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9년 05월 13일 22시 36분 KST

문재인 대통령이 “막말 정치, 혐오 부추기는 정치”라며 한국당 지도부를 우회 비판했다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청와대 제공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 중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잇따른 정치권의 막말 논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정치권 전체에 당부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맥락을 살펴보면 자신과 여권, 지지층을 향해 연일 거친 ‘말폭탄’을 쏟아붓는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특별히 정치권에 당부드린다.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촛불 이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며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렸으면 한다”고 했다.

‘5.18 망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색깔론을 덧씌운 용어로 정부·여당을 공격하고, 연일 장외집회를 이어가던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근 극우 누리꾼들이 사용하는 비속어를 사용해 자신의 지지층을 비난한 상황 등을 지칭한 발언으로 보인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영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수보회의 모습은 지난해 6월과 12월에 이어 세번째로,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영상중계시스템을 통해 생중계됐다. 

문 대통령은 “험한 말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정치로 경쟁하고, 정책으로 평가받는 품격 있는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민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자신과 집권세력의 책임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 삶이 팍팍하고 고달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큰 틀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이제는 정책이 국민의 삶 속으로 녹아들어가 내 삶이 나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을 향해서는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게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공직자들이 열심히 잘해 주었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낡은 질서 속의 익숙함과 단호히 결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가면 고도성장할 수 있었던 추격형 경제의 익숙함을 버리지 않고는 저성장의 덫을 벗어날 수 없다”며 최근 보수진영에서 잇따르는 ‘소득주도성장’ ‘포용적 성장’에 대한 공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에게 기회와 혜택을 집중했던 특권 경제의 익숙함을 깨뜨리지 않고는 불평등의 늪을 헤쳐 나올 수 없다. 혁신적 포용국가와 신한반도 체제를 통해 국민이 성장하는 시대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는 모든 청와대 직원이 볼 수 있게 영상으로 중계됐다. 영상회의는 문 대통령 취임 뒤 세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