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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자가 서울대를 향해 "나를 만나 달라"고 기자회견 연 이유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다.

“서울대학교는 우선 저를 만나주십시오. 저를 해결 주체로 인정하고 모든 과정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십시오.”

12일 오후 2시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이름은 김실비아(29),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다.

서문과 ㄱ교수는 2017년 외국의 한 호텔에서 대학원생이던 김씨의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김씨는 이날 ‘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와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공론화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미국 유학을 떠났던 김씨가 돌연 귀국해 학교 쪽에 “나를 만나달라”고 요구한 이유는 뭘까. 김씨는 징계위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그 이유로 들었다. 김씨는 “그동안 학교 쪽에 네 차례 이상 징계위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문의했지만 ‘규정상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징계위가 꾸려진 지 넉 달이 지나도록 징계 처분은 나오지 않고 피해자에게 징계위 진행 경과조차 알려주지 않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나머지 김씨가 직접 언론에 이를 밝히고자 나선 것이다.

김씨는 3월께 이뤄진 징계위 진술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 중이던 김씨는 학교 쪽에 영상 통화로나마 징계위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쪽에서 보안상 이유를 들어 ‘녹화 영상’을 보내라고 했고 그조차 사전 질문 없이 김씨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김씨와 특위는 “피해자를 배제한 징계로는 성폭력 사건을 해결할 수 없고, 피해자를 치유할 수도 없다”며 “징계위는 지금이라도 피해자를 면담하고 진행 상황을 안내하라” 요구했다. 이들은 피해자와 더불어 학생들 역시 사건의 당사자임을 인정하고 학생 대표가 징계위에 출석해 학생들의 의견을 설명하고 징계위원들과 토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서울대 일부 교수들도 이러한 요구에 뜻을 같이했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는 11일 오세정 총장에게 건의서를 제출해 “현행 제도로는 피해자의 인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징계 정도를 조정하고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요구에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울대 민교협은 이어 학생이 피해자인 경우 학생 대표가 징계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총장과 학교 쪽에 건의했다.

김씨는 이날 “ㄱ교수는 반드시 파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ㄱ교수가 파면되지 않는다면 서문과에 존재했던 나쁜 성차별, 성추행, 술 문화는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계속 공포 속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씨는 다음 주께 서울중앙지검에 ㄱ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학교에 한마디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러려고 서울대에 온 게 아닙니다. 우리는 공부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제발 ㄱ교수 같은 사람에게 성추행과 인권침해를 당할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날 김씨의 마지막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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