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5월 03일 13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5월 03일 13시 45분 KST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가 브라질 국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화보)

“굶주림 때문에 내 나라를 떠나야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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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인들은 브라질의 국경도시 파카라이마에서 식량과 필수품을 구해 걸어서 다시 베네수엘라로 돌아간다.

브라질 파카라이마 -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후안 과이도 국회 의장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끌어내리자며 5월 1일에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정치, 경제,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져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3백만 명 이상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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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를 떠나 콜롬비아로 가는 사람들.

  

“굶주림 때문에 내 나라를 떠나야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알베르토 알바레스(60)가 허프포스트 브라질에 말했다. 셰프인 그에게 음식은 생존 수단이기만 한 게 아니라 일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그는 몇 해 전 베네수엘라로 이주했다. 그때는 베네수엘라 국경에서 240km 떨어진, 브라질 북서부의 호라이마주의 도시 보아 비스타에서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직업과 식량을 찾아 거리를 떠돌게 되리라고 상상하지 못 했다.

알바레스는 캐나다 몬트리올과 프랑스 리용에서 요리 학교를 다녔다. 베네수엘라로 가기 전에는 아내와 6살, 8살 된 두 아이와 함께 카라카스에서 살며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하지만 이제는 급하게 짐을 챙겨 살던 곳을 떠나는 신세가 되었다.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브라질에서 새 출발을 하기로 했다. 식량이 없으면 요리를 잘 한다거나, 영어를 할 줄 안다거나,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거나, 과거에 잘 나갔던 좋은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들은 다 쓸모가 없게 된다.”

알바레스 가족은 친구들과 살고 있다. 가끔은 페인트칠 같은 잡일을 구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는 남들, 특히 여행자들의 너그러움에 의존하여 1달러 남짓한 끼니를 해결한다.

 

브라질로, 콜롬비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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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이후 알바레스 가족처럼 베네수엘라에서 브라질로 넘어온 사람들의 수는 30,700명이라고 브라질 정부가 밝혔다. 콜롬비아 이민국은 이 기간 동안 87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넘어왔다고 추정한다.

베네수엘라인들이 나라를 떠나는 이유는 폭력이 수반되는 불안 사태, 그리고 식량과 의약품 부족 때문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베네수엘라인들은 굶주림으로 평균 체중이 11kg 가까이 줄었다. 국제인권감시기구에 의하면 유아 사망률은 199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으며, 홍역, 결핵, 디프테리아, 말라리아 등 통제되어 오던 질병들이 다시 퍼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가족으로서는 브라질로 오는 것이 쉬운 편이다. 콜롬비아, 페루와는 달리 브라질에 갈 때는 여권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여권 발급을 중지한 것이나 다름없는 지금은 여권을 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브라질에서는 포르투갈어를 쓰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쓰는 베네수엘라인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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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을 기점으로 베네수엘라측 국경은 공식적으로 폐쇄됐다. 하지만 브라질 군과 유엔난민기구가 베네수엘라 국경 인근의 파카라이마에 설치한 수용소에 도착한 이들의 난민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 수용소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는 적을 때는 하루 350명, 많을 때는 1천 명 이상에 이르기까지 한다.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

 

마옐린 곤잘레스(23)는 남편 로니 비얄바(25), 10개월 된 아들 론메르와 함께 파카라이마로 왔다. 30시간 넘게 이동했다. 일단 버스를 탔다. 그리고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사람들이 쓰는 불법 루트 ‘라스 트로차스’를 걸었다. 이 길은 무장 단체들이 통제하는 곳이다.

남편 비얄바가 먼저 이주를 시도했다. 그는 보아 비스타에 와서 한 달 정도 노숙한 뒤 직업을 구했다. 그리고 파카라이마에서 500km 떨어진 베네수엘라의 마투린으로 돌아와 가족을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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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옐린 곤잘레스가 아들 론메르를 안고 있다.

곤잘레스는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며, 브라질 남부로 더 내려가고 싶다고 했다.

“파라나, 산타 카타리나, (베네수엘라에서) 먼 곳.”

보아 비스타나 마나우스 등 브라질 북부 도시에서 고생을 겪은 베네수엘라인들은 브라질 남부가 더 번영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오는 동안 납치를 당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최대한 빨리 이주길에 올랐다. 한계점까지 버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어머니가 브라질인인 우버 기사 리카르도 호세(31)는 브라질 남동부로 내려갔다. 그는 2년 전 베네수엘라를 떠나 브라질 상 파울루로 갔다. 호세의 부모와 삼촌들은 베네수엘라에 남기로 했다. 브라질로 떠나기 위해서는 가진 모든 것을 헐값에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 오기 전에 우리 가족은 한 번 이상 납치당했다.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떠났다. 한계점까지 버티고 싶지 않았다. 내 나라에서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과이도는 4월 30일, 현재 카라카스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마두로 정권 ‘마지막 시기의 시작’이라고 발언했다. 과이도는 현재 브라질과 미국 등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군부는 지금도 자신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호세는 과이도의 운동에 희망을 품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투표로 뽑은 의장이다. 그가 대통령이다. 의원들은 대통령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는 마두로 행정부를 끌어내릴 우리의 희망이다.”

“유일한 희망은 군대가 야당과 손을 잡고,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마두로를 압박하는데 있어 군부의 지원은 아주 중요하다. 마두로는 충돌이 코앞에 왔음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민간인 단체를 무장시켜 정부 편을 들게 했다.”

 

군대가 받는 국경 ‘통행료’

 

베네수엘라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은 브라질에서 식품과 개인 위생용품 등의 일상 필수품을 조달한다.

안전을 위해 페몬 조라이데라는 가명을 댄 한 여성은 브라질 국경에서 80km 떨어진 베네수엘라 쿠마라카파이에 산다. 조라이데는 매주 브라질 파카라이마로 가서 식량을 사온다.

“모든 걸 다 사온다. (베네수엘라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주 심각하다.” 조라이데가 허프포스트 브라질에 말했다. 베네수엘라군의 총을 맞고 누군가가 죽는 모습을 그녀의 9살 난 아들이 목격하는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베네수엘라를 떠나지 않았다. 아들은 홍역을 앓고 있다. 일단 아들의 몸이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4월, 허프포스트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인들이 브라질로 오는 ‘언더그라운드’ 루트에 직접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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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의 국경도시인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 (우 하단)

이들은 베네수엘라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에서 출발에 국경을 건너 파카라이마로 오는데 ‘택시’를 이용한다. 낡고 고장나기 직전인 차다. 편도 비용은 12달러 50센트다. 돌아올 때는 짐이 많은 경우가 흔한데, 그러면 거의 40달러 가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비포장 도로나 숲을 걸어서 가는 사람들도 있다. 브라질 군대는 이 길들의 끝에서 물, 식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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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검문을 받는 차들.

허프포스트 브라질은 버터와 휴지 등 생필품들이 가득찬 박스와 가방을 가지고 가는 베네수엘라 커플과 함께, 브라질 파카라이마에서 베네수엘라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다.

보통은 3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지만, 브라질로 들어오는 주요 비공식 루트 ‘라스 트로차스’로 가니 거의 1시간이 걸렸다.

택시는 공식 국경 통과 지점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을 지난다. 임시 국경 통과 지점에서 브라질 군대는 차량 탑승자들의 서류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막힌 것은 베네수엘라에서 빠져나오는 쪽만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니 원주민 페몬족과 타우레팡족 보호구역인 코무니다드 인디헤나 산 안토니오 델 모리찰의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여기에는 원주민들이 얼굴을 가리고 직접 운영하는 검문소가 있다.

차가 서고, 기사가 원주민 몇 명과 악수를 한 다음 다시 출발한다. 잠시 후 검문소가 또 나오고 또 악수를 한다.

베네수엘라 영토로 들어가서 몇 km 더 가자 군대 검문소가 나온다. 이번에는 기사는 악수 대신 군인에게 운전면허증과 50레알(약 14,700원)을 건넨다. 네 번째이자 마지막 검문소도 군대가 지키고 있다. 50레알 지폐 한 장을 더 건네자 통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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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대신 연료를 보유한 민간 집에서 주유한다.

같은 차를 타고 브라질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두 여성, 두 어린이, 기사와 함께였다. 가다가 어느 집에 들러 기름을 채웠다. 플라스틱 코카 콜라 병을 탱크에 꽂고 큰 항아리에 든 기름을 부었다.

브라질에 들어가며 군대 검문소를 지나는 것은 베네수엘라 입국 때보다 어려웠다. 두 번째 검문소에서는 돈을 냈는데도 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기사는 세 군인에게 사정사정한 끝에 통과할 수 있었는데, 기사가 베네수엘라 군인들에게 무슨 약속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국경 양쪽의 변화

ADRIANA DUARTE / HUFFPOST BRASIL
파카라이마의 상인들은 국경 폐쇄를 걱정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위기 때문에 브라질 접경 지역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밀가루가 1만 자루 있었어도 다 팔았을 것이다.”

파카라이마의 주요 식품 유통업체 중 하나인 코메르시아우 브라질의 매니저 호네 네투의 말이다. 그는 늘어나는 판매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4개월 전 이곳으로 옮겨왔다.

“2호점을 열고 있다. 두 가게가 딱 붙어 있는 모습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수요가 엄청나서 충분히 영업할 수 있다. 재고가 아무리 많아도 다 팔린다.”

가장 수요가 큰 상품은 밀가루다. 네투는 브라질인과 베네수엘라인은 다르다며, “우리가 쌀과 콩을 주로 먹듯이 베네수엘라인들은 밀가루와 버터를 많이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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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카라이마 거리에서는 개인간 외환 거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게 주인들은 판매가 늘어나 기뻐할지 모르겠지만, 불평하는 주민들도 있다.

“오는 사람들이 매일매일 늘어난다. 마을이 완전히 달라졌다.”

버스 터미널 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마누에우 소아헤스의 말이다.

그는 베네수엘라인들이 오기 전에는 이 도시가 ‘엄청나게 평온했다’고 말한다. 파카라이마는 등산이나 폭포 관광을 원하는 관광객들의 허브였으며, 들렀다가 열대 우림으로 가는 곳이었다.

12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한 지형학자 후이 하게 바르부사(62)도 비슷한 우려를 표한다.

“나빠졌다. 카오스다. 대로에서 환전하는 사람들 중에 브라질인은 거의 없고 다 베네수엘라인들이다. 그들에겐 우리의 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법을 따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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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은 이제 유령도시가 되었다.

국경 너머 베네수엘라의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은 이제 유령도시가 되었다.

그걸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은 면세 쇼핑 센터다. 국경이 폐쇄되고 상품이 부족해서, 저렴한 전자제품과 화장품을 사러 오던 브라질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쇼핑 센터는 문을 닫았고, 주위 지역은 버려졌다.

큰 호텔 두 곳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웅장한 호텔이었던 아나콘다는 문을 닫았다. 중심부의 가리발디의 문에는 철책이 처져있고 레스토랑은 영구 폐쇄되었다. 식품점 선반은 텅텅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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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에서 일어난 시위에서 불탄 차량이 거리에 남아있다.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 초등학교의 벽에는 마두로의 전임자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선거운동이었던 차비스모 간판이 아직도 걸려 있다. 남미 독립투쟁의 기수 시몬 볼리바르는 교육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교육은 행복의 진정한 기반이다. 국가는 교육을 발전시켜 위대함으로 나아간다.”

 

*허프포스트 브라질판의 르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포르투갈어 기사는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1편. 시작: 베네수엘라에서 브라질로 온 사람들

2편. 횡단: 내가 베네수엘라 국경을 넘은 날

3편.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 위기의 초상: 유령마을이 된 국경 관광도시

4편. 또다른 도시, 파카라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