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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다. 브렉시트를 아직 못해서 그렇다.

영국 정부가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공식 확인했다.

  • 허완
  • 입력 2019.05.08 11:10
  • 수정 2019.05.08 12:52
ⓒASSOCIATED PRESS

원래 계획은 이렇지 않았다.

영국이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2018년 말 영국과 EU가 긴 협상 끝에 탈퇴 조건 합의를 매듭지었을 때도, 그 누구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EU를 떠날 예정인 영국이 결국 EU에서 영국을 대표할 의원들을 뽑기로 했다. 애초 계획과는 다르게 EU 탈퇴가 지연된 데 따른 것이다.

7일(현지시각) 데이비드 리딩턴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5월23일에 실시될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공식 확인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던 테레사 메이 총리의 반복된 장담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다음 최소 3주 동안 관련 법률 제·개정 작업을 끝마쳤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세 번이나 부결됐던 브렉시트 합의안(Withdrawal Agreement)이 당장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합의안이 발효되지 않아 EU 회원국 지위가 유지되는 한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피할 방법은 없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감스럽게도 법적으로 영국이 선거에 참여해야만 하는 날짜 전까지 그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탈퇴를 끝내고, 조약을 맺고, 탈퇴를 매듭 지어서 (영국에서) 선거가 실시되지 않기를 정말 바랬다.”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이 BBC에 말했다.

그는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된 이후 EU 탈퇴가 ”최대한 짧게” 지연되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적으로는 선출된 영국 유럽의회의원(MEP)들이 실제로 (7월 초에) 임기를 시작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TOLGA AKMEN via Getty Images

 

영국에게 배정된 유럽의회 의석은 73석이다. 집권여당인 보수당의 상당수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은 브렉시트 지연에 항의하는 뜻에서 선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제1야당 노동당은 70명의 후보를 확정했지만 당 차원의 선거 공약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당내 이견 때문이다. BBC는 “2차 국민투표 실시 문제가 단층선”이라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같은 당내 분열이 도드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두 거대 정당이 삐걱대는 사이 일찌감치 선거운동에 돌입한 ‘브렉시트당’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독립당(UKIP) 대표를 지냈던 우파 포퓰리스트 나이젤 패라지가 이끄는 이 정당은 합의안 없는 즉각적인 EU 탈퇴, 즉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유일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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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유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