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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06일 16시 23분 KST

"헝가리에서 같이 일하자고 했는데" 뒤늦게 탑승 사실 알려진 가이드 수습직원 이씨의 이야기

십년 친구가 말하는 이씨는 사진작가를 꿈꾸는 청년이었다

십년지기는 유람선 사고로 실종된 친구의 흔적을 찾으러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왔다. 두 친구는 여행하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함께 좋아했다. 알고 지낸 10년 세월은 그래서 더 각별했다. 실종된 친구는 사고 전날까지도 ‘헝가리에 와서 같이 사진 일을 하면 좋겠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ATTILA KISBENEDEK via Getty Images
한 아이가 다뉴브강가에 마련된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 초를 놓고 있다.

다뉴브강에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에 여행 가이드가 되기 위해 수습교육을 받던 중이었던 이모씨(28)가 탑승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다. 사진작가를 꿈꾸던 이씨가 헝가리에 온 지 2주 만에 난 사고였고, 그날이 첫 실습을 나간 날이었다.

독일에서 사진 일을 하고 있는 이씨의 십년 친구 박모씨(27)는 2일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박씨는 아직 친구를 찾았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늦둥이 외아들을 잃고 타지로 날아온 친구의 부모님 곁을 지켰다.

″친구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면서부터 사진을 좋아하게 됐어요. 좋아하는 사진 일을 계속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대학교 졸업 후에는 아예 사진을 전업으로 삼았어요.”

'허블레아니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사진작가 이모씨(28)의 친구 박모씨(27) 제공

2009년부터 함께 대학을 다닌 두 사람은 사진에 대한 관심을 나누며 가까워졌다. 함께 국내 여행도 다녔다. 이씨는 군대에 가기 전 마지막 여행으로 박씨가 공부하고 있던 독일에 오기도 했다.

″군대 가기 전에 어디로 여행을 갈까 하길래 제가 독일로 오라고 했었어요. 친구는 독일에 있다가 프라하도 가고, 부다페스트도 갔었어요. 그때 부다페스트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했어요.”

입대 전 유럽 여행에서 부다페스트의 낭만을 마음에 담은 이씨는 여행 가이드 실습생 자리를 구한 후 좋아하는 사진 일을 부다페스트에서 할 수 있다며 몹시 기뻐했다. 박씨에게도 헝가리로 오라고 여러 차례 권했다.

″사고 전까지도 일을 구해서 참 기뻐하고 있었어요. 페이도 괜찮고, 사장님이 사업도 크게 할 계획인데 관련된 사진 일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면서 ‘너도 독일 말고 헝가리로 가자’고 계속 저를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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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사고 전날까지도 박씨를 불렀다. ‘일이 바빠서 멀리 가지 못하니 네가 보러 오면 좋겠다’는 연락도 나눴다. 박씨는 마지막 친구의 메시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답을 하지 않았다. 사고 소식을 접한 뒤에도 친구가 그 배에 있었을 것이란 의심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사고 다음날 아침에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친구에게 ‘부모님이 걱정 많이 하시겠다‘고 연락을 했어요.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답장이 한참 안 오길래 ‘아, 가이드를 하는 친구가 동종업계에서 사건이 터졌으니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겠구나’라고만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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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가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 

이씨는 여행객도, 정식 가이드도 아니어서 탑승 사실이 한참 뒤에야 알려졌다. 박씨는 아들의 소식을 누구보다 궁금해했을 부모님에게 이 사실이 너무 늦게 알려졌다며 못내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사고 이후 부다페스트에 머무르면서 다뉴브 강가를 둘러보거나 이씨의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이 많이 반가워 하셨어요. 어떻게 왔냐, 와 줘서 고맙다고도 하셨고요. 같이 있는 동안에는 식사도 잘 하시고 웃으면서 이야기도 나눴어요. 다만 부모님은 친구가 오래 물속에 있다면서 속상해 하셨어요. 빨리 배가 인양돼서 친구가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생존자분께서 말하길 친구가 사고 당시 갑판이 아니라 선실에 있었다는데, 멀리 간 게 아니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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