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샌프란시스코가 경찰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에게는 안면인식 기술의 남용을 규제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 허완
  • 입력 2019.05.15 18:13
  • 수정 2019.05.15 18:17
ⓒDAVID MCNEW via Getty Images

전 세계 주요 테크 기업의 중심이자 미국 사회운동의 전통으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가 경찰이나 정부 기관들의 안면인식 기술 활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다. 미국 주요 대도시 중에서는 처음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Board of Supervisors)가 14일(현지시각) 찬성 8표 대 반대 1표로 가결한 이 조례는 경찰 등 정부 당국이 범죄 용의자 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안면인식 기술이나 이 기술로 확보된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새로운 조례는 시 정부의 기구나 부처에서 번호판 자동인식 레이더나 바디캠, 생체인식 기술 관련 장비들을 도입하려 할 경우 반드시 시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다음주에 추가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긴 하지만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남부 실리콘 밸리에 모여있는 테크 기업들은 앞다투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 개발에 열중해왔다.

조례를 제출한 시의원 애론 페스킨은 샌프란시스코가 ”모든 테크의 중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므로 지역 의원들에게도 그에 걸맞은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이 기술의 남용을 규제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들의 본사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수사당국 등이 범죄 용의자 색출을 이유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방대하게 수집,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해왔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북캘리포니아 사무소의 맷 케이글 변호사는 안면인식 기술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추적할 수 있는 전례 없는 힘을 정부에 선사한다”고 말했다. ”그건 건강한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일이다.”

ⓒKevin Frayer via Getty Images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최악의 케이스는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모든 국민들의 얼굴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개발·구축하고 있다. 정부는 수억명의 얼굴 정보가 담긴 방대한 데이터를 손에 쥐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구 7명 당 1대 꼴로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안면인식 기술을 접목해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의 신상을 추적하고, 중범죄 용의자의 신원을 척척 파악할 뿐만 아니라 무슬림 위구르인 같은 소수 집단을 면밀히 감시한다. 섬뜩한 기분마저 들 정도다. (NYT는 최근 생생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통해 중국 정부가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 전체를 어떻게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었는지 조명한 바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안면인식 기술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이고, 몇몇 해외 정부들도 중국의 이 독보적인 중앙집권 감시 시스템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부의 안면인식 기술 활용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일례로 2016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 유치장에서 사망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수사당국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과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시위 용의자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미국 대부분의 공항과 경기장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콘서트장에서 스토커들을 식별하기 위해 이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한 일화도 유명하다.

″우리가 어디에 가든 정부가 시민들을 추적하고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일단 확보하게 되면, 익명으로 발언하거나 사회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지난달 NYT 기획 기사에 소개된 비영리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EF)’의 제니퍼 린치의 말이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는 아직 안면인식 기술 활용을 제한하는 연방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 정부에서도 따로 규제를 두지 않고 있으며, 뉴욕 시 의회에서 관련 기술 활용 내역 공개 의무를 기업들에게 부과하는 법안이 제안됐을 뿐이다. 

편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해 와이어드가 소개한 MIT와 조지타운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마이크로소프 및 IBM의 안면인식 기술을 시험해보니 유색인종이나 여성의 얼굴의 경우 식별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 분석에 쓰이는 데이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사법당국의 편향적 법집행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는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다.

ⓒRobert Alexander via Getty Images

 

샌프란시스코의 금지 조치에 대한 반론도 있다. 범죄 용의자 검거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을 아예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조지워싱턴대 헌법 전문가 조너선 털리는 ”공항과 국경의 보안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이 기술의 가치를 부인하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에 공공의 안전이라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중략)

...경찰관들의 노동조합인 샌프란시스코경찰관협회는 금지 조치가 범죄 수사 노력에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이 아직 100% 정확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건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협회장 토니 몬토야가 말했다. ”최소한 범죄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 기술이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뉴욕타임스 5월14일)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테크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샌프란시스코 #안면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