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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뿜뿜의 계절에 고양이 털을 막 밀면 안 되는 이유

미용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anurakpong via Getty Images

고양이의 털갈이 시즌이다. 반려인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날리는 반려묘의 털에 ‘고양이 미용’을 떠올린다. 하지만 단순히 ‘미용’을 털 미는 행위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양이의 특성 탓에 마취하고 미용이 이뤄지기도 한다. 마취는 수술과 동일하게 수의사에 의해서만 행해질 수 있다. 마취 역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 마취 부작용이 걱정되는 반려인은 무마취미용을 택하기도 한다. 무마취미용은 그럼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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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이 부른 비극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지난 4월6일 인근 반려동물 전문 미용실에 자신의 반려묘인 ‘개냥이(7)’와 개둑이(8)의 미용을 맡겼다. 출산을 앞둔 김씨로선, 앞으로 태어날 아기와 털갈이를 하는 두 고양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이었다.

김아무개씨의 반려묘 ‘개냥이’의 미용하기 전 모습.<a href='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companion_animal/892648.html#csidxfa8b76b3fd3acc0b7f69485ef861da5'></div></a>
김아무개씨의 반려묘 ‘개냥이’의 미용하기 전 모습. ⓒ김아무개씨 제공. 한겨레

두 고양이의 미용은 마취 없이 이뤄졌으며 두시간 정도가 걸렸다. 김씨는 미용하는 과정을 지켜보지 않았다. 미용사는 “두시간 뒤에 다시 오시면 된다”고 했다. 미용실에 마땅히 반려인이 대기할 장소도 없었다.

미용한 뒤 두 고양이들의 피부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고를 발라주자 다행히 개둑이의 상태는 호전되었지만 개냥이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개냥이는 식사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개냥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미용 후 2일째 되는 날이었다. 개냥이는 황달 진단을 받고 간 수치가 정상 범위의 두배를 넘었다. 이후 4일 동안 입원 치료로 상태가 나아진 개냥이는 통원치료를 하기로 하고 퇴원했다.

김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미용 뒤 며칠 동안 아프다 회복됐다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처럼, 자신의 반려묘도 회복되기를 바랐다.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용 14일째인 20일, 개냥이는 전염병인 ‘범백’ 판정을 받았다. 판정을 받은 지 3일 만에 결국 개냥이는 고양이 별로 여행을 떠났다.

개냥이를 치료한 동물병원은 “개냥이의 폐사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이어서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며 “예방접종을 3차까지 맞았지만 추가접종이 이뤄지지 않아 (범백에 대한) 항체가 거의 없었고 체력과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진행속도가 더 빨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단순히 털을 미는 건데 별일이 생기겠어’라고 생각했다. 내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개냥이를 아프게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 소중한 가족을 미용 한번에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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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미용, 단순한 ‘털 깎기’가 아니다

김씨처럼 아이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거나 반려인이 알레르기나 비염이 있는 경우 ‘공존’을 위해 미용을 택한다. 털이 긴 품종의 반려묘를 키우는 반려인들도 미용을 자주 한다. 더운 날씨에 고양이가 힘들어하거나 털이 심하게 뭉쳐 피부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털갈이 철에 더욱 심해지는 털 손질(그루밍)을 막기 위해서 라고도 말한다. 그루밍을 통해 먹은 털을 뱉어내는 과정에서 반려묘의 몸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헤어볼 토하는 고양이, 정상일까)

ⓒAnton Ostapenko via Getty Images

고양이는 하루 활동 시간의 10% 이상을 털 손질(그루밍)에 할애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고양이의 털 손질은 단순히 청결을 유지하거나 피부 표면을 관리하는 ‘물리적’ 기능을 넘어 스트레스나 긴장감을 해소하는 ‘정서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용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부 고양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반려인들이 반려묘 미용을 너무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반려인이나 반려묘에게 미용이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방법인지 고민하고, 미용 후 반려묘가 받게 될 스트레스나 건강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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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빠짐엔 미용보다 잦은 빗질로

김명철 수의사는 “고양이가 받게 될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고려하면 미용을 추천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미용을 해야 한다면 클리퍼(이발기) 적응 훈련을 충분히 한 뒤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의사는 “되도록 평소 지내는 영역인 집에서 보호자가 직접, 여러 번에 걸쳐 나눠서 미용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털 빠짐 때문이라면 미용이 아닌 주기적인 빗질 관리가 더 도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이 무마취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미용하는 걸 병원에 가는 것보다 쉽게 생각하는 반려인들이 있다. ‘몇 달에 한 번은 미용을 해야 한다’는 식의 홍보성 문구에 속지 않았으면 한다”며 “미용 과정이나 미용실 청결도를 확인할 수 있는, ‘오픈형 미용실’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씨 역시 고양이의 미용을 권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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