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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에는 25년 동안 바다 위에 살았던 사람이 있다

항구 앞에 부유물을 띄우고 컨테이너를 얹어서 살았다

ⓒ완도군청 제공

전남 완도에서 25년 동안 바다 위에 살았던 무주택 60대가 긴급구호조처로 섬마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완도군은 13일 “금당면 울포항 선착장에서 20m 떨어진 해상에 컨테이너로 임시 거처를 만들어 살던 이아무개(63)씨를 마을 안쪽 빈집으로 이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4일 13.2㎡(4평)의 해상구조물을 떠나 마을 안의 방 2칸, 거실 1칸, 부엌 1칸을 갖춘 49.5㎡(15평)짜리 어엿한 주택으로 옮겼다. 이씨는 8일 어버이날엔 여태껏 연락이 끊겼던 딸 2명이 새 주택으로 찾아오는 겹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이씨는 “심신이 지쳤는데 면에서 집을 찾아 수리하고 생필품을 지원해 준 덕분에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이곳 출신인 이씨는 젊은 시절 부산으로 나가 배를 만드는 사업을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1994년 아픔을 안고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그는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설상가상으로 췌장 수술까지 하는 바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형편이었다. 땅도 집도 없었던 그는 항구 앞에 부유물을 띄우고 컨테이너를 얹어 거처로 삼았다. 유일한 재산인 소형 선외기로 고기를 잡아 생계를 겨우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역의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주민들은 여름에 태풍이 불거나 겨울에 북풍이 거세면 그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금당면사무소는 줄곧 “태풍이 불거나 추위가 닥치면 위험하다”며 이사를 설득했다. 이씨는 “가장 셌다는 볼라벤에도 끄덕없었다”고 버티었다.

완도군은 지난 3월 지역사회보장협의체회의를 열고, 이씨를 구호하기로 결정했다. 울포항에 대합실을 신축하면서 이씨 거처가 선박의 항로를 방해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구호작업은 마을 안에 비어있는 이씨 사촌 집을 무상으로 임대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군·면·주민·행복복지재단 등이 십시일반으로 구호비 2000여만원을 마련했다. 이어 빈집의 지붕과 화장실을 개축하고, 전기 가스 수도 등을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수소문 끝에 연락이 끊겼던 딸 2명의 행방도 찾을 수 있었다.

군 사회복지사 추계수씨는 “이씨의 건강이 나빴지만 노인 연령에 이르지 않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으로 관리할 수도 없었다. 늦기 전에 구호해 비로소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최봉구 금당면장도 “해상 임시 거처는 뒤집히거나 침몰해버릴 위험성이 높았다. 녹슬고 낡아버린 거처는 해체한다는 방침이다.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을 도와줄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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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전라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