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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직장에서 '꾸밈노동'을 해야 하는 이유(영상)

패션, 용모 관리 등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사회적 압박을 가리키는 말이다.

″‘메이크업이 매너’라고, 그 말이 강압적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죠.”

‘꾸밈노동‘은 화장이나 패션, 용모 관리 등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사회적 압박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는 사회적 기준에 따른 ‘여성성’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성 고정관념을 부추기고,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기대치를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성차별적이다. 실제 여성 직장인들은 ‘꾸밈’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팀장님께서 조금 더 세련되게, 프로페셔널하게 입어야 더 높은 직위로 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저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되고...”

″저의 인사평가권을 가진 상사는 ‘화장을 안 하는 건 불성실하다’고 생각하는 분이세요.”

″꼭 치마를 입되 화려하지 않고 평범한 색깔과 디자인을 입어야 하고요. 바지를 입으면 복사뼈를 반드시 가려야 한다는 암묵적 규정이 있어요.”

″남자 직원분들이 옷 색깔이나 디자인에 제한을 받는 경우는 제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 같아요.”

ⓒLasha Kilasonia via Getty Images

이렇듯 여성에게 ‘꾸밈노동‘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여성을 ‘공간의 장식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계속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일단 우리 사회는 여성의 노동을 노동 그 자체로 평가하지 않는다. 여성이 아름답지 않으면 능력이 없다고 평가해버리는 것”이라며 ”여성에게 요구하는 ‘화사함’이라는 것은 여성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지 못하게 만들고, 여성이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방해가 된다”고 밝혔다.

사회적 압박에 의한 ‘꾸밈‘을 ‘노동‘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들어 힘을 얻고 있다. ‘꾸밈‘이 노동이라면, 여기에 대한 비용이 지불되어야 하겠지만 오히려 여성들은 ‘꾸밈‘을 위해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 허프포스트가 만난 여성 직장인들은 한 달에 적게는 5만원에서 15만원까지 ‘꾸밈’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들이 매일 아침 화장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더하면 그 비용은 더욱 높아진다.

ⓒЕлена Рубан via Getty Images

앞서 지난해 11월, 샤넬코리아 소속 백화점 직원들은 ‘꾸밈‘을 노동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임금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샤넬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자체 꾸밈 규칙‘을 엄격하게 따르고 있는 만큼 ‘꾸밈노동’ 시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샤넬코리아 직원들의 투쟁은 특수한 경우다. 평범한 직장인이 ‘꾸밈노동’을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개인이 회사에 저항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앞서 허프포스트가 만난 여성 직장인들 역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사로부터 ‘꾸밈‘을 강요받고 있거나, ‘꾸밈’에 대한 암묵적 사내 규정을 지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배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내부에 함께하는 세력을 만드셔야 해요. 여직원회든 노동조합이든, ‘이것이 문제‘라고 하는 것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결과적으로 ‘꾸밈노동’이 성차별을 야기한다고까지 문제 인식이 확장되고 나면 법이 만들어지고 제도가 설계될 수 있습니다.”

ⓒHappyNati via Getty Images

‘꾸밈‘이 더 이상 요구되지 않는 사회가 온다면 어떨까? 여성 직장인들은 입을 모아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20분, 30분은 더 잘 수 있고, 저녁에 피곤해도 클렌징 한 번만 해도 되고요.”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전했다.

″강요받지 않고, 원하는 날에만 화장을 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업무에도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고요.”

″업무 속도에도 효율이 생기고, 훨씬 더 활동적으로 빨리빨리 일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한편 ‘꾸밈노동‘에 대한 이슈는 한국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해외에서는 최근 들어 ‘꾸밈노동‘을 거부하거나, 노동으로서 정당하게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캐나다에서 ‘하이힐 의무 착용 금지법’이 통과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월에는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승무원들의 ‘메이크업 의무’ 규정을 폐지했다. 일본에서는 하이힐로 대표되는 직장 내 ‘꾸밈노동’의 현실을 알리는 해시태그 ‘#KuToo’가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김현유·이소정·박사연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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