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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관계' 일본의 전 고위 관료가 죽인 아들이 과거 트위터에 올린 내용

어떻게 태어난 비극인가?

  • 박세회
  • 입력 2019.06.04 17:41
  • 수정 2019.06.06 17:48
ⓒANN 영상 캡처

지난 1일 일본의 전 농림수산성 차관이 자신의 장남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일본 언론에서는 사망한 아들의 과거 트윗을 통해 이들 부자의 ‘일그러진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트위터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지위를 자랑하는가 하면 자신의 폭력적 성향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놨다. 일본의 ’8050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지난 1일 도쿄도 네리마구의 한 주택에서 구마자와 에이이치로(44) 씨가 가슴 등을 여러 차례 찔렸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자수한 이는 구마자와 씨의 아버지이자 전 일본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인 구마자와 히데아키(76)로 드러났다. 왜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는 이렇게도 심각하게 일그러졌을까?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에이이치로 씨는 한 온라인 게임의 파워 유저로 해당 게임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트위터 계정을 운영 중이었다. 이 계정에는 지난 2014년 5월 19일 이런 글이 올라왔다. 

″나는 부모가 자기 마음대로 낳았으니까 죽기 직전 최후의 1초까지 아이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트위터 캡처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NHK의 보도를 보면 사망 2개월 전 게시글 중에는 ”서민이 우리 아버지와 직접 대화를 하려면 1억 살은 먹어야 한다”라며 ”나는 너희들 서민이랑은 태어날 때부터 인생이 다르다”라고 올린 기록도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한 흔적도 있다. 지난 2018년 5월의 트윗에서는 “2018년 5월 지급 예정분의 이용명세서 합계는 323,729엔(약 354만원)이다. 이게 내 신용카드 사용액이야”라며 ”너희들의 부모가 필사적으로 일해서 버는 월급보다 많은 거야”라고 말했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는 더욱 컸다. ”우모(愚母, 자기 어머니의 겸칭)는 엘가임 MK-2(프라모델로 추정)를 부순 대죄인이다. 만번 죽어 마땅하다”라며 “1만번 죽어 네놈의 죄를 속죄하는 것이다. 자기 죄의 무게를 알아라”라고 썼다. FNN에 따르면 2017년에는 ”중학교 2학년 때 우모를 처음 때려눕혔을 때의 쾌감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글도 올렸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사건 당일인 6월 1일에는 ”마니아에게 인기인 게임 ‘제노사가’의 주제가에는 좋은 가사가 있다”라며 ”아무도 혼자 살 수 없다”고 올렸다. 이날 이들 가족이 사는 집 인근의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가 열렸다.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 구마자와 씨는 아들이 ”시끄러워, 애들을 때려죽일 거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들 탓에 둘은 다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살인혐의로 체포된 아버지 구마자와 씨의 몸에는 멍 자국이 있었다. 

ⓒ트위터 캡처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중년의 사회에 대한 분노, 가정내 부적응 등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니칸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40~64세의 중년 중 히키코모리는 61만3000명으로 15~39세 젊은층의 54만명을 웃돈다.

이들 중에는 조기 은퇴 후 부모의 집으로 들어가 사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에서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거나 폭행하는 사례 등이 자주 발생해 이를 ’8050문제′ 라 부르기도 한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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