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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홍준표가 합동 방송 '홍카레오'에서 말한 것들(정리)

경제·안보·이념 등 각종 주제를 두고 160여분 간 격렬한 토론 배틀을 벌였다.

  • 김현유
  • 입력 2019.06.04 14:40
  • 수정 2019.06.04 14:41
ⓒ뉴스1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사히(?) 합동방송 ‘홍카레오’를 마쳤다. 두 사람은 경제·안보·이념 등 각종 주제를 두고 160여분 간 격렬한 토론 배틀을 벌였는데, 의견이 크게 갈리기도 했고 의외로 두 사람의 생각이 비슷한 때도 있었다. 아래 합동방송 내용을 정리했다.

경제

단연 뜨거운 이슈였다. 두 사람은 이 주제를 놓고 40여분 간 열띤 공방을 벌였다. 홍 전 대표는 “IMF 이후 서민경제가 최악”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어떤 식으로든 서민들이 살게는 해 줘야 할 텐데, 지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경제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빨리 성과가 나오려면 더 힘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서민 경제가 이런 상황인데 더 밀어붙여야 한다면 이 정권엔 가망이 없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국가채무비율 확대 방침에 대해서도 명백한 입장차를 보였다. 홍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채무를 증대해서 ‘퍼주기 복지’에 쓰다가 나가버리면 그뿐”이라며 ”파탄 지경에 이른 국가재정을 후임자가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채무가 있으면 자산도 있다”라며 ”채무 증가속도가 빠르던 보수정부 시절에는 그런 얘기 안 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안보

ⓒ뉴스1

유 이사장은 북한이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다면 충분히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홍 전 대표의 의견은 완전히 반대였다. 유 이사장은 ”지금도 북한 권력층을 완전히 비이성적이고 괴물 같이 보면 해법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홍 전 대표는 ”보장의 가치가 있는 체제냐. 핵을 포기하는 순간 김정은 체제는 바로 무너질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봤다. 홍 전 대표는 ”지금 북한이 핵을 만들고 탄도미사일을 만든 건 적화, 남침 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미국 개입을 막고 유사시에 적화통일을 할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념

앞서 유 이사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카레오‘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하도 언론인들이 두 방송이 여론을 양극단으로 몰아간다고 기사를 써서, 그럼 한 번 만나보자고 한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방송에서 ‘보수-진보 간 갈등’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었다.

홍 전 대표는 ”문대통령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라며 ”한국당을 ‘독재의 후예’라고 했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지 자기 진영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유 전 이사장은 ”한국당이 아니라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세력을 가리킨 말”이라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특수부대가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껴안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 대통령의 의무냐”고 응수했다.

홍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문대통령의 ‘안전’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끌어내려 감옥에 보냈고, 이 전 대통령을 잡범으로 재판한다”라며 ”저 양반(문대통령)은 퇴임하면 안전하겠냐. 정치보복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홍 전 대표는 ‘강성 노조’를 언급했다. 홍 전 대표는 ”민주노총과 같은 강성노조는 먹이사슬 최상위 계층”이라며 ”노동문제 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노조 때문에 우리 경제가 망하고 있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홍 전 대표의 정치적 취향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라며 ”책임이 오로지 노조에게만 있냐는 것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홍 전 대표는 ”내가 말하는 것은 노조 부정이 아닌 노조의 부당한 행동”이라며 ”각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경영의 자유까지 침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고, 유 이사장은 ”상장 대기업의 경우 노조가 의결권 행사는 못 하더라도 회사의 재무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거제도

두 사람은 ‘민의에 부합하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뜻을 함께 했으나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갈렸다. 홍 전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는 민의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군소정당을 위한 것”이라며 ”투표율과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가져가는 것이 민의에 부합하는 좋은 선거제도”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보수적인 시민이 많으면 보수 쪽으로, 진보적인 시민이 많으면 진보 쪽으로 가도록 열어주는 것이 좋은 선거제도”라며 ”지금의 정치 제도로는 다양해지는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뉴스1

지난 4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대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선거법은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라며 ”패스트트랙이라는 건 논의하는 척하고 표결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합의가 안 되면 절차로 타협한다”라며 ”한국당은 이걸 못 하게 막고 있다. 이런 식이면 나만 옳다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또 유 이사장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것이 의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협상을 하면 된다”고도 말했다.

리더십

두 사람이 묘하게 공감대를 보인 부분이었다. 유 이사장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언급하며 ”지금 야권의 리더십이 이렇게 가도 되냐”라며 ”황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이 몇십년 전에 흔히 보이던 스타일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 보수 우파 진영이 궤멸 상태까지 오게 된 것은 탄핵 때문”이라며 ”이제 탄핵 때 일은 논쟁하지 말고 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야권에서 정부가 잘못하는 것은 따지고, 잘하는 건 협조해줘야 한다. 그렇게 안 하는 게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거취

토론 중, 두 사람의 향후 거취에 대한 뼈 있는 농담이 오갔다. ”유 이사장은 100% 정계에 복귀할 것”이라는 홍 전 대표의 말에 유 이사장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하자, 홍 전 대표는 ”절대는 스님 담뱃대”라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처지를 ‘패전투수’라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는 ”저는 패전투수가 돼서 불펜에 들어와 있다. 주전 투수가 잘 하면 불펜 투수가 등장할 일이 없는데, 못 하면 불펜에서 또 투수를 찾아야 한다”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이에 유 이사장은 ”불펜이 아니라 관중석으로 올라와서 저하고 낚시도 다니고 그러면 좋겠다”고 다정하게 말했다.

토론 이후

4일,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유 이사장의 태도는 참 품위가 있었다”는 글을 썼다. 홍 전 대표는 이 글에서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나도 최대한 그를 존중하면서 토론을 했다”며 ”가끔 품위 논쟁을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찌 그런 이치도 모르고 함부로 사람을 논하는지 안타까운 때가 있었다. 상대에 따라 대하는 방법이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홍 전 대표는 또 페이스북에 ”달라진 유 이사장의 모습에서 문재인 정권도 이제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다음 기회가 생기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방향 제시도 한 번쯤 논의해 봐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 이사장 역시 ”대화하는 입장에서 재미있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 영상은 1부 여기, 2부 여기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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