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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계 최대 행사인 '멧 갈라'는 어쩌다 '대환장 파티'가 되었나?

사진 기자들이 사랑할 만한 드레스가 잔뜩이다

  • 박세회
  • 입력 2019.05.08 14:54
  • 수정 2019.05.08 15:17
ⓒRabbani and Solimene Photography via Getty Images

환장 : 어떤 것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정신을 못 차리는 지경이 됨을 속되게 이르는 말.

지난 6일 열린 멧 갈라(Met Gala)는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였다. 오해하지 마시라.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좋아서 ‘대환장’이다. 

언뜻 봐서는 코스튬 파티로 봐도 무방할 만한 화려한 의상들이 멧 갈라의 레드카펫을 채웠다. 

루피타 뇽은 형광색 드레스를 입고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뒷머리에 별을 달고 등장했다.

ⓒRaymond Hall via Getty Images

뉴욕 패션계의 최대 행사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의 자선 행사 ‘멧 갈라’(Met Gala)는 원래 이런 자리가 아니다. 독특한 드레스로 주목을 끄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독특함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러나 이번 2019년의 멧 갈라에 ‘지켜야 할 선’ 따위는 없었다. 카라 델레바인(아래 사진)의 머리에 꽂혀 있는 틀니가 보이는가? 

ⓒGotham via Getty Images

순간 토르의 누나 헬라인 줄 알았던 셀린 디온 역시 점잖은 패션 행사 레드카펫의 선을 한참 넘은 지점에서 시작 중이시다. 

ⓒRabbani and Solimene Photography via Getty Images

‘7눈박이’ 에즈라 밀러의 메이크업을 보고 나면, 

ⓒKarwai Tang via Getty Images

극세사 이불 광고가 생각나는 카디비의 드레스는 지나치게 평범해 보일 지경이다. 

ⓒRabbani and Solimene Photography via Getty Images

이런 대환장 파티가 펼쳐진 이유는 이번 멧 갈라의 주제가 ‘선 넘기’이기 때문이다.

2019년 멧 갈라의 공식 주제는 ‘캠프 : 패션에 관한 단상‘(Camp : Notes on fashion)이다. 소설가이자 예술평론가인 수전 손택의 에세이 ‘캠프에 관한 단상’(Notes on “Camp”,1964)에서 따온 제목이다. 

손택이 공들여 설명한 ‘캠프‘는 꽤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보통 ‘캠프’는 진지함을 거부하는 과장의 미학 양식으로 풀이한다. 고급과 저급을 가르는 기존의 가치 판단에 따르지 않고 연극적인 정도에 초점을 맞춘 미학적 양식으로, 얼마나 극적으로 과장됐는지에 스타일의 초점을 맞추다 보니 탈정치적이며, 탈권위적인 특성을 띤다. 

누군가 에즈라 밀러의 메이크업과 의상을 보고 ‘뭐하러 저런 의미도 없는 짓을 하느라 애를 썼지?’라고 얘기했다면 밀러의 의도가 캠프의 감수성을 관통했다고 볼 수 있다.

주제가 ‘캠프‘다 보니 해외 언론에서는 예년이라면 아름답다고 칭찬받았을 드레스들이 ‘주제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예를 들면 아래 지젤 번천이나 기네스 펠트로의 의상은 ‘캠프는 아니다’라는 평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특수 분장을 뽐내는 경연장에 ‘저는 기네스 펠트로 분장’이라며 풀 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다.  

ⓒTaylor Hill via Getty Images

지젤 번천 역시 캠피하지는 못하다는 평이다. 

ⓒRabbani and Solimene Photography via Getty Images

보그가 ‘베스트 드레서’로 꼽은 레이디 가가의 의상을 보면 캠피한 스타일에 대한 감이 좀 잡힐지도 모르겠다. 

ⓒWABC – NY

캠프의 근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과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빌리 포터의 황금 날갯짓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Pop Sugar UK Fashion

발렌티노 리버라치의 무대 의상에서 영감을 받은 라이언 머피의 의상은 정말 환장의 끝판왕이다.

ⓒLe HuffPost

참고로 미국의 가수이자 피아니스트인 리버라치(아래 사진)는 캠프의 현신이라 볼 수 있다. 

ⓒGary Gershoff via Getty Images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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