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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이 표절 논란 4년 만에 신작 소설을 발표했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

ⓒ뉴스1

소설가 신경숙이 신작 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단편 ‘우국’ 표절 사건이 불거진 2015년 6월 이후 4년 만이다. 신경숙은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했다. 지난해 숨진 시인 허수경을 추모하며 그와의 인연을 회고한 작품이다.

신경숙은 23일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글을 따로 언론에 보내 표절 사태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이 글에서 그는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의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다”며 “4년 동안 줄곧 혼잣말을 해왔는데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였다”고 썼다.

“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해온 분들께도 마찬가지 마음”이라고 덧붙인 그는 “이후의 시간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저도 모르지만 저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상을 지킬 것”이라며 작가로서 삶을 이어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는 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 써서 저에게 주어진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신작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지난해 10월 숨진 허수경 시인을 추모하는 작품이다. 200자 원고지 220매 분량인 이 중편에서 작가 자신으로 짐작되는 화자 ‘나’는 지난해 7월 독일에서 암투병을 하는 친구가 작별인사가 담긴 이메일을 보내오자 그 친구를 만나고자 프랑스 파리에 머무른다.

소설에 친구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는 신경숙의 ‘절친’이었던 허수경 시인으로 이해된다. 소설 말미에 붙인 ‘작가노트’에서 신경숙은 “젊은 날 내게서 멀리 떠난 친구가 더 멀리 떠났다”고 썼다. 허수경은 1992년 독일로 건너가 그곳에서 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도교수와 결혼해 살다가 지난해 숨을 거두었다.

친구의 이메일을 받은 화자는 무작정 파리로 날아가 호텔에 머무르며 매일 친구와 통화를 한다. 친구가 지내는 독일의 소도시로 가서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다는 화자의 청을 친구는 거절한다. 죽음을 앞두고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소설이 끝나도록 화자와 친구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고, 화자는 이런 말로 편지 형식인 이 소설을 마무리한다. “너에게 갈 수 없으니 나는 여기 있을게. 오늘은 어땠어? 내일도 물을게. (…) 이 고통스러운 두려움과 대면할게. 사랑하고도 너를 더 알지 못해서 미안해.”

한편 이 소설에는 표절 사건이 불거진 뒤 신경숙 자신의 심경을 담은 대목들도 여럿 나와 관심을 끈다. “딛고 있던 나의 모든 바탕이 비난 속에 균열이 지고 흔들리는 것을 목도”했다든가, “칼이 놓여 있는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같이 나는 진정되지 않고 팔딱거리고 있었어”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화자는 어린 시절 동무 피(P)와 절교하게 되었는데, “P에게 걱정을 끼치고 함께 간직한 것들을 훼손시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라는 화자의 토로는 신경숙이 자신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와 문학에 건네는 사과와 화해의 손짓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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