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6월 14일 14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6월 14일 15시 18분 KST

이 사람은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아니고, 이 기술이 세계 정치를 뒤흔들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다

ctrl shift face / via YouTube

이 사진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리즈 시절 사진이 아니다. 미국의 영화배우 빌 헤이더가 슈왈제네거를 성대모사 하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꾸민 한 유튜브 영상을 캡처한 사진이다.

이 ‘트랜스포밍‘이 사진이 아니라 영상에 완벽하게 적용된다는 점이 문제다. 영상 조작 유튜버 ‘컨트롤 시프트 페이스’(Ctrl Shift Face)가 코난 쇼의 원본을 조작해 올린 영상의 일부를 보자. 불과 5초. 보는 사람이 눈치 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헤이더의 얼굴이 슈왈제네거로 변한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아래 헤이더와 슈왈제네거의 얼굴을 보자. 확연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Ctrl Shift Face/Youtube

보는 것만 믿겠다는 개인의 신념이 산산이 부서지는 시대가 왔다. 지난달에는 페이스북에 미국 연방하원의회의  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술에 취한 듯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면이 떠돌았다. 해당 영상은 아주 단순한 기술로 조작한 ‘가짜 영상’이었다. 원본 영상을 75% 수준으로 느리게 재생하고 목소리의 높낮이를 살짝 낮췄을 뿐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이 영상을 만들어 확산시킨 사람을 찾아냈다. 뉴욕시 브롱크스에 사는 트럼프 지지자이자 스포츠 블로거 션 브룩스라는 남성이 이 영상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펠로시의 비디오가 조작된 것임을 알렸으나, 이미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가 따라잡지 못 할 만큼 멀리 퍼진 뒤였다. 

가짜 영상의 도래는 이미 예견됐던 사실이다. 지난 2017년에는 워싱턴대학의 연구진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가짜 오바마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래 영상을 보고 단박에 ‘진짜 오바마’를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낸시 펠로시의 경우처럼 단순한 조작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무에서 유를 재창조한 영상을 ‘딥페이크’ 영상이라 부른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번 퍼진 가짜 뉴스의 영향력을 완전히 지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짜 비디오를 찾아내는 기술도 개발 중이지만 가짜 비디오 만들기를 연구하는 인력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지난 12일 워싱턴포스트의 딥페이크 관련 기사에서 캘리포니아 대학의 컴퓨터 공학자이자 교수인 헤이니 파리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열세다. 합성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100이라면 이를 찾아내는 쪽의 사람은 1이다.”

이젠 정말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표현을 빌자면 인간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한국은? 정말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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