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꼬리잡힌 김학의, 과거 죄까지 처벌 가능할까?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범죄가 드러났다

( 김학의의 범행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위 기사에 있다)

 

 

김학의의 첫번째 범죄 혐의 : 특수강간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별장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이다. 이 성폭력 사건은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먼저 과거 언론이 관행적으로 이 사건을 불렀던 방식, 즉 ‘성접대’로 보는 관점이다.

″건설업자 윤씨는 2010년 초부터 주말이나 휴일에 유력 인사들과 골프를 친 뒤 강원도 원주에 있는 고급 별장에서 술자리를 열어 성접대를 했다고 한다. 경찰은 윤중천씨가 최근 분양사업에 실패해 자금난에 처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사회 고위층에게 두루 접근한 것으로 보고 있다.” - 2013년 3월 한겨레

즉 이 사건을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자신의 업무에 도움을 받기 위해 여성의 성을 접대했다‘로 요약할 경우 김학의가 벌인 일은 뇌물죄, 정확히 말하면 ‘수뢰죄(뇌물을 공여받음)’가 된다.

하지만 최근 드러난 상황을 살펴보면 이 ‘별장 성접대’ 사건을 성접대로 축소시키기 힘들다. ‘성접대‘가 말 그대로의 성접대가 되려면 피해자에 대한 강압, 폭력 등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복수의 증언은 이 사건이 ‘성접대‘가 아니라 ‘성폭력’ 사건으로 조명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윤중천에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진도 찍히고. 걔(윤중천)는 수시로 잘 찍는다. (협박용 동영상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 집(가족들)에게도 뿌렸다”

“드링크제 하나랑 마이신처럼 생긴 약을 피로회복제라고 줬는데 먹으니 나른해졌다. 그게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내가 윤중천과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촬영되고 있었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일정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종합하자면 이렇다. 건설업자 윤씨는 피해여성에게 접근한 뒤 약물을 이용해 강간한다. 법적으로는 준강간 혐의다. 그리고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협박한다. 이를 빌미로 여성들을 고위층 성접대에 동원한다.

핵심은 이 상황을 김학의가 알고 있었냐이다. 별장 성폭력 피해자들이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김학의는 건설업자 윤중천과 ‘강간을 공모‘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법은 2인 이상이 합동으로 강간을 저지를 경우 ‘특수강간’으로 본다.

 

김학의의 두번째 범죄 혐의 : 수뢰죄

김학의의 두번째 혐의는 ‘뇌물죄’이다. 건설업자 윤중천은 그간 김학의에게 여러 차례 뇌물을 줬다고 증언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윤중천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2007년 초 김 전 차관이 ‘서울 목동 재개발사업 인허가 및 시공사 문제 등을 도와주겠다”며 그 대가로 ”사업 잘 풀리면 목동에 집을 한 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윤씨의 진술은 더 있다. 윤씨는 김학의가 “사무실에 걸면 좋겠다”며 자신의 그림을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그림은 감정가가 1000만원 이상이다.

한 김학의 성폭력 피해자는 과거 경찰에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이 들어 있는 흰색 봉투를 주는 것을 직접 봤다. 김 전 차관이 소파에 앉아 그 봉투를 받아서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고도 진술했다. 윤씨가 김학의에게 상시적으로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이다. 실제 검찰은 김학의가 2007~2008년 윤씨로부터 수백만원을 현금으로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김학의가 ‘억대‘의 뇌물을 우회적으로 수수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른바 ‘제3죄 뇌물죄‘인데 과정은 이렇다. A씨는 김학의와 윤중천에게 성폭력을 당했으며 ‘김학의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한 사람이다. A씨는 윤중천에게 1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윤중천은 A씨가 돈을 갚지 않자 2008년 2월에 횡령죄로 고소했고 6개월 뒤에 고소를 취하했다. 고소를 당한 A씨는 성폭력(혹은 성접대) 사실을 이야기하겠다고 했고 김학의는 성폭력(혹은 성접대)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A씨를 입막음 하기 위해 윤씨에게 A씨의 빚을 탕감해달라고 부탁했다는게 윤씨의 진술 취지다.

 

 

'별장 성접대와 뇌물 의혹사건' 정점에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마친 후 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별장 성접대와 뇌물 의혹사건' 정점에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마친 후 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김학의 처벌의 핵심 쟁점은 공소시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범죄 증거를 확보하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범죄를 저지른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이냐이다.

범죄 시기가 중요한 점은 공소시효 때문이다. 공소는 검사가 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과정이다. 범죄인의 형은 재판과정을 통해 확정될 수 있기 때문에 검사의 공소권은 일종에 형벌청구권이라고 볼 수 있다. 시효는 말 그대로 시간적 효력이다. 따라서 공소시효는 범죄인에 대해 재판을 청구할수 있는 시간을 언제까지로 볼것이냐에 대한 규정이다. 공소시효가 완성되면 검사는 범죄인의 혐의가 확정된다고 해도 재판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범죄인은 더이상 처벌받지 않는다.

앞서 김학의의 범죄가 특수강간죄와 뇌물죄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특수강간의 경우 최대형이 무기징역(성특법 제4조)이므로 공소시효는 15년(형사소송법 제249조)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공소시효에 관한 형사소송법은 2008년에 개정됐다. 개정 이전에는 특수강간의 공소시효가 10년이었다. 그래서 김학의의 특수강간 범행 시점이 2008년 이전으로 확정된다면 2018년에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2008년 이후라면 빨라야 2023년에 완성되므로 아직 넉넉하다.

뇌물죄의 경우는 한가지 요건이 더 필요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뇌물을 받은 액수가 1억원이 넘는 경우에는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되지만 뇌물액이 3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일 경우는 공소시효가 10년이다. 3000만원이 되지 않을 경우 7년으로 줄어든다.

검찰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김학의는 윤중천으로부터 2018년 2월에서 8월 사이에 1억원의 뇌물을 제3자에게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뇌물요구 시점이 2018년 이전이라면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전이기 때문에 공소시효 15년을 적용할 수 없고 뇌물요구 액수가 1억원이 되지 않는다면 2018년 이후라도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지금 범죄를 물을 수 없다. 즉 김학의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2018년 1월 1일 이후 1억원 이상의 금액을 요구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만약 이 범죄가 인정된다면 검찰 측은 김학의의 2018년 이전 범죄도 물을 기회가 생긴다. 우리 판례는 동일한 방법과 동일한 의사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전체를 하나의 범죄로 본다. 법률용어로는 ‘포괄일죄’라고 한다.

실제 법원은 한 공무원이 약 1년 반 사이에 17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뇌물을 수수한 경우를 하나의 뇌물죄로 보았다(90도1588). 김학의가 윤중천에게 동일한 의사로 뇌물을 요구했다면 이를 모두 하나의 범죄로 볼 수 있고 뇌물 요구의 마지막 시기가 2008년 이후라면 모든 뇌물죄에 대해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간 김학의를 처벌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 것이 바로 공소시효였다. 검찰은 최근 공소시효 완성을 저지할 수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윤중천의 진술이 거짓일 수도 있고 검찰이 진술을 토대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할 수도 있다. 어느 하나만 해당돼도 김학의의 처벌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김학의 #뇌물 #윤중천 #별장 성폭력 #공소시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