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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15일 11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5월 15일 11시 32분 KST

정부의 '금지'를 뚫고 쿠바에서 게이 퍼레이드가 열렸다 (화보)

'시민사회' 기반이 약한 쿠바에서는 꽤 이례적인 일이다.

YAMIL LAGE via Getty Images

정부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쿠바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이 12일 아바나에서 자체적으로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열었다. 일당독재 국가인 쿠바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다.

100명이 넘는 쿠바인들이 모여 “다양성있는 쿠바 만세!”를 외치며 무지개 깃발을 들고 아바나 센트럴 파크에서 바닷가 대로까지 1킬로미터 가까이 행진하다 수십 명의 보안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했다.

사복 경찰에 의해 최소 3명의 활동가들이 체포됐으며, 공식 허가가 나지 않은 집회라는 이유로 다른 이들에겐 해산 명령이 내려졌다.

“LGBT 커뮤니티에게 있어 중요한 순간이었지만, 전반적 쿠바 시민사회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었다.” 독립 언론인이자 LGBT 활동가인 메이켈 곤살레스 비베로의 말이다.

“소셜 미디어가 역할을 하고 있고 시민사회는 힘을 보여주었다. 필요하다면 거리로 나설 수 있고, 이제부터 정부는 그걸 감안해야 할 것이다.” 

YAMIL LAGE via Getty Images

 

이건 쿠바에서 국가 기관과 별도로 자체적으로 조직된 두 번째 행진이었다. 쿠바에서는 드문 일이다. 첫 행진은 약 한 달 전에 있었다. 동물 권리 보호를 위한 지난 번 행사는 지역 당국의 허가를 받기는 했다.

국영 성교육 센터(CENESEX)가 지난 주에 동성애 혐오에 반대하는 12번째 연례 콩가 행사(쿠바의 게이 퍼레이드)를 갑자기 취소하자 활동가들은 직접 행진을 하기로 했다.

공산당 제1서기 라울 카스트로의 딸인 마리엘라 카스트로가 이끄는 CENESEX는 성명을 내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및 좌파 동맹국 베네수엘라에 공격적으로 나오는데 힘을 얻은 일부 단체들이 이 행사를 통해 정부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수십 년째 쿠바에 민주주의를 퍼뜨리고 공산당 정부를 약화시키려고 시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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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러 LGBT 활동가들은 쿠바 정부의 방침은 복음주의 교회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이 교회들은 쿠바에서 지지자를 늘려가고 있으며 성소수자 인권 확대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CENESEX는 이번 행진이 ‘도발’이라고 비난했고, 일부 활동가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익명으로, 혹은 안보 당국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참석하지 말라는 위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정치적 행진이 아니다. LGBT 커뮤니티를 조명하기 위한 축하 행사다.” 미르나 로사 파드론 딕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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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사회가 강해지나?

활동가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 행진을 홍보했다. 쿠바에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인터넷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모이는 사람들의 수도 늘었다. 때로는 이런 집회가 정책에 영향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의 반대 캠페인이 커지자 쿠바 정부는 예술 탄압 법령의 전면적 시행을 유보했고, 기업가들과 전문가들의 불만에 따라 민간부문 규제에서도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공공 장소는 철저히 통제해왔다. 최근 노동절 퍼레이드처럼 정부에 대한 지지를 밝히는 행진만 허가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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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콩가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예외적인 행사였고, 피델 카스트로가 1959년에 혁명을 일으킨 이후 한 때 성소수자들을 노동 수용소에 보내기도 했던 쿠바 정부가 최근 몇 년 간 LGBT 인권에 있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동성 섹스 금지 법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쿠바는 무료 성전환 수술을 제공하고 섹슈얼리티에 기반한 차별을 금지한다.

일부 LGBT 활동가들은 콩가 취소는 이러한 권리들이 퇴행할 것이라는 징후라고 말한다. 최근 새 헌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예상보다 LGBT에 대한 반대 세력이 더 컸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일 수 있다.

많은 쿠바인들은 동성 결혼을 명백하게 허용하는 헌법 초안에 반대했다.

복음주의 교회들 역시 개헌에 대해 유례없이 큰 반대 캠페인을 펼쳤고, 결국 헌법 초안은 동성결혼을 금지하지도, 허용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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