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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앤 메리 체인이 드디어 한국에 다녀갔다

2019년 5월 17일에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huffpost

영국 록 밴드 지저스 앤 메리 체인(이하 JAMC)이 2015년 5월 17일에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8~90년대 스코틀랜드 인디 록씬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 중 하나였던 이들 노장의 공연을 놓칠 수는 없어서 보러갔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주요 멤버들의 나이가 이미 환갑에 가깝기도 하고, 중간에 10년 가까운 공백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조금 미안하지만 긴 일과를 마친 후 허겁지겁 주린 배부터 채우느라 공연이 시작한 직후에야 입장했더니… 예매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공연장이 꽉 들어차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아주 뒷쪽에서 겨우 볼 수 있었다. 키 큰 외국인 남성 관객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봤다기보다는 들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JAMC에는 흔히 ‘슈게이징’, ‘노이즈 록’ 등의 꼬리표가 붙지만, 이번 공연에서 들은 그들의 음악은 ‘기타가 아주 시끄러운 신나는 록큰롤/펑크’라고 부르고 싶었다. 강렬한 톤과 볼륨으로 사운드를 주도한 윌리엄 리드의 기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라인들을 연주했고, 앨범에서는 나직하게 읊조리는 듯했던 짐 리드의 보컬은 라이브에서는 그 요란한 기타에 지지 않을 정도의 힘이 있었다. 그리고 박자와 음정이 어찌나 정확한지, 저런 명창(!)이었나 하고 놀랄 정도였다. 앞쪽에서 관람한 이들의 평으로는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과 카리스마도 엄청났다고 한다. (단 여러 위치에서 관람한 지인들의 경험담을 종합해 짐작해보면 사운드 밸런스는 뒤쪽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 방문한 나라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지나치게 들뜬 기색도, 감격에 겨워 늘어놓는 긴 멘트도 없었다. 잠깐 연습하고 나온 어설픈 한국어 멘트도 없었다. 손가락 V도, 팬덤에서 준비한 합동 응원이나 토끼 모자도 없었다. 그래서 정말 좋았다! 그다지 길지 않은 훌륭한 곡 20곡을 강렬한 에너지로 이어달리는, 정말 만족스러운 록 공연이었다. 공연 시작 후에 입장했던 내가 미안해해야 할 대상은 다름아닌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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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공연 #지저스앤메리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