나, 다만 너무 먼 위치에서 확률 떨어지는 시도가 됐다. 침착함이 요구되던 때 외려 일격을 맞았다. 후반 7분 우크라이나의 역습 과정에서 수비라인이 너무 맥없이 뚫렸고 선제골의 주인공 수프리아하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흐름은 확실히 우크라이나의 것이 됐다. 기세 좋게 시작했다가 동점을 내주고 역전을 허용했으니 선수들의 허탈감은 컸고 지금껏 쌓였던 피로도도 몰려오는 듯했다. 선수들 발이 무거워졌고 패스 정확도는 크게 떨어졌으며 고개를 숙이는 선수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17분 조영욱을 빼고 전세진을 투입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강인 홀로 고군분투했다. 크게 움직이면서 볼 터치를 스스로 늘렸고 정확한 장거리 패스로 틈을 만들려 노력했다. 데드볼 상황에서는 정확한 프리킥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이강인이 이를 악물고 뛰면서 꺾인 흐름을 다소 잡았다.

후반 22분 이강인의 코너킥 때 이재익의 정확한 헤딩슈팅이 나왔으나 상대 골키퍼에 걸려 아쉽게 무산됐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한국이 좋은 찬스를 여럿 잡았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34분 최준을 불러들이고 이규혁을 투입했다. 멤버들 중 유일하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규혁의 이번 대회 첫 출전이었다.

막바지로 향할수록 양상은 뚜렷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무리한 전진을 자제하면서 급하게 달려드는 한국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렇다고 웅크리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유권을 되찾으면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했으니 한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후반 40분 이강인이 왼쪽에서 시도한 크로스가 오세훈 머리에 배달됐으나 슈팅이 약했다.

두들겼으나 마무리를 짓지 못하던 한국은 외려 후반 45분 치타이슈빌리에게 3번째 골까지 내줬다. 사실상 이것으로 승부는 갈렸다. 결국 1-3으로 경기는 끝났고 한국의 최종 성적은 우승이 아닌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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