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5월 09일 15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5월 09일 15시 50분 KST

케임브리지 연구 : 코카콜라는 어떻게 과학을 지배하나

거대 음료 기업이 과학을 움직이는 방법

Joshua Lott / Reuters

케임브리지 대학 정치외교학과 연구진들이 ‘코카콜라를 비롯한 거대 기업들이 교묘한 계약 관계를 이용해 건강 및 보건과 관련된 연구들을 (잠정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현지시간) 코카콜라의 ‘잠정적’ 연구 지배 사례를 골자로 하는 케이스 스터디가 미국 국립건강정책 학회의 공식 학회지인 ‘공중보건정책학회지’에 실렸다. 

해당 연구를 보면 코카콜라는 대학이나 공공기관의 연구자들과 연구 협약을 맺으며, 연구의 내용을 사전에 살펴보고, 어떤 이유든 상관 없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세심하게 구조화된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최근 다국적 기업의 의학 및 과학 연구 지원의 투명성 문제가 불거지자 기업들은 자신들이 후원한 연구 프로젝트의 리스트와 규모 그리고 연구진과의 사이에 적용되는 원칙을 공개한 바 있다”라며 ”그러나 이런 자료가 다국적 기업과 연구진 사이의 복잡한 관계의 본질 및 이와 관련한 계약 의무를 밝히기에 충분한가”라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연구진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코카콜라의 사례를 살폈다. 연구진은 정보 공개법에 따른 요청으로 입수한 8만7000여 페이지의 계약 문서를 살펴봤다. 

이들은 이중 최소 미국 내 주요 대학 4곳과 진행한 5건의 연구 협정에서 잠정적으로 ”(코카콜라가) 선호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연구를 파기하거나 코카콜라가 계약 파기를 빌미로 연구진들을 압박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정보공개를 통해 입수한 케이스에서 코카콜라가 이러한 조항의 실력을 행사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항의 존재 자체만으로 연구에 왜곡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하기엔 충분하다. 전례가 있다. 지난 2015년 비만 예방과 공공 영양 상태 개선을 모토로 하는 ‘글로벌 에너지 밸런스 네트워크’(GEBN)가 코카콜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연구 법인들의 엉터리 연구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코카콜라가 이 기관을 창립하는 데 140만 달러를 후원하고 창립자 2명의 연구에 400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폭로하며 ‘GEBN’이 비만의 원인을 ‘음식 섭취‘가 아닌 ‘운동 부족’의 탓으로 돌리는 대중 프레임을 짜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코카콜라와 펩시 등 다국적 기업이 소위 말하는 비영리 기구를 움직이는 방법이 만천한에 드러났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와 히스패닉연맹(HF)은 코카콜라로부터 160만 달러를 후원 받고 탄산음료 규제 조치에 반대하고 나섰으며, 2009년부터 아동 비만의 주범인 탄산음료에 과세를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던 아동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2010~2015년 사이에 5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받고 이 주장을 멈췄다. 

이번에 케임브리지의 연구진이 밝힌 연구 협약 계약의 세부 항목들은 다국적기업의 ‘잠재적’ 연구 지배 방식이 더욱 교묘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의 대표저자인 새라 스틸 박사는 미국 CNBC에 ”대형 담배 회사와 대형 제약회사의 교과서적인 전략이다”라며 ”우리는 같은 현상이 거대 식음료 회사에서도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본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