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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하기로 마음먹었다

행복 인터뷰

P의 회사 사무실을 거리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사무실 풍경을 넣고 싶었으나 글 쓰느라 지쳐 사무실 안에 다시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하기도 이미지를 빌려 쓰게 허락을 구하기도 귀찮아서 다른 인터뷰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P의 회사 사무실을 거리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사무실 풍경을 넣고 싶었으나 글 쓰느라 지쳐 사무실 안에 다시 들여보내 달라고 부탁하기도 이미지를 빌려 쓰게 허락을 구하기도 귀찮아서 다른 인터뷰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P는 누구인가? 디자이너이자 잘 나가는 디자인 회사의 주요 주주이다. 승승장구하던 노키아에서 꾸준히 성장해 치프 디자이너로 디자이너 경력에 정점을 찍었을 때 돌연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현 회사의 창업 멤버 두 명과 함께 회사의 경영이사로 일하면서 고객사에게 든든한 디자인 파트너로 성장하는데 큰 몫을 해냈다. 얼마 전 돌연 경영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천직인 디자이너로 돌아온 그에게 행복에 대해 물었다.

행복에 대한 사회적 접근, 복지국가:

핀란드는 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었을까?

P : 사회가 가치를 추구하는 태도에서 핀란드는 스웨덴과 비슷하다. 반면 한국이나 미국의 접근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복지국가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모두가 안전한 사회이다. 돈이 적거나 아프거나 직장을 잃어도 인간다운 기본 생활은 가능하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매우 냉혹할 것이다. 만약의 상황을 위해 돈을 매우 많이 모아야 할 것이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미래의 위험에 대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많은 고민을 덜어주는 핀란드의 시스템은 일반적인 행복 추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핀란드 세금의 근본적인 의도는 한국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태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한국과 다른 점은 큰 규모로 돈을 한 곳에 모아 어려운 사람들이나 모두를 위해 규모 있고 체계적으로 소비하자는 접근이다.

물론 그 의미를 잊어버리고 높은 세금에 대해 불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가 돈을 빼앗아가서 누군가에게 줘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세금으로 모두를 위한 도로를 만든다던가 누구나 무료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는 활동은 사실상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공동의 노력이다. 그래서 나는 기쁘게 세금을 낸다.

특히, 무료 교육은 부모의 배경과 상관없이 뛰어난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작은 인구를 가진 핀란드에게 무료 교육은 가장 큰 국가 경쟁력이다.

사회적 지위? 경영 이사에서 디자이너로

P : 핀란드는 사회적 지위가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 평등한 사회다. 오히려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는 경향이 있다. 소득의 격차도 크지 않다. 옆집 사람이 사장이라면 나보다 좀 더 벌고 더 좋은 차를 타겠지만 나도 적당히 잘 살고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지위가 대단한 게 아니다. 평등사상도 사실 복지 사회와 일맥상통한다. 미국의 일부 상류층은 페라리와 같은 고급차를 10대를 살 수 있고 보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번에 한대밖에 몰지 못하는데 차를 왜 그렇게 많이 필요로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회사로 옮기기 전 노키아에서 당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의 치프 디자이너였다. 노키아에서 16년간 일했으니 충분한 기간이었고 회사의 내리막길이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정체기가 꽤 지속되었다고 느꼈다. 혼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을 만큼 능력 있는 디자이너인가 하는 의문에 노키아를 벗어나 홀로서기 도전을 시도했다.

그 후 이 회사 초기에 합류했고 수년간 경영과 디자인을 병행해왔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직접 하면서 직원들에게 일의 진행사항을 보여주는 게 단지 일을 지시하는 것보다 회사에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매일 창조해서 사람들을 위해 내놓는 게 너무 즐거웠다.

경영이사 자리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어느 순간 그 직책을 즐길 수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에 집중하고자 내려놨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냐 보다는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휴가와 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

일보다 휴가를 사랑한다?

P : 핀란드 사람들은 휴가를 즐긴다. 일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감사히 여긴다. 사람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선택을 즐긴다. 난 일을 진짜 좋아해서 가끔 휴가는 보낼 수 있지만 장기 여행을 즐길 생각은 없다. 흥미로운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할 필요가 없고 돈을 최대한 모을 필요도 없어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더 할 수 있는 환경을 가졌다. 여행을 좋아하면 여행에 시간을 더 낼 수 있으며 자신의 일에서 꼭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외부적 압력도 없다. 사실 우리 사무실에도 반년 동안 쉬면서 세계여행을 한 친구가 지금 천천히 업무에 적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2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한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간혹 상사가 엄한 곳에서는 상황이 다르겠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척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게으름을 피우거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해도 된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개인적 동기를 가지고 일한다. 또는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리고 블로깅을 하는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인 동기를 가지고 일에 집중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최대한 피할 것이고 최소한의 일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압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내가 일을 해야 다른 사람이 일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책임감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는 고객사와의 관계에서 요구사항이나 제재가 존재하기보다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접근한다. 고객을 위하는 마음으로 내가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느끼고 싶다. 다시 말해 조직의 입장보다는 개인의 동기가 더 중요하다.

독립심:

누군가의 누구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핀란드 사람들

P : 나나 다른 사람들이 일을 할 때 개인적 동기를 중요시하는 자세가 독립심과도 연관이 있다. 핀란드 사람들은 일찍부터 하나의 개인으로 독립해서 살아간다. 내 조카의 경우 20살에 자신의 부모님 집을 떠났는데, 독립이 가능한 상황이 되자 바로 독립한 것이다.

외국인들은 종종 스스로 등교하는 핀란드 어린이들을 보고 놀라곤 한다. 핀란드는 8살 아이도 혼자 학교에 갈 수 있다. 각자 알아서 행동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독립성을 기를 수 있는 것은 사회 기반 시설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감안하고 지어지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들은 학교 주변 환경을 아이들이 스스로 등교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잘 정비해 놓는다.

행복하기로 마음먹다

P : 나는 적당히 행복하다. 그러나 절대로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예전에 동료가 자신은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집도 있고 일도 재미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그가 내게 그렇게 말한 후 2주 뒤에 그의 아내가 그를 떠났다. 그 동료는 정말 행복했었을지 몰라도 그의 아내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적당히 행복한 것이 좋은 것 같다.

행복에 대한 나의 이론은 행복은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행복은 물질적 부나 애정 관계로 정의되지 않고 개인적이다. 예전보다는 지금이 좋으니까 행복하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이 돈이 생기면 우리가 보기엔 여전히 가난해도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할 수 있다.

반대로 건강하던 사람이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불행을 느끼기도 한다. 행복은 무엇을 소유했냐에 의해서 정의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내 일이 좋고 일상에 만족한다. 행복하기 위해 무언가 대단한 일이 생기길 기다린다면 계속 기다리기만 해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일이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다면 행복하다 할 수 있다. 행복은 내가 결정한다. 나는 행복하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P와는 노키아에서 스친 인연이다. 내가 노키아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자신을 위한 도전을 위해 회사를 떠났다. 그때 당시 가장 잘 나가는 프로젝트의 치프 디자이너로 동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던 그가 자신의 자리에서 미련 없이 물러나는 것이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핀란드는 인구가 많지 않기에 전문 영역 각각의 사회는 정말 좁다. 그래서 P의 디자이너로서의 행보는 드문드문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페이스북 친구였기에 그의 사생활도 간간히 엿볼 수 있었다. 그러다 그가 디자인 회사의 경영이사에서 디자이너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이야기는 나에게 그 이유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했다.

때마침 핀란드의 행복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해서 그의 결심이 행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하며 개인적 호기심도 해결할 겸 인터뷰 요청을 했다. 인터뷰 내내 나는 꽤 긴장했었다. 워낙 청산유수의 달변가인 그이기에 그의 이야기에 정신을 놓아버려 작은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인터뷰를 이끌어나갈 질문을 생각해내느라 진땀을 뺐다.

내가 인터뷰하는 주체인데 인터뷰당하는 느낌이었달까? 게다가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들로 미루어 그가 아빠라고 짐작했었는데, 그 가정이 틀렸을 때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아내가 있고 흥미진진한 일을 매일 하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결심한 그의 반짝임이 부러웠다.

* 북유럽연구소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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