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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기생충'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곳을 긁는 이야기다(시사 직후 리뷰)

오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 강병진
  • 입력 2019.05.28 17:58
  • 수정 2019.05.28 19:17

*주의 : 봉준호 감독의 부탁대로 스포일러를 최대한 줄였지만, 그래도 영화에 대한 힌트가 있을 수 있습니다.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언론 시사회가 5월 28일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데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기생충‘에 대한 궁금증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게다가 이야기를 알 수 없게 만들었던 예고편과 영화의 특정 부분 이후로는 스포일러를 자제해달라는 봉준호 감독의 ‘부탁’까지 화제가 되면서 영화의 정체는 더 비밀이 됐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개봉 전까지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이유다.

ⓒCJ 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한 부탁은 가난한 가족과 부잣집 가족의 첫 접점까지만 공개해달라는 것이었다. 돈이 없어 핸드폰도 끊기고, 다른 집에서 암호를 걸지 않은 와이파이를 공짜로 쓰며 세상과 접촉하던 가족의 이야기가 먼저 보인다. 이 집의 장남 기우(최우식)는 친구의 도움으로 고액과외 자리를 이어받는다. 하지만 그는 재수를 거치다가 군대까지 다녀온 후에도 재수를 이어간 사실상 백수다. 미대 시험에 연이어 떨어졌지만, ”손재주가 좋은” 동생 기정(박소담)의 도움으로 연세대학교 재학 증명서를 위조한 기우는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의 딸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다. 이 집에는 엄마 연교(조여정)가 미술 영재라 믿는 막내아들이 있다. 연교는 막내 아들의 새로운 미술 선생님을 찾고, 기우는 동생 기정을 떠올린다.

ⓒCJ 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기우와 기정, 이 두 남매가 설계한 사기극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그리 많이 배운 것도 없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오며 단련시킨 생존본능과 순발력으로 사기극을 완성시킨다. 배우 최우식과 박소담, 이들의 부모를 연기하는 송강호와 장혜진은 연기 속의 연기를 하는 셈. ‘기생충’에서 가장 많은 웃음이 나오는 이 부분에서 관객들도 가장 많은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이들의 사기극은 그렇게 성공하는 듯 했지만, ‘기생충‘의 이야기는 이때부터가 본격적이다. 보도자료가 공개한 대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밝힌 것처럼 기생충이 ‘반전에 매달리는 영화는 아니지만‘, 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통해 영화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보다 더 깊은 곳으로 돌진한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계속 새로운 문을 열고 돌진하는 ‘설국열차‘의 리듬이 떠오를 수 있다. ‘마더‘에서 주인공 도준이 바라보던 집과 집 사이의 검은 골목,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도 떠오를 것이다. 그만큼 이 ‘본격적인 이야기’에는 봉준호 감독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준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배우들의 동선과 편집의 리듬, 절묘한 촬영으로 관객을 매혹시키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이 빛나는 장면도 이때 나온다. 

ⓒCJ 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근작인 ‘설국열차‘와 ‘옥자‘에 비해 ‘선명한’ 영화다. 칸 영화제에서 많은 외국인 평자들과 영화관계자들이 서로 ”우리나라의 이야기”라고 했을 만큼 여러 나라의 관객들도 선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부잣집 동네의 크고 넓고 밝은 집과 가난한 동네의 좁고 어두운 반지하 집 사이의 간극 때문에 선명한 건 아니다. ‘기생충’은 그보다 더 깊고 깊고 깊다. 무엇보다 슬픈 이야기다.  기생충’은 오는 5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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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ffpost KR

- ‘기생충‘은 배우 송강호가 자고 있다가 깨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하는 세번째 봉준호 영화다. 첫 번째 영화는 ‘괴물‘이고 두 번째 영화는 ‘설국열차‘였다. 봉준호의 영화에서 자다가 깬 송강호는 이전과 다른 인물이 되곤 했다. ‘기생충’에서도 마찬가지다.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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