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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31일 16시 52분 KST

신림동 CCTV 남성, 주거침입인가? 강간미수인가?

'강간미수' 처벌이 쉽지는 않다

경찰이 31일,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 속 남성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9일, 범인을 체포할 당시 경찰은 범인에게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이틀 만에 적용 혐의를 바꾸면서 “범행 현장에서 상당 시간 머물며 피해자의 집 출입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하는 등 일련의 행위로 봤을 때 주거침입강간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찰의 강간미수 적용이 ‘무리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혜진 변호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황상으로는 강간이나 강도를 저지를 목적이 분명해 보이지만 강간할 의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며 “강간을 시도하는 최소한의 상황이 제시돼야 하는데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행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입장은 어떨까? 재판부는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여기서 실행의 착수란 범죄의 시작을 알리는 기준행위다. 예를 들어 살인범이 살인을 위해 칼을 사는 것은 살인범죄 ‘실행의 착수‘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겠다며 칼을 들고 살해 대상에게 걸어가면 실행의 착수로 인정된다. 이렇게 되면 살인이 이뤄지지 않아도 ‘미수범‘으로 처벌받는다. 마찬가지로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강간을 시도하는 최소한의 상황’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주거침입 강간과 관련하여 과거 재판부는 주거침입 사실만으로는 강간 범죄를 실행에 옮겼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강간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였다 하더라도 안방에 들어가 누워 자고 있는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간음을 기도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강간의 수단으로 피해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개시하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90도607)

그러나 주거침입 이후 방문을 두드리는 등 실제로 위협을 가했다고 판단했을 때에는 강간죄를 적용했다.

피고인이 새벽 4시 여자 혼자 있는 방문 앞에 가서 방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갈 기세로 방문을 두드리고 피해자가 창문에 걸터앉아 가까이 오면 뛰어내리겠다고 하는데도 베란다를 통해 창문으로 침입하려고 하였다면 강간의 수단으로서의 폭행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 있다. (91도288)

즉 이번 사건에서 범인에게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범행 현장에서 상당 시간 머물며 피해자의 집 출입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한 행위를 폭행으로 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붙잡힌 범인이 ‘강간의 의도’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범인은 ”새벽까지 술을 마셔 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의 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강간의 의도를 부인하게 되면 추가 증거 없이는 범인이 집 앞 문을 두드린 행위를 ‘강간죄 실행의 착수’로 보기 힘들어진다.

강간미수 적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신림동 CCTV 영상이 보여준 것처럼 ‘주거침입’ 자체가 여성에게 큰 공포와 위협이 되는 범죄인 만큼 주거침입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