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과 가까운 아랍에미리트 동부 해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2척을 비롯한 선박 4척이 의문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이 이란의 공격 계획을 탐지했다며 중동에 전력을 증강 배치하는 가운데 공격 배후를 둘러싼 논란까지 불거져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고 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이 아랍에미리트 동부 오만만의 푸자이라 인근 수역에서 12일 오전 6시께 자국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사우디 국영 통신이 보도했다. 알팔리 장관은 “2척 가운데 하나는 미국으로 수출할 원유를 적재하려고 사우디 동부 라스타누라항으로 가던 중이었다”며 “다행히 사상자나 원유 유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선체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사우디 정부 발표는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전날 자국 근해에서 화물선 4척이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한 데 이은 것이다.
두 나라 정부는 공격 주체와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고, 피해 상황도 그 이상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알팔리 장관은 “이번 공격은 전세계 소비자들에 대한 원유 공급의 안전성을 해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이다.
이번 공격이 발생한 해역은 페르시아만 주변에서 생산되는 원유 수송의 주요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에서 불과 140㎞ 떨어진 곳이다. 최근 미국이 이란산 석유 완전 금수 등 제재 강화에 나서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미국 해사청은 10일 “이란이나 그 대리 세력이 홍해와 바브엘만데브해협,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을 포함한 상선과 미군 함정을 공격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이란은 “악의를 지닌 자들의 음모”라며 배후론을 일축했다.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오만해에서 발생한 사고는 놀랍고 우려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공격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며, 이 지역 해상 안보를 저해하려는 외세의 모험적 행보에 대해 경고한다”고 밝혔다. ‘외세’란 이란의 공격 징후를 이유로 페르시아만 쪽으로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들을 배치한 미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