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5월 10일 17시 21분 KST

모든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이 '제 2의 오바마'를 찾는 건 아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바마의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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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하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내세우는 것은 거의 두 단어로 요약 가능하다. ‘버락 오바마’.

초기 설문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바이든은 스스로를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일 뿐만 아니라 오바마의 유산을 가장 잘 계승할 수 있는 후보로 내세운다. 도널드 트럼프 이전의 시절이 그립다면 자신을 뽑으라는 얘기다.

이 전략은 몇 가지 가정에 바탕을 둔다. 더 젊고 신선한 라이벌들이 아니라, 바이든이야말로 오바마의 정치적 후계자로 보여진다는 가정, 민주당 유권자들은 조금 더 진보적인 길을 가기보다는 오바마 시절을 되살리기를 원한다는 가정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근거가 없는 가정은 아니지만, 설문조사에 의하면 둘 다 명백하지는 않다. 또한 유권자들이 내년 경선에서 결정을 내릴 때 오바마를 얼마나 떠올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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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후계자로서의 바이든

최근 허프포스트/유고브 여론조사에 의하면, 현재로서는 바이든이 그 어떤 다른 후보들보다 오바마의 후계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압도적인 의견은 아니며, 다른 후보들이 오바마의 후계자를 자임할 여지도 있다.

바이든이 오바마와 가장 비슷한 경선 후보라고 답한 이들은 조사에 응한 민주당 및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이하 ‘민주당 유권자’) 중 절반에 약간 미치지 못했다.

“오바마는 젊었고, 아웃사이더에 가까웠고 백인이 아니었지만 바이든은 그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파이브서티에잇의 페리 베이컨 주니어가 올해 썼던 글이다. ”다른 후보들이 바이든이 아닌 자신이야말로 2020년의 ‘오바마 후보’라고 주장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이 수치로도 바이든은 다른 후보들보다 상당히 앞서나가고 있다. 24~27%는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 비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 사우스벤드 시장이 오바마와 가장 비슷하다고 답했다.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사추세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등 그밖의 후보들이 오바마와 가장 비슷하다는 응답은 20% 이하였다.

백인 민주당 유권자들은 비백인 민주당 유권자들에 비해 부티지지가 오바마와 닮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4배 높았다. 35세 미만의 유권자들은 바이든이 오바마와 비슷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35세 이상에 비해 더 낮았다. 이 패턴들은 전반적인 인종 및 연령에 따른 후보 지지와 대체로 일치한다.

바이든은 오바마에게 지지선언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초기 유세에서 부통령 시절을 핵심 소재로 언급하면서 오바마의 리더십을 추켜세우고 ‘오바마-바이든 민주당원’을 자임했다.

바이든의 출마 선언 직후 오바마의 대변인 케이티 힐은 지지선언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에 조 바이든을 러닝 메이트로 선택한 것이 자신이 했던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다고 오래 전부터 말해왔다”는 입장을 냈다. ”오바마는 선거운동 기간과 재임 기간 내내 바이든 부통령의 지식, 통찰력, 판단에 의지했다. 두 사람은 최근 10년 동안 특별한 유대 관계를 맺었으며 지금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 유대는 특히 흑인 유권자들에게 중요할 수 있다. 이들은 민주당원 중에서도 오바마를 특히 긍정적으로 보는 집단이며, 초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 중 하나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했으며, 그게 무슨 뜻인지 당신도 알 것이다. 내게 있어 그는 다른 후보자들보다 우선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독실한 크리스천인 바버라 케인 시브룩(58)이 뉴욕타임스에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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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2.0?

오바마가 물러난 이후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고, 지금도 민주당 내에서 거의 보편적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모든 민주당 유권자들이 ‘또다른 오바마’를 뽑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허프포스트/유고브 설문조사에서 민주당 유권자의 87%는 오바마의 취임 기간 행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다음 대통령이 오바마의 정책을 이어가길 원한다는 답변은 다수이기는 했으나 54%로 그보다 적었다. 트럼프의 정책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응답자는 3%에 불과했으나, 다음 대통령이 오바마나 트럼프와는 다른 방향으로 미국을 이끌기를 원한다는 답변은 35%로 소수였지만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민주당 유권자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8%는 다음 후보가 오바마만큼 진보적이길 원한다고 답했고, 31%는 오바마보다 더 진보적이길 바란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보다 보수적이 되기를 원한다는 답변은 10%에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은 조금 바뀌었다.”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여론 조사 담당자 폴 하스태드가 AP에 말했다. ”전략과 접근법에서 오바마보다 더 공격적인 사람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더 진보적인 후보에 대한 지지는 민주당 유권자 중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층에서 가장 높았다. 35세 이하 민주당 유권자의 45%가 오바마보다 더 진보적인 후보를 원한다고 답한 반면, 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같은 응답이 25%에 불과했다. 대졸자의 경우는 그 이하 학력의 유권자에 비해 그와 같은 응답이 12%포인트 더 높았다.

물론 유권자들이 이러한 이념적 구분만으로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조사에 의하면 바이든을 고려하고 있는 유권자의 절반은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는 샌더스에 투표할 것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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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이든이 가장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집단인 젊은 유권자들은 오바마 재임 시절에 대한 평가도 박하게 내리고 있다. 35세 이하의 민주당 유권자들은 오바마 재임 전체에 대한 긍정 평가가 그외 집단에 비해 17%포인트 낮았고, 오바마의 경제, 외교, 환경, 건강보험에 대한 평가 역시 13~17%포인트 더 낮았다. 오바마가 재임 중 긍정적인 변화를 많이 이루었다는 답변도 20%포인트 더 낮았다.

오바마를 좋아하는 유권자라 해도 오바마가 했던 일을 이어가는 게 어떤 후보의 주요 장점이라고 꼭 생각하는 건 아니다. 뉴햄프셔의 몬머스 대학교가 이번 주에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민주당 경선 유권자 중 34%만이 오바마의 유산을 이어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다.

“민주당원들이 오바마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2020년 경선에서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대통령이다.” 조사를 담당한 패트릭 머레이의 말이다. ” 이것 아니면 저것을 골라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오바마의 유산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은 그를 이어가려면 2020년에 트럼프를 이기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내년에 트럼프를 상대하게 될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든, 그는 전체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오바마의 유산과도 씨름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그건 힐러리 클린턴에게 은총이자 저주였던 것으로 판명났다.

2016년 7월, 오바마의 인기는 높아졌고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 역시 탄탄했지만, 유권자들은 대통령으로서 오바마가 걸어온 길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유리하고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봤다. 트럼프 취임 당시 트럼프가 오바마의 정책을 이어가길 원한다는 답변은 31%에 불과했으며, 절반은 새로운 방향을 원한다고 답했다.

많은 대중은 여전히 무언가 새로운 것을 원한다. 허프포스트/유고브 설문 조사에서 다음 대통령이 오바마의 정책을 이어가길 원한다는 답변은 25%에 불과했고, 트럼프를 따르길 원한다는 답변은 약 3분의 1에 그쳤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오바마도 트럼프도 아닌 새로운 방향을 원한다, 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 허프포스트US의 Not All Democratic Voters Are Looking For The Next Barack Obama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