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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 추모제에서 나온 말들 (사진)

"명백히 약자를 노린 살인은 '묻지마 살인'이 아닙니다"

ⓒ뉴스1

17일 저녁 7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강남스퀘어. 분주히 지나가는 인파 속에서 200명이 말없이 앉아있었다. 침묵은 정확히 5분17초간 이어졌다. 금요일 저녁 번화가 광장에서 ‘작은 섬’이 되기를 자청한 이들은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3주기 추모제 참가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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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17초의 침묵은 2016년 5월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주점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여성 ㄱ씨(23)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화장실에 숨어있던 범인 김아무개(37)씨는 남성 6명이 들고 난 뒤 화장실에 처음 들어온 이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처음 본 여성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경찰 수사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김씨는 “나를 향해 담배꽁초를 던졌다”, “직업적으로 피해를 준다”며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냈지만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김씨가 가진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결론 내렸다.

한국 사회가 본격적으로 여성 혐오를 말하는 계기가 된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이 3주기를 맞았다. 이날 추모제를 연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명백히 약자를 노린 폭력과 살인은 ‘묻지마 살해’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숨쉬는 것처럼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여성은 ‘죽이기 편한 존재’가 되었음을 알고 있다”며 “이를 묵인하고 감추려는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무겁다”고 비판했다. 여성, 장애인, 아이, 노인만 골라 살해한 진주 방화 살인사건 등 최근 벌어진 사건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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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3년 전과 똑같이, 가장 기본적인 사실부터 짚고가야 한다”며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도 발언에 나서 “범죄의 이유가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여성혐오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는 또 다른 혐오의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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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여성 혐오를 부정하는 눈뜬 장님들”에 대한 분노 등이 새겨진 포스트잇 수만 개가 붙었던 강남역 10번 출구에도 다시 포스트잇이 붙었다. 추모제를 끝낸 참가자들은 강남역 10번 출구를 향해 약 600m를 행진했다. 밤 8시께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흰색 장미와 꽃다발을 길거리에 내려놓고 3년 전 그때처럼 포스트잇을 붙였다.

‘우리는 오늘 우연히 살아남았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죽임당하고 있다’, ‘우리는 왜 언제나 운이 나쁜 존재여야만 하나’, ‘지금 우리의 분노가 누군가에게 삶의 자유와 안전이 되길 바란다’와 같은 목소리가 이날 강남역 10번 출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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