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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든 마약 중독자가 정상적인 삶을 박탈당해야 하는가(영상)

마약은 버닝썬의 VIP 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이진우
  • 입력 2019.05.30 17:49
  • 수정 2019.05.31 19:28

연예인, 클럽, VIP, 부유층, 환락. 한국에서 ‘마약’과 함께 다루어지는 단어들이다. 영화에서 재벌은 마약에 취해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마약판매상 커플은 타락한 삶의 극단을 살아간다. 최근 버닝썬 사건이 터지면서 VIP와 마약은 연관 검색어로 묶일 정도가 됐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마약은 버닝썬의 VIP 룸 안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약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던 평범한 사람이, 오늘 데이팅 어플을 통해 만난 누군가를 통해서 마약을 접하기도 한다. 그렇게 마약을 접한 사람은 마약 중독자로 낙인 찍힌 내일을 살게 된다. 마약을 접하기 전에 얼마나 성실하게 살았는지, 일정한 치료를 받으면 다시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저 마약 중독자일 뿐이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자기가 추구하는 쾌락을 좀 더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부류”다. 미디어에서 일방적으로 다루어지는 모습이 바로 첫번째 부류다. 한 교수가 소개한 두 번째 부류는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우울한 상태든, 극심한 고통을 잊기 위해서든, 사회적으로 소수자의 지위에서 억압을 받는 상황에서든)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진 생활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경우”다.(*이 구분이 첫번째 부류에 대한 비난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첫번째 부류와 두번째 부류는 구분되지 않았다. 어느 부류든 ‘마약 중독자‘라는, 같은 낙인이 찍힌다. 이 영상엔 ‘두번째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겨레 기자로 일하던 허재현씨의 이야기다. 허재현씨는 10년 이상을 치열하게 일했고, 허재현씨가 일하는 모습을 본 동료도 그 치열했던 모습을 증언한다.

‘치열하게 살았다’는 사실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잘못을 결코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마약에 손을 댔다는 것만으로 한 개인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모조리 박탈 당하는 상황에 가혹한 측면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왜 모든 마약 중독자들은 정상적인 삶을 박탈 당해야 하는 걸까. 이 영상 속 허재현씨와 허재현씨를 바라보는 이들의 이야기에 담겨 있는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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