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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여론에도 한진그룹이 굳이 조현민을 복귀시킨 이유는 뭘까?

'물컵 갑질' 이후 14개월 만이다.

ⓒ뉴스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이른바 ‘물컵 갑질’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4개월만의 일로,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을 다시 부른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진그룹은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업무 복귀 사실을 10일 밝혔다. 한진그룹은 ”광고 및 마케팅 부문에서 실무를 쌓은 조현민 부사장 복귀로 그룹 사회공헌 활동과 신사업 개발에 속도가 날 것”이라고 하긴 하지만, 사실 득보다는 실이 많다.

광고·마케팅 전문가는 외부에서 영입하면 되는 자리로, 비판을 감수하고 굳이 조현민 부사장을 다시 복귀시킬 필요는 없다.

조현민 부사장의 폭행혐의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 경영복귀에 법적 하자는 없다. 그러나 한진그룹을 지켜보는 여론 자체가 곱지 않다. 이를 등에 업고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선 강성부 펀드(KCGI)의 경영권 위협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현민 부사장 복귀 결정은 여론 악화에 기름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조현민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결정한 배경에는 상속 문제를 놓고 남매의 난이 발생하면 경영권 자체를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이 자리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한다고 본 것이다.

남매간 분쟁이 가시화되면 조현아·현민 자매가 상속받을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사장의 온전한 우호지분으로 보기 어렵다. 한진칼 최대 주주는 고 조양호 회장으로 지분율은 17.84%다. 상속과 관련해 부친의 특별한 유언이 없음에 따라 해당 지분의 3.96%는 조현아·현민 자매가 상속받는다. 나머지 5.94%는 고 조양호 회장의 미망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몫이다.

최근 한진칼 지분율을 15.98%로 끌어올린 KCGI는 이달 중 투자설명회를 열고 추가 실탄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선 등이 이뤄지면 한진칼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있는데 이를 노린 일반인 투자자가 대거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밑천으로 KCGI가 한진칼 지분 추가매입에 나서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입장에서 가족 도움 없이는 경영권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해관계에 따라 나뉜 각자의 세력을 껴안고 남매의 갈등을 봉합할 묘수가 필요했다”며 ”상황이 워낙 다급하다 보니 조현민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민 부사장은 지난해 4월,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한항공 전무, 진에어 부사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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