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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핵협정 일부 불이행을 선언했다.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협정 탈퇴를 선언한 지 1년 만이다.

  • 허완
  • 입력 2019.05.08 16:27
  • 수정 2019.05.08 16:32
(자료사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남부 부시르 핵발전소를 둘러보는 모습. 2015년 6월13일.
(자료사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남부 부시르 핵발전소를 둘러보는 모습. 2015년 6월13일. ⓒASSOCIATED PRESS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15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이행하기로 했던 의무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7일(현지시각) 선언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협정 탈퇴를 선언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에 나온 발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이 협정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처럼 일방적으로 협정 파기를 선언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핵협정 자체의 운명이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우리가 오늘 선택한 길은 전쟁의 길이 아니라 외교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논리에 의한 외교다.”

그는 이날부터 시행될 몇 가지 단계적 조치와 상응 조치들을 언급했다. 협정에 참여했던 유럽 국가들에게도 이같은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란은 유럽 국가들에게 60일의 시한을 주면서 한 가지 질문에 답할 것을 요구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미국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어기고 이란과 석유 거래를 계속함으로써 핵협정을 살릴 것인가?’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참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독일(5+1)과 이란의 외교 대표자들이 협정 타결 기념촬영을 마친 뒤 한 관계자가 깃발을 옮기는 모습. 오스트리아, 빈. 2015년 7월14일.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참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독일(5+1)과 이란의 외교 대표자들이 협정 타결 기념촬영을 마친 뒤 한 관계자가 깃발을 옮기는 모습. 오스트리아, 빈. 2015년 7월14일. ⓒASSOCIATED PRESS

 

우선 이란은 이날부터 원자로 가동에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비축량을 늘릴 계획이다. 협정에 따른 보유 한도는 각각 300kg과 130t이다. 핵무기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만약 유럽 국가들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란은 협정에 따라 폐쇄됐던 아락(Arak) 중수형 원자로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로하니 대통령은 설명했다.

물론 이란이 당장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한층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최근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되살리고 정치·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왔다. 이란산 석유 수입을 전면 금지(한국도 더 이상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하는 등 제재를 대거 부활시킨 데이어 최근에는 이란의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위협 징후’가 있다는 이유로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급히 파견하기도 했다. 

이란 핵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였다.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 핵협정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미국, 워싱턴DC. 2015년 7월15일.
이란 핵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였다.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 핵협정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미국, 워싱턴DC. 2015년 7월15일. ⓒAlex Wong via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인 이란 핵협정을 ”역사상 최악의 합의”로 규정하며 지난해 탈퇴를 선언했다. 이란이 핵협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는 국제 기구의 거듭된 확인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협정을 휴짓조각으로 만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권에 입문하기 훨씬 전부터 이란과의 협정에 부정적이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대표적인 반대파 중 하나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마찬가지다. ‘친(親)이스라엘‘과 ‘반(反)이란’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인물들이 미국의 중동 외교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란은 이란대로 내부적 압박에 직면해있다. 협정 탈퇴 선언 이후 미국이 압박을 강화함에 따라 어떻게든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란에게 미국의 제재 복원은 치명타나 다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에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사진은 협정 탈퇴 소식에 분노한 이란 시민들이 미국 깃발과 이스라엘 깃발을 불태우는 모습. 이란, 테헤란. 2018년 5월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에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사진은 협정 탈퇴 소식에 분노한 이란 시민들이 미국 깃발과 이스라엘 깃발을 불태우는 모습. 이란, 테헤란. 2018년 5월9일. ⓒATTA KENARE via Getty Images

 

이란 핵협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과 독일이 2015년 7월 이란과 체결한 협정이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대거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해주기로 한 게 핵심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사찰과 정기적 모니터링도 허용했다.

그러나 미국이 협정 탈퇴를 선언한 이후 협정의 운명은 불확실해졌다. 이란은 미국을 뺀 유럽 당사국들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경제적 관계를 계속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주요 유럽 기업들은 이란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이란으로서는 협정을 준수할 인센티브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이란으로부터 이같은 소식을 사전에 통보 받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프랑스가 가장 먼저 우려를 밝혔다. 전날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란이 핵협정에 위배될 조치들을 발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우리 유럽국가들로서는 협정에 따라 제재를 재개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가 말했다. ”우리는 그걸 원하지 않으며 이란이 그런 결정을 내리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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