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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M'을 리메이크 할 때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들

한 드라마 제작사가 'M'을 다시 만든다고 발표했다.

ⓒMBC

1994년 MBC에서 방영된 인기드라마 ‘M’이 리메이크 된다. ‘M’은 당시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다림’이로 인기를 얻은 심은하가 주인공을 맡은 작품이다. 여름 납량특집 드라마로 제작됐으며 당시 52.2%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벌써 26년 전의 작품이다.

6월 4일, 드라마 제작사 슈퍼문 픽쳐스는 “드라마 ‘M’의 원작 작가 이홍구 작가와 최근 포멧 계약을 체결하고 제작에 돌입했다”며 ”가제는 ‘M2020’”이라고 밝혔다. 가제대로 이 작품은 2020년 방영을 목표로 한다. 심은하가 연기했던 박마리/김주리를 맡을 캐릭터는 아직 캐스팅되지 않았다.

1994년 방영 당시 ‘M’은 심은하의 눈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연출과 M의 목소리로 화제를 낳았다. 지금 다시 만든다면 26년 전보다 더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연출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M’의 주요 설정 중 그대로 가져온다면, 드라마의 완성도와 별개로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M’의 ‘M’은 그냥 악마가 아니다. 드라마가 설명했던 M의 정체는 낙태 수술로 죽은 태아의 기억분자다. 이 기억분자가 수술도구에 붙어있다가 한 아이에게 붙는다. 그 아이가 바로 주인공 박마리다. 마리의 엄마는 아이를 낙태하려했는데, 수술 과정에서 M이 태아에게 붙었고, 이때 M이 염력을 발휘해 수술실을 뒤집어놓으면서 낙태를 막는다. 마리의 엄마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후 사망한다.

이후 M은 마리의 몸에 잠재된 상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마리가 고등학생이 되고 불량배들을 만났을 때 다시 M이 나타난다. M이 지배한 마리는 불량배들을 죽인 후, 미국으로 떠나고 이후 ‘김주리’란 이름을 가진 의사로 돌아온다. 이때부터 M의 복수가 시작된다. M은 자신을 낙태한 산부인과 의사등을 죽이고, 이후에도 아이를 낙태하려는 여성들을 공격한다.

이 드라마의 설정은 1994년 당시에는 신선했다.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는 것도 있었다. 그때도 아들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의해 딸을 임신하면 중절수술을 하는 일이 많았다. 드라마 ‘M’은 그런 사회풍조를 메디컬 스릴러 장르에 담아낸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에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한 신부가 다음과 같은 설교를 하기도 한다. (POOQ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지금도 이 나라에서는 임신중절수술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수천 수만의 태아가 햇빛도 보기 전에 차디찬 수술기구에 의해 부서지고 찢겨진 채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무덤도 없습니다. 그들에겐 죽음을 슬퍼해주는 부모도 없습니다. 우리들은 이미 생명이 시작된 생명체를 아무런 가책 없이 살육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부의 설교와 함께 마리의 행복한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은 마리가 자신의 아이를 보며 행복하게 웃는 장면이다. 
신부의 설교와 함께 마리의 행복한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은 마리가 자신의 아이를 보며 행복하게 웃는 장면이다.  ⓒMBC

낙태수술로 죽은 태아가 자신을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를 자행하는 이야기를 통해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M’의 설정이 26년 후에 그대로 유지된다면,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1994년 당시의 풍조에서는 적절했을지 모른다. 1994년 8월 ‘경향신문’은 이 드라마에 대해 ”낙태수술로 희생된 기억분자가 주인공 마리의 몸속에 남아있다가 세상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는 스토리 설정으로 생명 경시 풍조의 세상에 경종을 울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5년이 지났고, 세상이 달라졌다.

ⓒ뉴스1

1953년에 제정된 이후 약 66년간 낙태를 금지해온 형법 269조 1항(자기 낙태죄)와 형법 270조 1항(의사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일방적으로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태아의 발달단계 혹은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판단했다.

ⓒ뉴스1

또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만으로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또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도록 주문한 상황이다. 슈퍼문 픽쳐스가 ‘M’ 리메이크를 방영하기로 한 시점도 2020년이다. 만약 리메이크 된 ‘M’이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시청자들로부터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다. 시대에 맞는 리메이크를 위해서는 ‘M’의 정체를 바꿔야 할 수 밖에 없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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