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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장자연 수사 때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협박했다"

"생애 가장 충격적 사건"

ⓒ한겨레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제 집무실로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서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했습니다.”

2009년 고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정은영) 심리로 열린 민사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조 전 청장은 장자연 사건을 수사했던 2009년 3∼4월께 이동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수원에 있는 경기지방경찰청으로 직접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7월17일 방영된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 방송에서 인터뷰한 발언을 법정에서 재확인한 셈이다. 이날 재판은 조선일보사가 지난해 10월 장자연 사건 보도와 관련해 피디수첩 쪽에 6억원, 미디어오늘 쪽에 4억원, 조 전 청장에게 3억원 등 모두 13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열렸다.

조 전 청장은 당시 이 전 부장이 언성을 높이거나 소리를 질렀냐는 피고 쪽 질문에 대해서는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했다”며 “(이명박 당시) 대통령하고 전혀 관련도 없는 사건을 가지고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사건 처리를 잘못해서 정권 퇴출 퇴진 운운하는 식의 부담을 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조 전 청장은 10년 전 일과 관련해 이 전 부장이 찾아온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당시 느꼈던 감정은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조 전 청장은 “제가 살면서 가장 충격받았던 사건 중 하나”라며 “그렇게 당하고 나니까,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제가 당황스러워하면서 우리 경찰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사회부장 본인은 절 협박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결과적으로 이 전 부장의 말대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안 받고 경기지방경찰청이 서울까지 진출해 직접 조선일보를 찾아가서 조사한 것 같다”며 “그건 굉장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사를 경찰서에서 받지 않은) 결과를 봤을 때 보는 시각에 따라 충분히 협박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겨레>는 2009년 4월23일 경기지방경찰청 경찰의 방 사장 방문조사에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담당하는 <조선일보> 기자 2명이 배석해 ‘황제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조선일보 쪽에서 조 전 청장의 대학 후배인 이종원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보다 이 전 부장이 내부 직위 관계상 후배임을 설명하며 “자신의 선배의 선배인 분을 협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느냐”고 묻자 조 전 청장은 “당시 이 전 부장이 저한테 한 게 사회부장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지 않으냐”라며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이야기하면 신문사 선배다 그런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부장이 재판에 직접 나와 “길에서 저를 만나면 알아보겠느냐”며 조 전 청장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장자연 사건에 대한 취재 경쟁에 심했던 2009년 당시 수사 대상인 신문사의 사회부장이 조 전 청장의 집무실에 찾아간다는 게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조선일보 쪽 질문에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찾아온 것이 노출되면 곤혹스러울 수 있으니까 당시 보안 유지를 극도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지난해 7월17일 방영된 피디수첩 방송에서 “(조선일보 쪽에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 달라고 나한테 협박을 했다”며 “한판 붙겠다는 거냐(고 하더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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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조선일보 #조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