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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학생 700명이 빗속에서 거리 행진을 한 이유 (사진)

실용음악과 모 교수의 성폭력 때문이다.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6일 오후 3시30분, 성신여대 학생 700여명이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 수정캠퍼스 정문으로 모였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성신의 노래 / 그저 학생처럼 살고 싶다 외치는 소리”, “우리 목청 높여서 A교수 규탄하자 /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서 전진하라.”

학생들은 ‘민중의 노래’(영화 레미제라블 OST)를 개사한 ‘성신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이들이 빗속에서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행렬 선두에 선 현수막을 보면 알 수 있다. ‘권력형 성범죄 가해 A교수, 성신에 당신이 돌아올 자리는 없습니다’

이들은 학생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던 ㄱ교수의 재임용에 반대하며 성신여대 수정캠퍼스에서 약 5㎞ 떨어진 강북구 미아동 성신여대 운정캠퍼스까지 약 1시간30분 동안 행진했다. 이들이 행진하는 동안 길을 걷던 학생들도 속속 합류해 인원은 점점 늘어났다. 행진에는 동덕여대, 서울대, 한국외대 학생들과 성신여대 청소노동자들도 동참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성신여대 실용음악학과 ㄱ교수는 지난해 4~5월 학생들의 얼굴을 쓰다듬고 손깍지를 끼거나 등을 쓰다듬는 등 학생들을 성추행했다. ㄱ교수는 학생들에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나고 싶다”, “집에 가서도 ○○이 생각이 났다”, “너를 보니 전 여자친구가 생각이 난다” 등의 성희롱도 했다. 지난해 6월 피해 학생들은 성윤리위원회에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ㄱ교수는 학교로 돌아왔다. 성신여대 본부가 지난달 24일 총학생회에 보낸 공문을 보면, 지난해 8월 성윤리위원회가 교원인사위원회에 ‘징계’ 의견을 보냈고, 교원인사위원회는 이 의견을 받아 두달 뒤 ㄱ교수를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교원징계위원회에서는 ‘경고’ 결정이 나왔고 교원인사위원회는 ‘재임용 탈락’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사회가 ‘재임용 탈락에 부동의’하면서 올해 1월 ㄱ교수의 재임용이 결정된 것이다. 

성신여대 학생들은 이에 반발하며 교내 곳곳에 ㄱ교수 재임용에 반대하는 포스트잇을 붙였다. 지난달 14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ㄱ교수의 재임용을 취소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수연 성신여대 총학생회 연대사업국 집행부원은 “총학생회는 5월14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5월24일 학교본부로부터 ‘재임용 취소 불가’ 공문을 받았다. 그리고 벌써 6월6일이 되었다. 기자회견 이후, 약 3주가 넘는 시간 동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학교 쪽에 징계 과정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성연 성신여대 총학생회 예산사무국장은 “교원징계위원회에 징계 과정과 관련 항목 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며 “당신들이 어떤 근거로 ㄱ교수에게 미미한 처벌을 내렸는지 확실하게 그 과정을 밝혀라”라고 요구했다.

김정윤 성신여대 부총학생회장은 “아직도 ㄱ교수는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지금 이 상황에서 사직한다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ㄱ교수가) 명예훼손을 언급하며 총학생회를 협박하지만 두렵지 않다. 당신의 사직을 요구하는 연서명은 만 명이 넘었고, 지금 이 자리에는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당신이 돌아올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ㄱ교수의 잘못 인정과 사직 △교원징계위원회의 경고처분 세부과정 공개 △이사회의 사과와 재임용 과정 공개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부의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성신여대 본부는 총학생회에 보낸 공문에서 “ㄱ교수에 대한 재임용 결정은 각 위원회 규정과 절차에 따라 위원회 위원들의 토론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므로 제32대 총학생회가 요구하는 ‘ㄱ교수에 대한 재임용 즉각 취소’를 대학본부가 독단적으로 행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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