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5월 17일 10시 18분 KST

유럽의 극우 열풍을 가늠할 유럽의회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극우 정당들은 유럽 난민 사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Rawf8 via Getty Images

“유럽연합(EU)이 유럽을 죽이고 있습니다. 개방적 이민정책은 끝내야 합니다. 프랑스의 문을 달고, 이 나라에 들일 사람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는 14일 프랑스 북부 소도시 아베빌을 찾아 이렇게 호소했다. 국민연합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23살의 ‘젊은 피’ 바르델라를 후보자 명부 1번에 올리고 반이민·반유럽 정서를 자극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사흘 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연합은 22.5%의 지지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0.5%포인트 차로 제치고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의 향후 5년간 정치적 방향성을 결정할 유럽의회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3일 영국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26일까지 28개국 시민 5억명이 의원 751명을 선출하게 된다. 이번 선거는 시리아 내전 등으로 촉발된 난민 사태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극우 정당 열풍의 수준을 가늠하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EMMANUEL DUNAND via Getty Images

 

유럽의회는 최대 96석(독일)부터 최소 6석(룩셈부르크·에스토니아·몰타·키프로스)까지 인구 규모에 따라 회원국별 의석 수가 할당돼 있지만, 선출된 의원들은 국가별로 의정 활동을 하는 대신 정치 이념과 성향에 따라 그룹을 형성해 활동한다.

현재 유럽의회에는 8개 정치 그룹이 있다.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 그룹과 중도좌파 사회당 그룹(S&D)이 줄곧 제1당과 제2당을 차지해왔다. 두 중도파 그룹의 점유율은 2009년 61%에서 2014년 54%로 낮아지긴 했지만 줄곧 과반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유럽 외교협회는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두 정당의 의석 확보율이 이번에 42%(322석)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유럽민족자유(ENF)와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 등 극우 그룹은 의석을 2배 가까이 불려 20%선까지 장악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이 무소속까지 끌어들이면 3분의 1을 넘는 35%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럽 통합의 상징인 유럽의회가 ‘반유럽주의자’들이 활개를 치는 무대가 되는 모순적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겨레

 

극우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독일을 위한 대안’, ‘덴마크 인민당’, ‘진정한 핀란드인’ 등 다른 나라 극우 정당들과 손잡고 새 정치 그룹 ‘유럽대중·국가연합’(EAPN)을 결성해, 유럽의회 장악에 나서겠다고 벼르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로이터> 통신은 “더딘 경제 성장에 대한 불만이 있고,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이슬람에 대한 공포가 만연된 상황에서 이민자들 때문에 안보가 위협받는다는 막연한 불안이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의 극우 정당 약진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극우의 무풍지대 같던 스페인에서도 지난달 총선에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는 등 유럽 13개국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득표율 10% 이상을 확보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영국에서도 무조건적인 유럽연합 탈퇴를 외치는 브렉시트당이 창당 한 달 만에 34%의 지지율(지난 11일 조사)을 얻으며 보수당과 노동당을 제끼고 1위를 차지했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2019년 10대 리스크 중 네번째로 ‘유럽 포퓰리즘’을 꼽으며 “유럽 회의론자들이 유럽의회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영향력을 가지면서 (회원국들이) 이민·무역·법치 등 주요 이슈에 관한 공감대를 구축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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