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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17일 18시 20분 KST

인권위원장이 최초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성명을 냈다

오늘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이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을 기념하는 성명을 냈다. 2001년 인권위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 또한 그 자체로 존중받고 평등과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최 위원장이 성명에서 밝혔다.

그가 이 자명한 문장을 굳이 성명에 덧붙여야 했던 건 ”우리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여전히 혐오와 낙인,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130여개 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과거 동성애 혐오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로 이 날을 기념”하고 있고, ”주요 국제기구들 또한 성소수자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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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날에 즈음해 발표되는 각종 지표들을 보면, 한국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인식이나 인권보호 수준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SGI법정책연구회가 발표한 ‘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8’ 자료를 보면,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관련 제도 개선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조사할 권한을 가지는 점,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점, 헌법상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만 제한하는 명시가 없는 점 등이 <무지개 지수>의 가점 요인으로 반영되었다.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혼인평등이나 동반자관계등록이 제도화되지 않은 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혐오범죄를 규제하는 법률이나 정책이 없는 점, 퀴어문화축제의 광장사용이 불허되거나, 성소수자 인권단체 사단법인 설립불허와 같이 최근 3년간 정부의 성소수자 공공행사 방해 행위가 있었던 점 등으로 인해 가점 요인이 많지 않았다. (SGI법정책연구회 5월17일)

제도 마련 수준을 수치화 해서 표현한 ‘무지개 지수’ 역시 11.7%(성소수자가 완전히 평등한 국가를 100%으로 가정)에 그쳤다. 유럽 49개국과 비교하면 44위이며, 상위국가인 몰타(94.04%), 벨기에(78.76%), 노르웨이(77.74%), 영국(73.48) 등과는 격차가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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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성명 전문.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국가인권위원장 성명

혐오와 차별을 넘어, 저마다의 빛깔로 마주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IDAHOBI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입니다. 이 날은 1990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을 기념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 130여 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과거 동성애 혐오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로 이 날을 기념하고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기구(IOM),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등 주요 국제기구들 또한 성소수자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날은 성소수자에 대한 오랜 편견과 사회적 낙인의 역사를 반성하고 되새기는 날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여전히 혐오와 낙인,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2016년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10명 중 9명이 혐오표현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 11월 3일 유엔 자유권위원회 또한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태도를 우려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바 있습니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 또한 그 자체로 존중받고 평등과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인권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반대의 날을 맞이하여 이 점을 다시 확인하며, 앞으로도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2019. 5. 17.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