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 백악관 초청행사가 열렸고, 선수들이 대거 불참했다

알렉스 코라 감독도 백악관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 허완
  • 입력 2019.05.10 11:43
ⓒASSOCIATED PRES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그러나 유색 인종 선수들 대부분은 행사에 불참했다.

″놀라운 우승을 축하합니다.” 대부분 백인 선수들만 참석한 선수단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행사를 앞두고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에 ‘Red Sox’ 대신 ‘Red Socks’라고 오타를 냈다. 백악관 풀기자단 리포트는 ‘월드컵 시리즈 챔피언’이라고 적는 실수를 저질렀다.

지난해 가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팀으로 똘똘 뭉쳤던 레드삭스 선수들은 이번 백악관 초청을 두고 엇갈린 태도를 취했다. 최소 10명의 유색인종 선수들이 백악관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알렉스 코라 감독 역시 불참했다.

최근 코라 감독은 2017년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마리아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대응 때문에 백악관 축하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고 자란 코라 감독은 지난 일요일 현지 언론 ‘엘 누에보 디아’ 인터뷰에서 행사에 참석하는 게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포수 크리스티안 바스케스 역시 불참했다. 그는 ”개인적” 이유를 들어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9일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ASSOCIATED PRESS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푸에르토리코를 다시 한 번 공격했다. 플로리다와 푸에르토리코 모두 지난 2017년 5등급 허리케인 마리아로 큰 피해를 입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레드삭스 출신인 데이빗 오티스는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었다면 자신도 불참했을 거라며 코라 감독의 결정에 지지를 표했다.

″알렉스는 지금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곳에 가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해야 하는데, 이건 적에게 다가가서 악수를 하는 것과도 같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오티스가 라디오 방송국 WEEI에 한 말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벌어진 그 모든 일들을 한 번 생각해보라. 사람들은 분노한다. 사람들은 몹시 화가 났다. 그는 사람들을 분열시켰다.”

데이비드 프라이스, 잰더 보가츠, 샌디 리온, 에두아루두 누녜즈, 헥터 벨라스케스,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 라파엘 데버스, 그리고 MVP에 빛나는 무키 베츠 등이 모두 이번 행사에 불참했다. 몇몇 선수들은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고, 몇몇 선수들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MLB네트워크 존 헤이먼 기자 : 월드시리즈의 영웅인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5월9일 백악관 행사에 갈 계획이 없다고 나에게 말했다. ”지금 야구 시즌이다.” 프라이스의 말은 이게 전부였다. 앞서 아메리칸리그 MVP 무키 베츠를 비롯해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 라파엘 데버스, 헥터 벨라스케스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멕시코 출신인 벨라케스는 불참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나는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알다시피 대통령은 멕시코에 대해 많은 말들을 했기 때문이다.” 바스케스가 ‘매스라이브’에 말했다. ”멕시코에도 나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 내가 거기 출신이다. 나는 그곳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ASSOCIATED PRESS

 

주요 스포츠의 전년도 우승팀을 초청해 축하 행사를 개최하는 건 백악관의 오랜 전통 중 하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이 전통이 매우 정치적으로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엮이는 걸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소수집단 출신 선수들이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하기 시작하면서다.

은퇴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 아담 리폰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백악관이 개최한 미국 대표팀 초청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게이인 리폰은 당시 올린 트윗에서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차별하는” 정부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백악관은 관례와는 달리 WNBA(미국 여자프로농구) 등 일부 여성 팀들을 초청 대상에서 빼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팀들에 대해 초청을 아예 취소한 적도 있다. 2017년 NBA(미국 프로농구) 우승팀 골든 스테이트워리어스의 몇몇 선수들이 자신을 비판하자 그는 트위터로 초청 취소를 발표했다. 2017년 NFL(미국 프로미식축구) 슈퍼볼 우승팀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힌 뒤에도 초청 자체를 취소했다.

최근에는 올해 NCAA 우승팀 버지니아대 남자 농구팀 전체가 백악관 초청을 거부했다. 감독은 일정상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탠리컵(북미아이스하키 결승) 우승팀 워싱턴 캐피털스 일부 선수들도 백악관 초청을 거절했으며, 일부 선수들은 트럼프에 대한 반대 때문이라고 밝혔다.

 

* 허프포스트US의 Red Sox Players Of Color Skip White House Visit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스포츠 #도널드 트럼프 #백악관 #보스턴 레드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