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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민 일상 바꾸는 적극적 평화가 진정한 평화"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RYAN KELLY via Getty Images

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가 단 한 번도 평화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오늘의 평화를 이룬 것처럼 한국 정부 또한 평화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며 반드시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슬로대학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 참석, ‘국민을 위한 평화’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정상의 결단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며 지난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새로운 한반도 평화구상 이후 전개된 한반도 정세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을 언급, ”우리는 서로 간에 군사적 적대행위를 멈출 것을 합의했고 비무장지대의 초소 철수와 유해발굴을 시작했다”며 ”지금 남과 북은 개성에 설치한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언제든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남과 북, 유엔사의 군인들이 함께 근무하는 DMZ(비무장지대)의 공동경비구역을 비무장화했고 먼저 남측 구역부터 일반 관광객에 개방했다”며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에 ‘평화의 길’이 조성됐고 일반인들도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에 대해선 ”마침 오늘은 제1차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는 날”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담대한 의지와 지도력이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Norsk Telegrambyra AS / Reuters

그러면서 “1년 전 오늘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했다. 지금 그 합의는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문 대통령은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상대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평화란 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평화는 오직 이해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우리 모두에게 새겨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민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어 온 노르웨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혜를 배운다”며 ”첫째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의 저명한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 전 오슬로대 교수가 ”평화를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며 ”직접적 폭력이 없는 소극적 평화와 구조적 갈등요인을 찾아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서로 간 적대하는 마음”이라며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냥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분단이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 심지어 국민의 사고까지 제약해 왔다”며 ”그로 인해 경제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치 문화는 경제 발전을 따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며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Norsk Telegrambyra AS / Reuters

문 대통령은 ”갈퉁 교수가 지적한 대로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저는 이것을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로 부르고 싶다”고 했다. 

접경지역 피해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는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는 협력의 좋은 사례”라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되어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며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커다란 평화의 물줄기도 더욱 힘차게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에서 배우는 평화를 위한 두번째 지혜로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를 제시하고,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을 통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PLO) 간 갈등 중재 사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며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 온 동북아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는 지난해 8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다”며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다자안보공동체로 확대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국 관계에 대해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양국은 전우다. 1950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노르웨이 출신 ‘트리그베 리(Trygve Lie)’ 초대 유엔 사무총장은 강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엔군 파병을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호소하여 관철시켰다”며 ”노르웨이는 한반도에 의료지원단 623명을 파견했고 9만여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노르웨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며 ”한국 국민을 대신해 뜨거운 우정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 국민이 이룬 위대한 성취에 큰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도 국민”이라며 ”독립 후 한국전쟁을 겪고서도, 7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국민들의 힘으로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뤘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과로 평가받는다”고 자평했다. 

이어 ”자신은 못 배웠어도 자식 교육에는 투철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북돋아 준 이웃과 친구, 국가와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섰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매년 5, 6월이 되면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높은 ‘갈회피겐 산’에서 만년설이 녹아내린다”며 ”좁고 긴 피오르드를 거쳐 마침내 광활한 대양과 만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의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만년설이 녹아 대양으로 흘러가듯 서로를 이해하며 반목의 마음을 녹일 때 한반도의 평화도 대양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와 한국은 평화의 동반자다. 한반도 평화가 단단히 자리 잡을 때까지 노르웨이가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달라”며 ”노르웨이가 걷고 있는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숭고한 여정에 대한민국도 늘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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