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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21일 22시 29분 KST

장자연 사건 핵심인물 ‘통화기록 증발’ 미스터리

1년치 내역이 없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20일 장자연씨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건을 둘러싼 의구심은 되레 증폭되고 있다. 조선일보 쪽의 외압 등 수사 개입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수사 권고로 이어지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소시효 문제도 있지만, 부실한 초동수사로 증거를 확보할 ‘골든타임’을 넘겨버린 탓이 크다. 이 가운데서도 장씨 등 핵심 인사들의 ‘통화기록 증발’은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수사에 참여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나는 모른다’는 태도다.

 

증발한 통화내역

지난해 7월 장씨 사건 본조사에 착수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사건이 발생했던 2009년 검·경 수사기록을 검토하다 장씨와 장씨의 기획사 대표 김종승씨, 매니저 유장호씨의 1년치 통화내역이 통째로 빠져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당시 수사지휘를 담당했던 박진현 검사(현 변호사)로부터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장씨의 통화내역을 제출받았지만, 원본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파일 최종수정일자(2009년 3월28일)가 통신사가 경찰에 통화내역을 보낸 시점에서 며칠이 흐른 뒤였기 때문이다. 중간에 누군가의 ‘손’을 탔을 가능성이 컸던 셈이다.

당시 통신사는 담당 경찰관의 경찰청 전자우편 계정으로 통화내역을 보냈다. 조사단 조사에서 성남분당경찰서 경찰관은 ‘자료를 통화내역 분석담당 경찰에게 넘겼다’고, 분석담당 경찰은 “통화내역을 수사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해 다른 수사 경찰들에게 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두 ‘자료를 시디(CD)에 저장해 편철하는 업무는 해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경기경찰청 형사과장, 강력계장, 광역수사대장 등은 “기록 담당은 분당경찰서 담당”, “특정 통화기록 삭제는 불가능한 일”, “누락됐다면 단순 실수”, “원본은 못 봤고 부하 직원들이 보고한 자료만 봐” 등 회피성 답변을 내놨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경찰은 통화내역을 별도의 시디 등에 저장하고, 복사본을 만들어 수사에 활용해야 했다.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길 때도 원본과 함께 복사본(분석본)을 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수사기록에는 장씨의 통화내역 원본도, 분석본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다.

 

 

증거 없이 진술만…결국 미제로

통화내역 원본이 사라진 것이 중요한 쟁점이 되는 이유는 조사단이 확보한 방정오 전 <티브이(TV)조선> 대표와 장씨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진술 및 정황과, 박진현 변호사가 제출한 통화내역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씨의 지인 이아무개씨는 “장씨의 다이어리에서 방정오 사장과의 약속을 적어 둔 것을 보았다”고 조사단에 밝혔다. 방 전 사장의 지인인 사업가 김아무개씨도 ‘방 전 사장에게 장씨와 연락을 하고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박 변호사가 내놓은 통화내역에는 장씨와 방 전 사장의 통화기록은 없었다. 하아무개 전 <스포츠조선> 사장으로부터 “당시 정권현 조선일보 법조팀장에게 ‘방 전 사장이 장씨에게 맨날 전화해, 그 통화기록을 뺀다고 고생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조사단은 통화기록 삭제 확인에 공을 들였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조선일보 쪽 사정에 밝은 한 인사로부터 ‘수사팀 한 팀장’이 삭제했을 것이라는 진술까지 확보했지만, 본인이 부인하고 추가 증거도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장씨와 술자리를 함께한 인물들의 통화내역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방 전 대표 역시 그중 하나였는데, 검찰과 경찰이 확보한 방 전 대표 통화내역은 이틀치에 불과했다. 당시 복수의 경찰 수사팀원은 조사단에 “검찰이 통신내역 압수 영장만 수십차례 기각했다” “검찰이 장씨와 자주 만난 것으로 보이는 펀드사 대표 ㅂ씨 통신 영장마저 기각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다이어리·녹취록 등도 사라져

사실 부실했던 것은 통화내역뿐이 아니었다. 경찰은 장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장씨 다이어리와 수첩,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하지만 압수수색 시간은 57분에 불과했고, 장씨의 지인이 ‘조선일보 방사장’ 등이 기재됐다고 밝힌 다이어리 1개, 장씨가 모아놓은 명함들도 압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2009년 3월12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장씨 유족은 ‘장자연 문건’ 원본과 사본을 소각하는 과정을 녹음했다. 한 유족은 사흘 뒤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무슨 일이 생길까봐 녹음기를 가져가 당시 상황을 다 녹음했으니 수사에 참고해달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녹음된 파일과 녹취록 역시 사라졌다.

진실을 확인할 주요 단서들은 누가, 왜, 어떻게 훼손하거나 은폐했을까? 과거사위는 “통화내역과 디지털포렌식 자료, 압수물 등 객관적인 자료들이 모두 기록에 편철돼 있지 않은 이유가 석연치 않고, 주요 자료들이 모두 기록에 누락된 것은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이나 검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이례적”이라며 “수사기관의 증거 은폐 등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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