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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고양 저유소 화재’ 이주노동자에게 자백을 강요했다

"진술 강요와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한다"

  • 김현유
  • 입력 2019.05.20 16:02
  • 수정 2019.05.20 16:08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화재 원인이 된 풍등과 같은 종류의 풍등을 공개하고 있다.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화재 원인이 된 풍등과 같은 종류의 풍등을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수사 당시, 경찰이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20일 나왔다.

지난해 10월7일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인 휘발유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진화에만 17시간이 걸린 이 화재의 원인은 1㎞ 떨어진 강매터널 공사 현장에서 날아온 풍등이었다. 경찰은 풍등을 날린 이주노동자 ㄱ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ㄱ씨를 조사하면서 반복적으로 “거짓말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수차례 물었고, 언론사 기자들에게 ㄱ씨의 이름과 국적, 나이, 성별, 비자의 종류 등이 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이 같은 행위가 진술 강요와 프라이버시 침해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ㄱ씨는 지난해 10월8일 긴급체포된 뒤 28시간 50분 동안 모두 4차례의 피의자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ㄱ씨를 조사했던 고양경찰서 경찰관은 △피해자가 모순점을 지적하는 질문에 답변했음에도 다시 ‘거짓말하지 말라’고 60차례 반복하고 △거짓말인지를 묻는 말에 답변했음에도 ‘거짓말 아니냐’고 20차례 반복하는 등 모두 123차례에 걸쳐 ‘거짓말 발언’을 했다.

인권위는 “헌법 제12조 제2항은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의 관련 규정에 따라 경찰관이 피의자신문과정에서 진술을 강요하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할 염려가 있는 말이나 행동으로 피의자의 진술할 권리와 진술을 거부할 권리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경찰의 ‘거짓말 발언’ 대다수는 ㄱ씨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할 때마다 나타나는데 이는 ㄱ씨에게 사실상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과도한 신상정보 공개로 ㄱ씨의 인권이 침해됐다는 판단도 이어졌다. 경찰은 지난해 10월8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홍보계 취재안내 2보’라는 제목으로 ㄱ씨의 신원 정보를 담은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낸 바 있다. 인권위는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며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는 저유소 화재사건과 무관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악화시키는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안전관리 부실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고양경찰서장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에게 해당 경찰관에 대해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들에게 피의자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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