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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막걸리, 50년 만에 '종량세'로 전환된다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뉴스1

정부가 맥주와 탁주부터 종량세(從量稅) 방식의 과세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현행 과세체계가 종량세로 전환되면 맥주·탁주 업계의 세부담이 낮아져 경쟁력이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주세법 개정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1월1일부터 맥주와 탁주에 종량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당정 협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주류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확정했다. 

이번 주세 개편은 종량세 전환에도 시장 충격이 적은 맥주와 탁주를 대상으로 추진된다. 맥주 업계의 경우 과세표준 차이로 인한 국산맥주 역차별 문제와 수제맥주 가격경쟁력 저하로 종량세 요구 목소리가 큰 상황이었다. 

종가세 체계에서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가가 과세표준이 돼 세금(세율 72%)이 붙지만 국산 맥주는 원가, 유통비,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등을 합한 출고가를 과세 표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맥주 세율 리터(ℓ)당 830.3원…캔맥주 세부담↓

종량세 전환에 따라 앞으로 맥주에는 1리터를 기준으로 830.3원은 세금이 붙는다. 세율은 연도별 편차를 고려해 2017~2018년 2년간의 맥주 출고량과 총 주세액을 1리터로 산출해 책정했다. 

종량세율이 적용되면 국산맥주의 경우 캔맥주 세부담이 줄어들지만 생맥주 세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3대 맥주업체 제품을 기준으로 보면 현행 과세체계에서는 캔맥주 1리터에 1121원의 주세가 부과되는데 종량세로 전환하면 830.3원/ℓ으로 세금이 줄어든다.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한 총 세부담도 현행 체계에서는 1758원/ℓ이지만 종량세 전환 시 23.6% 줄어든 1343원/ℓ이 된다. 결국 리터당 415원의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500㎖를 기준으로 하면 207.5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현재 편의점에서 국산맥주 1캔(500㎖)의 가격은 2700원~2900원 수준이다. 국산맥주 역시 ‘4캔에 1만원’이 가능해 지는 셈이다.   

국내 맥주업계 관계자는 ”산술적으로 국산맥주도 ‘4캔에 만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2700원 이상 판매되는 맥주의 경우라도 수입맥주와 경쟁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가격을 더 낮출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생맥주 세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1리당생맥주 세부담은 815원인데 종량세가 적용되면 1260원으로 54.6% 증가한다. 

정부와 맥주 업계는 캔맥주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캔맥주 세부담 감소분으로 생맥주 세부담 증가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향후 2년 간 생맥주에는 20% 인하된 664.2원/ℓ의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경감 세율이 적용되면 생맥주 리터당 세부담도 1022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수제맥주 업체는 종량세 전환으로 세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생맥주 생산 위주인 수제맥주 업체의 경우 기존 과세체계에서 높은 출고가로 인한 세부담이 컸기 때문에 종량세로 전환하더라도 세부담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생맥주 세율을 한시적 인하와 기존 과세표준 경감(출고수량의 20~60%) 혜택이 적용되면 경영 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맥주는 고가 맥주 세부담은 낮아지지만 저가 맥주 세부담이 커져 전반적인 세부담이 소폭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4캔에 1만원’ 상품은 지난해 관세가 폐지된 데다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 충분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량세 전환에 따라 막걸리 등 탁주에는 41.7원/ℓ의 세율이 적용된다. 탁주 세율도 지난 2년간 출고량·주세액을 1리터 기준으로 산출한 값을 적용했다.

세수 306억원↓…세율 물가연동제 도입

맥주와 탁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면 주세로 거둬들이는 세수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20% 인하된 생맥주 세율을 고려했을 때 맥주에 붙는 세금은 약 3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맥주세(1조5814억원)의 약 1.9% 수준이다. 탁주세는 총 6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맥주·탁주에 종량세를 적용함에 따라 매년 물가 상승을 반영해 세율을 조정할 방침이다. 가격에 세금을 매기던 기존 종가세 체계에서는 자동적으로 물가상승분이 반영돼 세금이 부과됐지만 종량세는 제도 자체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가연동제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시행된다.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 호주는 매년 2월과 8월 맥주 세율을 조정하고 잇으며, 영국·프랑스·포르투갈·에스토니아도 매년 주기적으로 주세율을 조정하고 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종량세로 전환해도 맥주·탁주 가격은 전혀 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생맥주 세부담이 커지는 것을 업계가 캔맥주로 본 이득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소주는 종가세 유지…위스키 가격 급락 우려

소주나 위스키가 포함된 증류주는 종가세 방식의 과세체계가 유지된다. 소줏값을 올리지 않는 선에서 종량세를 도입할 경우 고가의 위스키, 브랜드 등 주류의 세부담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주세 개편 방안에 따르면 희석식 소주 출고량 기준 납부세액인 947.52원/ℓ을 기준으로 21도 이하는 같은 세율을, 21도 초과 시 1도/ℓ당 45.12원을 추가할 경우 양주에 붙는 세금은 11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행법상 국산 위스키 1리터당 주세 납부액은 약 2만288원으로 여기에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으면 제세금은 약 3만1827원이 된다. 하지만 조세연 시나리오대로 과세체계 종량세로 개편되면 알코올 도수가 40도인 국산 위스키 1리터에 붙는 세금은 약 1804원 수준으로 급락한다. 현행 납부세액의 8.9% 수준이다. 주류에 붙는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가 주세 납부액에 영향을 받는 만큼 제세금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증류주에 종량세 적용이 힘들다고 판단하고 맥주와 탁주 과세체계만 바꾸기로 결정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의 위스키 판매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종량세로 전환하려다 보니 (세부담 감소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국내 업체는 위스키와 대체관계인 곳도 있고, 종량세로 전환하면 소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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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막걸리 #종량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