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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다

시사저널 녹취록 2탄은 박근혜 '취임 후'의 상황이다

  • 백승호
  • 입력 2019.05.23 16:46
  • 수정 2019.05.24 10:58

 

시사저널이 단독입수한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녹음파일’ 2탄이 공개됐다. 

첫번째 녹음파일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취임 전 비선 회의를 담고 있다. 이 회의는 민간인이었던 최순실씨가 주도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들었으며 정호성 전 비서관이 메모했다.

 

 

최순실 : 정 과장님, 팩트가 있어야지 정확하게. 딱 내지르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부사적이고, 막 이렇게 막 드라마틱도 아니고, 어떡하지.

박근혜 : 딱 꽂히게. 나중에 다 듣고 나면 그것만 남게.

최 : 근데 이건 너무 막 그…주저리주저리 이야길 해가지고.

최 : 청소년들이 위 불량식품에 노출되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이게 취임사에 있는 게 말이 되냐? 참나. 못살겠어. 진짜. 아이스크림 얘기를 왜 안했어요. 아이스크림 먹으면 배탈 나지 않겠습니까? 그 얘기를 넣지. 못살겠어 정말

첫번째 녹취 파일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최순실씨가 ‘낫토를 먹으라’며 입막음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박 : 우리는 그거 빼는 게 좋겠어요. 이렇게 해도, 어떻게 해도 안 예쁘더라고. 그럼 기와 하나만 이렇게 넣든지. 파란 기와.

최 : 그렇게 해봤더니 경회루 같다고 그랬대요.

박 : 그게 낫지. 품위가 있어야지, 이게. 기와 한 장만 딱.

최 : 과일 갖다 드릴까요?

박 : 네?

최 : 과일. 더 드세요.

박: 근데 하여튼 기와 하나만 갖고, 이렇게 좀 청와대(라고) 하면 안 될까요? 이거는 좀 이상하지만. 이건 기완가 뭔가, 이게. 그러면 안 될까요?

최 : 그거는, 그거는 안 될 거 같아. 왜냐하면 사시는 데를...

박 : 좀 촌스럽죠. 상징적으로 만들어야지. 너무 똑같이 하려고 하니까 이상해졌잖아요.

최 : 낫토 드세요. (네?) 낫토 (낫토...)

 

두번째 회의는 취임 후의 상황을 담고 있다. 최순실이 연설문만 고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국정운영에 깊숙이 개입했으며 청와대의 실무적인 판단, 정무적인 결정 등도 최씨를 거쳐서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 : 대수비(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 각 분야에서 체크하고 이런 걸 소상히 문제점들을 올려 주셔가지고 적극 대비하고 내가 이렇게 해준 거에 대해서 여러분이 그동안에 한 해를 넘기면서 노고가 많았다. 그래서 앞으로 차질없이 그런 걸 공유해야지...

최 : 외국인 투자활성법, 각 분야의 그걸 통과시키면 얼마만큼 일자리하고 경제 이득이 있는지 그것도 좀 뽑아 달라 그러세요.

최 : 여야가 합의해서 해달라고 내가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정쟁을 하는 거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한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데.

최 : 계속 1년 동안 이렇게 하는 것이 야당한테, 이게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의도가 뭔지... 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 그다음에 12월 2일로 예산이 풀리지 않으면 지금부터 해가지고 하지 않으면 이 예산이 지금 작년 예산으로 돼서 특히 새로운 투자법(외촉법)이나 국민 그거를 못하게 되는데 이거를 본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을 볼모로 잡고 이렇게 하는 거는 국회의원에 정치권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세요.

녹취 내용을 살펴보면 대통령의 동선도 최순실 선에서 결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 : 그럼 그건 안가는 걸로 하면 되지.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정호성 : 지금 안가셔도 되는데 경제수석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꼭 좀 가셨으면 하는 요청들을...재고를 하셨으면 하는 요청들이 많이 있습니다. 선생님 그러면 상의를 다시 한번 상의해보고 전화 올릴까요?

최 : 상의 해보고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이 내린 ‘결정’에 공을 돌리는 듯한 발언도 했다.

정호성 : 선생님(께서) 목요일에 하는 것 잘 결정해주셔서. 그거 안했으면 국내(문제에는 대통령이) 너무 입 다문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 있었을 텐데. 그런것 해서 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날 공개된 녹취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도 등장한다. 박근혜는 최순실이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그랬던 것처럼 ‘노트좀 하라’는 핀잔을 주기도 했다.

박 : 예 그렇게 하고요 여기에 이제 신재생 에너지에 창조경제를 하자 하는 부분에 이 말을 좀 넣었으면 좋겠어요. 노트를 좀 하세요. 석기시대가 끝나고 청동기시대로 넘어왔잖아요. 그런데 석기시대가 끝나게 된 게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게 아니잖아요. 그게 이제 청동기라는 그 어떤 그 나름대로의 그 당시의 기술로 그렇게 하니까 돌보다 훨씬 좋으니까 청동기 시대로 넘어가버린 거잖아요. 돌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찬가지로 석유 에너지 자원문제라든가 또 기후변화 대응문제라든가 이것도...지금...뭐...그...어떤...그...화석연료라든가 그거가 지금...그...없어서가 아니라...어떤...그...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기술도 좋고 그러니까...과학기술이나 어떤 이런걸 통해서...이제...그...다른 에너지로? 이렇게. 응?

 

 

 

최순실은 지난 2018년, 1심 판결 당시 이렇게 말했다.

″역대 정권마다 실세들이 있었고 그들 때문에 구속수감되는 불운의 역사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전형적인 실세들이 현재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세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리를 요구한 적도, 목표로 한 적도 없습니다.

박 대통령 1심 판결문 중에 “국정농단 책임은 권력을 사인에게 나눠준 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박 대통령에게 권력을 나눠받은 적이 없습니다. 단지 몇 명을 추천해서 정식 과정을 거쳐서 임명되었을 뿐입니다.”

″자리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그의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녹취파일 곳곳에서는 최순실이 그 ‘자리’ 자체였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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