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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범죄화'에 반대한 변호사가 기부금 314억원을 거절당하다

앨라배마 대학에서 벌인 일이다

휴 F. 컬버하우스 주니어. 
휴 F. 컬버하우스 주니어.  ⓒUNIVERSITY OF ALABAMA

컬버하우스 집안 앨라배마주의 명문가다. 앨라배마 주립대학 출신인 휴 프랭클린 컬버하우스 때부터 모교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했다. 앨라배마 주립대학의 경영대학에 ‘컬버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지난해에는 로스쿨에 아들인 휴 F. 컬버하우스 주니어의 이름을 붙여 ‘휴 F. 컬버하우스 주니어 로스쿨’이라는 현판이 붙었다. 그가 이 학교에 2650만달러(314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해 학교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NBC에 따르면 약속된 금액 중 이미 2150만 달러가 학교 측에 전달됐다. 

그러나 현재 학교는 그의 이름을 학교 현판에서 파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스쿨 오브 로’라는 글자 위에 컬버하우스의 이름을 파낸 흔적이 보인다. 참고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에 거주하는 휴 컬버하우스는 마이애미 검사 출신의 변호사이자 지역 개발 사업자다. 

ⓒASSOCIATED PRESS

로스쿨 측은 그의 이름을 지운 이유가 ”(컬버하우스가) 학교 행정에 관여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컬버하우스의 생각은 다르다. 컬버하우스는 자신의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는 대학과 공적 영역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그의 기고문에서 컬버하우스는 그의 이름이 현판에서 파인 이유가 ‘낙태 금지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앨라배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난달 주의회 의원들이 헌법을 짓밟는 것을 보며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그들이 통과시킨 낙태 금지법은 단지 여성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법 그 자체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미국의 법정은 이미 오래전 이 문제에 있어 ‘낙태는 합법’이라고 결론 지었으나, 이들은 여성과 의료진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라며 ”그 과정을 보는 게 충격적이었고, 공개적으로 일어나 목소리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 앨라배마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수업 거부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컬버하우스는 이어 ”내 행동에 따라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학교가 로스쿨에서 내 이름을 지우고 나의 기부금을 돌려줄 줄은 몰랐다”며 ”미래의 학생들에게는 해가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 글에서 ”이는 정치와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공화당 지지자도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다”라며 ”여성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을 빼앗는 행위는 정치와는 상관없는 억압의 행동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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