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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 낙태 금지의 진짜 목적 : 연방대법원의 '낙태 허용' 판결을 뒤집으려는 것이다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게 만들려는 것이다"

케이 아이비 주지사 
케이 아이비 주지사  ⓒASSOCIATED PRESS

15일 케이 아이비 미국 앨라배마 주지사(공화당)가 낙태를 거의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헌법으로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장하게 한 1973년의 연방 대법원 판결 ‘로 대 웨이드’(Roe v. Wade)를 뒤집는 걸 목표로 하는 법안이다.

로 대 웨이드는 수정헌법 14조로 여성의 낙태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앨라배마주의 이번 법은 낙태를 거의 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는 최소 10년, 최고 99년까지 투옥될 수 있다. 유일한 예외는 ‘임신으로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다.

작년에 보수 성향의 판사 브렛 캐버노가 대법관으로 지명되며, 반낙태 활동가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보다 과감해졌다.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불법화한 주들도 나왔는데, 이는 여성들에게 낙태 결정은커녕 임신 사실을 깨달을 시간조차 거의 주지 않는 결정이다.

ACLU(미국 시민 자유 연맹) 등의 단체는 곧 이 법에 대한 소송을 낼 것이라고 ACLU 생식 자유 프로젝트의 상근변호사 알렉사 콜비-몰리나스는 밝혔다.

주법에 대한 소송은 연방 지방법원, 항소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

이 법은 낙태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와 너무나 어긋나기 때문에 하급법원에서 신속히 이 법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고 시카고-켄트 법학교의 캐롤린 샤피로 교수는 말했다. 샤피로 교수는 일리노이주 법무차관 출신이다. 콜비-몰리나스 변호사는 대법원까지 가려면 아마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 
브렛 캐버노 대법관  ⓒASSOCIATED PRESS

그러나 이 법안의 지지자들은 하급법원에서 이 법을 지켜주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대법원까지 가서 대법관 9명 중 5명에게서 이 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정을 받는 게 그들의 목표라는 것이다.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를 뒤집게 만들려는 것이다 … 로 대 웨이드가 국법(국가의 법률)인지, 계속 국법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히 답변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샤피로 교수의 말이다.

그러나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 법대 교수는 이 법을 막겠다는 지방법원의 결정을 항소법원이 유지할 경우, 대법원이 이 사건을 받아들이기나 할지 의문을 표했다.

“이 어설픈 시도는 완전히 실패할 것이다.” 트라이브 교수가 이메일에서 밝혔다.

법원이 판례를 뒤집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일어나기는 한다. 미국 사법 제도의 핵심적 부분은 선례 구속성의 원리(stare decisis), 즉 한 이슈에 대해 기존 판례를 따른다는 개념이다. 이 원칙은 여러 세대에 거쳐 일관적인 법치를 할 수 있게 한다.

ⓒASSOCIATED PRESS

그러나 미국 대법원은 “선례 구속성의 원리가 바꿀 수 없는 원칙은 아니다”라고 여러 번 밝혔으며, 법관 구성이 바뀌거나 법관 다수가 기존 판결이 틀렸다고 생각할 경우 판례를 뒤집는 경우도 있었다. 대법원은 이번 주에 수십 년 동안 유지되었던 주 자주권에 대한 사례를 뒤집었으며,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은 앞으로 어떤 사례가 뒤집힐지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반낙태 활동가들은 캐버노를 비롯한 대법관 다수가 앨라배마 사건에서도 기존 판례를 번복하길 바라고 있다.

로 대 웨이드는 최근 40년을 통틀어 가장 논란이 된 판례 중 하나였고,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을 기회가 몇 번 있었다. 1992년에는 남동부 펜실베이니아 가족계획 대 케이시 사건(Planned Parenthood of Southeastern Pennsylvania v. Casey)이 있었는데, 대법원은 낙태 권리 보호를 유지했으나 주들에게 낙태 규제 재량권을 더 많이 부여했다. 또한 법원이 낙태 제한을 판단할 때 보다 약한 기준을 적용하라는 판결도 당시 나왔다.

ⓒJAMES LAWLER DUGGAN / Reuters

앨라배마의 이번 법이 널리 관심을 받고 있지만, 법원이 이 사건을 고려하기도 전에도 로 대 웨이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6년 판결을 뒤집고 낙태를 시술할 수 있는 의사의 종류를 한정하는 루이지애나의 법을 합헌 판결할 경우, 로 대 웨이드가 남아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낙태를 불법화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주들이 낙태를 금지하지 않아도,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키지 않아도,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를 뒤집지 않아도 미국인들에게 낙태 권리를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 허프포스트 US의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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