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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우파-극우 연정이 무너졌다. 조기총선이다.

연정 파트너인 극우정당 자유당의 대표가 한 여성과 부적절한 '거래'를 논의하는 영상이 공개된 후의 일이다.

  • 허완
  • 입력 2019.05.19 13:55
  • 수정 2019.05.19 14:00
집권여당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당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대표(부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2019년 5월18일.
집권여당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당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대표(부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2019년 5월18일. ⓒLeonhard Foeger / Reuters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가 18일(현지시각) 극우 정당과의 연정 파기를 선언함에 따라 오스트리아가 조기총선의 길로 가게됐다. 극우 정당 대표이자 부총리가 스스로를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조카라고 밝힌 한 여성에게 정부 계약 상 특혜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된 후의 일이다.

극우정당인 자유당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는 독일 언론 두 곳이 이 영상을 공개한 이후 당 대표와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으로 폭로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년6개월 전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쿠르츠 총리는 슈트라헤 부총리가 금전적, 정치적 특혜를 대가로 계약 관련 논의를 하는 모습이 담긴 이 영상이 자유당과의 관계를 끝내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고 설명했다.

″어제 영상(이 공개된) 이후 나는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다. (자유당과의 연정은) 더 이상은 안 된다.” 쿠르츠 총리가 언론에 밝힌 입장이다. 그는 그동안 두 정당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었던 자유당 관련 여러 논란을 언급했다.

쿠르츠 총리는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 최대한 빨리 조기총선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는 의회 해산 권한이 있다. 그는 조기총선을 지지한다며 19일 쿠르츠 총리와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 수치스러운 일이며, 누구도 오스트리아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가 영상에 대해 말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 회복은 오직 조기총선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오스트리아 연정 붕괴는 유럽의회 선거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벌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대륙을 휩쓴 반(反)이민 국가주의 정당들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정당 중 하나인 자유당에게도 큰 타격이다. 자유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록적인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국가주의 그룹 중 핵심 세력으로 꼽힌다.

야당인 사회민주당 대표는 조기총선 관련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면 이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ORF 방송에 밝혔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국민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2019년 5월18일.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국민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2019년 5월18일. ⓒLeonhard Foeger / Reuters

 

슈트라헤 부총리가 이날 정오쯤 사임을 밝힌 가운데 좌파 성향 야당 지지자 수천명은 쿠르츠 총리의 집무실 앞 광장에 모여 ‘조기총선 즉각 실시!’ 같은 플래카드와 배너를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시위대 규모를 5000명으로 추산했다.

쿠르츠 총리는 과거에도 극우 연정 파트너가 연루된 논란들과 계속해서 거리를 두는 입장을 취해왔다. 자유당이 연루된 논란 대부분은 당 관계자들과 반(反)유대주의, 인종주의에 관한 것이었다. 아돌프 히틀러의 고향 마을의 부시장이 이민자를 ‘쥐새끼’에 비유하는 시를 쓴 게 대표적이다.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그 모든 성공을 거두는 데 있어서 나는 많은 것들을 이겨내야 했고, ‘쥐새끼’ 시부터 급진적 우파 단체들,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별도의 사건들까지 많은 것을 견뎌내야 했다.” 쿠르츠 총리가 말했다.

″이 모든 걸 그냥 넘어가기 매우 어렵던 상황도 많았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2019년 5월18일.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2019년 5월18일. ⓒLeonhard Foeger / Reuters

 

논란이 된 영상은 2017년 선거 직전 슈트라헤가 이 여성을 만난 모습을 담고 있다. 러시아의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자유당의 대표 슈트라헤는 이 영상이 ”정치적 암살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실제 금전적인 거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불법행위는 사적인 저녁 파티를 불법적으로 촬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대표이자 교통부 장관인 노베르트 호퍼가 당 대표직을 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퍼는 2016년 대선에서 근소하게 패배했으며, 슈트라헤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인물이다.

영상에서 슈트라헤 부총리는 자신의 정당에 대한 자금 지원을 대가로 정부가 특혜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그는 위법행위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멍청하고 무책임한 일이었고, 실수였다.” 슈트라헤 부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는 아내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차분히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내 발언은 끔찍했고 대단히 부끄러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술에 취한 남성의 마초적 행동이었다. 맞다. 나는 여성에게 환심을 사려는 10대 소년처럼 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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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