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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아 데이비스' 실종 사건이 미국 사회를 분노로 들끓게 만들다

4살 아이가 사라진 지 10일이 넘었다

  • 박세회
  • 입력 2019.05.15 16:24
  • 수정 2019.05.15 16:27
ⓒCOURTESY OF THE HOUSTON POLICE DEPARTMENT

휴스턴의 4살배기 아이가 사라졌다. 열흘이 넘도록 아이의 생사를 모른다. 경찰에 아이의 실종을 신고한 양부가 용의자로 지목됐다. 소셜미디어에는 끔찍한 예측이 떠돌고 있다. 미국 사회는 아이의 양부는 물론 부주의했던 모친까지 처벌해야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주도 휴스턴에 거주하는 데리온 벤스(26)는 자신의 딸 말리아가 실종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벤스가 처음에 경찰에 알린 바에 따르면 이는 폭행 납치 사건이었다. 벤스는 아내이자 말리아의 생모인 브리타니 보웬스를 태워오기 위해 1살배기 아들, 4살배기 딸 말리아와 함께 닛산 알티마 차량을 몰고 조지부시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 강도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브리타니 보웬스는 지난 30일부터 자신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시를 떠나 있었다. 

벤스는 당시 타이어를 체크하려 차를 세웠는데 3명의 라틴 계열 남성이 그를 때려 눕혔다고 말했다. 의식이 돌아왔다고 밝힌 시간은 다음날인 4일 오후 6시께. 그는 공항에서 40마일(약 64km) 떨어진 텍사스 슈가 랜드의 도로에서 의식을 찾았으며 아들은 그와 함께 있었으나 말리아와 자동차는 사라졌다고 밝혔다. 

ⓒ휴스턴 경찰 배포

그러나 이후 경찰은 벤스가 5일 닛산 알티마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을 포착한 감시 카메라 영상을 찾아냈다. 슈가 랜드의 한 병원 주차장이었다. 또한 9일에는 한 택시 운전사의 신고로 미주리시티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닛산 알티마 차량을 찾아냈다. 당시 경찰견이 차량의 트렁크에서 시체가 부패한 흔적을 찾아냈다고 보도됐다. 닛산 알티마의 트렁크에서 세탁 바구니와 가스 캔이 발견됐다. 이후 벤스의 아파트를 수사한 경찰은 말리아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결정적 증거는 옆집의 CCTV에서 나왔다. 세탁 바구니에 검정 비닐봉지를 담아 밖으로 가져가는 벤스의 모습이 포착된 장면을 발견됐는데, 벤스의 차량에 있는 것과 같은 세탁 바구니였다.

11일 경찰은 벤스를 증거 인멸의 혐의로 체포했다. 휴스턴 ‘뉴 블랙 팬서 네이션‘의 리더인 흑인 활동가 ‘쿼넬 X’가 보웬스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쿼넬 X는 지난 금요일(10일) 기자회견을 통해 ”벤스는 보웬스에게 아파트를 청소하러 간다고 말했다. 그녀는 벤스가 왜 아파트를 청소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벤스는 나가서 클로락스(세제의 종류) 한 병을 더 사서 돌아왔다”라고 밝혔다. 

ⓒneighbor's surveillance footage.

쿼넬 X는 또한 KHOU11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은 벤스가 이 아름다운 아이의 시신을 훼손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라며 ”배수구 시스템에서 왜 인간 조직의 흔적이 발견됐는가? 왜 신체 조직의 흔적이 싱크대와 욕조의 배수 시스템에서 발견됐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일련의 정보들은 시체를 훼손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청소했다는 정황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이 사건이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던지는 이유는 그 잔혹성 때문만은 아니다. CNN은 최근의 유사한 사건을 모아 ”또 다시 보호자라며 실종을 신고한 사람이 사실은 범인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일리노이주의 한 부모가 사망한 아이의 시체를 지하실에 숨긴 채 실종 신고를 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4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애시빌의 한 여성이 자신의 7주된 아기를 골짜기 아래로 던진 후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실종 신고를 한 사건이 있었다. 

벤스와 한 집에서 살며 사실혼 관계를 이어 오던 보웬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보웬스 측은 인터뷰를 통해 ”벤스와 약혼 했으나, (사건이 있기 얼마 전) 그가 중요 신체부위를 찍어 다른 남성에게 보낸 것을 발견하고 반지를 돌려주며 약혼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약혼을 취소한 상태에서 아이를 학대한 전력이 있는 분노한 남자친구에게 아이를 맡기고 도시를 떠나 위험에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벤스가 자신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 ‘라티노’ 납치범을 언급한 것 역시 문제가 됐다. 흑인과 라틴 계열 사이의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프레임을 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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