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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고소를 피하는 ‘각도기’? 너무 믿지 마세요!

‘주어가 없다’며 악플 다는 네티즌들, 죄질 더 나빠질 수 있다

ⓒmokee81 via Getty Images
ⓒhuffpost

네티즌들이 온라인상에서 어떤 사람이나 제품, 서비스 등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쓸 때 ‘각도기 잰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 있을 것이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을 각도를 잰다는 의미다. 처벌받지 않는 방법으로 악플 또는 부정적인 게시물을 작성한다는 뜻이다. 욕설한 뒤 ‘내가 그렇다’고 덧붙이거나, 욕설이 연상되는 중의적 표현을 쓰거나, 외국어 번역기로 욕설을 번역해서 올리는 것 등이 있다.

악플 중에 ‘저는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주어가 없습니다’라고 부연한 악플도 쉽게 볼 수 있다. 누구를 모욕하는 것인지 그 대상을 밝히지 않았다면 그 악플은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플을 작성한 원문 게시물이나 악플 내용 자체를 통해 작성자가 누구를 비방하는 것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어서 말장난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또 어떤 네티즌은 ‘공익목적’이라는 말머리를 붙이고 글을 게시한다. 이런 말머리는 주로 자신이 구매한 서비스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내용의 후기를 작성하거나, 자신이 본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글을 작성할 때 많이 쓰인다. 어떤 게시물을 작성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 경우에는 설령 작성한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엔 정말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일까?

‘각도기’ 요령을 피우는 ‘프로 악플러’들 사이에서는 ‘각을 재는’ 새로운 수법이 공유되기까지 하는데, 이들은 주로 단어나 표현의 의미를 모호하게 작성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악플러들이 표현 방식을 어떻게 하든지 간에,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온라인상의 은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악플러들의 생각과는 달리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심지어 의성어나 의태어만 사용했더라도 당사자가 모욕감을 느낀다면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악성 게시물 및 댓글 작성자를 처벌하려면 그 글에 나타난 피해자가 누군지 분명해야 한다. 그래서 작성자들은 실명을 밝히지 않으면 마음껏 욕설해도 된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작성자가 실명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게시물의 내용이나 다른 댓글들을 통해서 피해자를 쉽게 알 수 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별명, 이니셜 등을 쓴 경우나, 작성자가 피해자에 대한 힌트만 제공했는데 제삼자가 알아보고 댓글에 피해자를 거론한 경우 등은 처벌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각도’를 재거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을 면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오히려 보란 듯이 ‘각도를 잰다’거나 ‘주어가 없다’고 으스대다가는 죄질이 더 나쁘다고 비칠 수 있다.

공익성은 어떨까? 실제 사실을 공익목적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여기서 공익이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공익’을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게시물이 공개된 범위, 게시물의 내용과 표현 등을 토대로 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작성자가 ‘공익목적’ 말머리를 달았다고 해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 자신이 겪은 피해는 얼마든지 공개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동일한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사람에 한정하여 공개하지 않으면 공익성이 부정될 수 있다.
특히 유념할 것은 공익을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명예훼손죄이고, 모욕죄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아무리 공익적인 의도로 글을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게시물에 욕설, 경멸적 표현 등을 작성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으로 처벌되지 않아도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아예 공익적 목적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한겨레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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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악플 #네티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