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가 교회라는 이유로,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할 노동법이 어떤 이에겐 ‘딴 세상 법’이었다. 교회 내 사역자·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헌신해달라”는 교회의 요구가 실은 강요된 ‘열정페이’였다고 말한다. 교회에서 일하는 이들은 이런 노동 착취를 ‘헌신페이’(종교계 열정페이)라고 부르곤 한다.
<한겨레>는 두달에 걸쳐 35명(대면 취재 21명, 통화·서면 취재 14명)의 ‘헌신페이’ 피해 증언을 들었다. 증언은 부목사·전도사·직원 등 다양한 직군에서 나왔다. 사랑과 복음이 가득해야 할 교회에서 그들은 왜 이런 일을 겪은 걸까.
■ “전도사들 가사도우미 시킨 한기총 임원”
“그 사람은 예수님 이름을 걸고 자기 이익을 취해요. 양의 탈을 쓴 늑대입니다.”(분당횃불교회에서 일한 전도사 ㄱ씨)
경기도 성남 분당횃불교회 전도사·부목사(부교역자)와 교인들은 지난달 7일 <한겨레>와 만나 이재희 담임목사가 교회 구성원들을 유학 간 딸 가사도우미로 동원하는 등 부당한 업무 지시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이 목사는 20여년 전(전신은 흰돌교회)부터 이 교회를 개척해 목회활동을 했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동부회장 등 교계 연합회 간부직을 맡고 있다.
이 목사는 2010년부터 6년여에 걸쳐 부교역자들을 한번에 2~3명씩 교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보냈다. 그곳에 ‘지교회’(선교를 위한 분원 격의 교회)를 개척하고, “해외선교 활동을 해야 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파견된 이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유학 중이던 이 목사 딸의 집에 거주하며 가사도우미 노릇을 맡았다고 한다.
2010년 이후 세차례에 걸쳐 미국을 약 9개월간 방문한 ㅎ 부목사는 “이 목사 딸의 집에 가서 청소부터 속옷 빨래까지 허드렛일을 하는 게 전부였다. 한마디로 ‘식모살이’였는데 임금마저 없었다”고 말했다. 전도사들은 이 목사 딸이 등교한 낮시간이면 땡볕에서 교회 빈 건물의 페인트칠과 보수공사를 했다고 밝혔다. 가시풀을 뽑고, 지역 노숙자들이 남긴 오물을 치우는 일도 그들 몫이었다. 2010년 이후 이렇게 ‘헌신페이’를 강요당한 이들은 스무명을 넘는다.
이 목사의 사적인 업무 지시는 국내에서도 이뤄졌다. 이 목사 아들이 경영하는 ㅋ사(반려견 분양 및 애견호텔업)에서 9개월간 일했던 ㅂ 전도사는 “매달 급여를 준다더니 실제 받은 건 딱 2번이었다. 그것도 한번은 이 목사에게 헌금으로 냈다”고 밝혔다. 이 목사 남편의 어머니 병간호에도 교인을 동원했다.
예배 준비와 찬양인도, 중고등부 청년 대상 사역, 사무실 교대 당직근무 등을 맡은 전도사들에 대한 사례비는 전혀 없었다. 또 다른 전도사 ㅂ씨는 “A4 용지, 마이크에 넣을 건전지 하나까지 모두 부교역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었다”며 “생활이 어려워 대부업체에서 빚까지 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부교역자들은 이 목사 지시의 부당함을 알고 있지만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웠다. ㅎ 부목사는 “본인에게 순종하지 않으면 ‘하나님 말씀에 거역하는 일’이라고 질책했고, ‘저주를 받을 수 있다’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신도와 부교역자들을 하나님의 자녀가 아닌 자신의 ‘종’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횃불교회를 떠난 부교역자와 교인들은 올해 1월부터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이 목사의 부당 노동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이 목사 쪽은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교회와 목사에게 앙심을 품고 나간 사람들의 일방적인 허위 주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