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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 '휘게'가 있다면 핀란드엔 '씨쑤'가 있다

행복 인터뷰

  • 홍지현
  • 입력 2019.05.02 16:32
  • 수정 2019.05.07 09:51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책들. 가운데 있는 책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요안나가 쓴 'Sisu'다.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책들. 가운데 있는 책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요안나가 쓴 'Sisu'다. 

시작하기 전 잠깐 작가 요안나 뉘룬드(Joanna Nylund)의 이름 발음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하고자 한다. 그녀는 스웨덴어를 모국어로 하는 핀란드인이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을 발음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혼란이 있다. 스웨덴어식으로 말하면 ‘유안나 뉘룬드‘에 가깝고 핀란드어식으로 말하면 ‘요안나 뉘룬드‘에 가깝다고 M에게 들었다. 그리고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조아나 나일운드’ 정도 된다. 나는 스웨덴어는 모르고 핀란드어 발음만 알고 있어서 그녀에게 묻지도 않고 ‘요안나‘라고 불렀는데, 무례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녀가 나온 영문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영어식으로 그녀 이름이 불려져도 방치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이름 발음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사실 나도 외국인 친구들이 내 이름을 대충 비슷하게 말하면 그러려니 하니까 요안나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 글에서는 그녀를 요안나라고 칭하겠다. 참고로 한국 번역본에서는 ‘조애나 뉠룬트’로 표기되었다.

요안나 뉘룬드는 누구인가? 요안나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작가다. 그리고 그녀가 쓴 첫 번째 책이 ‘Sisu: The Finnish Art of Courage’이다. 다른 북유럽 나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책들의 성공에 힘입어 그녀의 책은 출간 전부터 판권이 여러 나라에 팔렸다고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8년 8월에 번역본 ‘용기의 기술’이 발간되었다. 사랑과 커피, 그리고 자연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그녀의 세계를 조금 더 엿보고 싶다면 그녀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첨언하자면 이 글에서 말하는 북유럽은 영어로 Northern Europe이 아닌 Nordic Countries를 일컬으며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를 포괄하는 용어이다.

씨쑤 (Sisu):

다른 북유럽 단어들과는 다른 핀란드 단어 이야기

씨쑤란 무엇인가? 하나의 단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어휘로 핀란드를 대표하는 단어이다. 용기, 회복력, 투지, 고집, 인내 등의 의미를 포함하는 단어로 핀란드의 운명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핀란드인들의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데 근간이 되는 정신이다. ‘Sisu: The Finnish Art of Courage’ 참조

요안나 뉘룬드 : 씨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핀란드 사람들의 정신을 상징하는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몇 권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에 관한 책이 없었고, 북유럽 관련 단어들(Hygge 휘게 :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 Lykke 리케: 행복, Lagom 라곰 : 적당한, 충분한, 딱 알맞은)이 세계적 관심을 일으키고 있는데 반해 핀란드를 대표하는 단어인 씨쑤가 빠져있어서, 이제 씨쑤가 소개될 차례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씨쑤를 출판한 출판사에서 책 쓰기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씨쑤가 직접적으로 행복을 의미하진 않지만, 내가 쓴 책에서 씨쑤에 대해 배우다 보면 핀란드인들의 행복에 대한 관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모든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하진 않고, 모든 스웨덴 사람들이 라곰의 삶을 누리지 못하며, 모든 핀란드 사람들이 씨쑤를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에 언급한 단어들은 여전히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이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이기에, 핀란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지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씨쑤에 도달하게 된다.

씨쑤는 깊은 의미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조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강함과 단호함을 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줘서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게 해 준다. 책에서 나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선택한 삶을 사는 것이 내게는 행복이다. 그것이 핀란드의 이상적인 씨쑤의 바탕이다. 핀란드는 과거 다른 나라들에게 정복당하고 침략당해서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워야 했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선택하기를 원하는 염원을 이룰 수 있도록 씨쑤가 도왔다. 그 결과가 행복이었다.

세계행복보고서 결과에 대해 핀란드 사람들은 농담이냐는 반응과 우리는 행복하지 않고 우울하며 자살 충동을 느낀다와 같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는 사람들이 이 조사가 말하는 행복을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조사는 기분이 좋다거나 축제를 의미하거나 항상 노래하고 춤추고 미소 짓는 즐거움을 의미하는 행복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위한 공간을 창조했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기 위해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삶의 기회들을 잡을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것들이 그 조사에서 말하는 행복일 것이다. 우리는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었고 그 사회가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돈이나 특권과 상관없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행복을 추구하도록 이끌었다. 이것이 핀란드의 기풍이다. 나는 핀란드 사람들의 행복보고서에 대한 빈정대는 태도가 싫다. 핀란드 사람들은 좋은 결과가 나와도 비판적인 태도로 여전히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에 집중한다. 잠깐이라도 다른 이들이 평가한 우리가 성취한 가치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 기쁨을 누리고 그들과 우리의 장점을 나누도록 애쓰는 것이 더 발전적이지 않을까 한다.

역사적으로 씨쑤는 항상 부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었다. 약 500년간 스웨덴 지배하에 있었을 때 스웨덴 지도층이 다스리기 힘든 핀란드 사람들을 일컬을 때 사용했던 단어이다. 고집이 세고 저항하고 반항하는 사람들이 씨쑤를 가지고 있다고 상당히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특히, 빠하씨쑤이넨(pahasisuinen)은 고집이 엄청나고 아무것도 협상하려 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씨쑤의 부정적인 면을 일컫는 말이다. 1920년 즈음, 훌륭한 육상 선수, 빠아아보 누르미(Paavo Nurmi)가 등장했는데, 중장거리를 다 잘 뛰는 세계적인 선수였다. 그가 유명해졌을 때 핀란드의 씨쑤도 같이 유명해졌다. 끈기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씨쑤가 세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겨울전쟁에서 소련이 핀란드를 침략했을 때 핀란드군은 3:1의 숫적 열세에 굴하지 않고 저항했다. 그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이미지로 핀란드의 용맹성을 대표하는 의미로 씨쑤가 사용되었다. 이 전쟁을 계기로 부정적인 의미는 사라지고 긍정적인 의미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씨쑤가 과해서 어려운 사람을 일컬을 때는 빠하씨쑤이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요안나 뉘룬드가 내가 내민 책에 사인해주고 있다.
요안나 뉘룬드가 내가 내민 책에 사인해주고 있다.

겨울전쟁의 유산:

성평등과 두려움

요안나 뉘룬드 : 겨울전쟁으로 모든 남자들이 전장에 나갔을 때 여자들은 그들을 대신해 필요한 일들을 했다. 필요한 물품들을 생산하는 공장일이나 다른 해야 할 일들을 했고, 롣따운동(Lotta Movement)에 참여하여 전선에서 간호사의 역할이나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이 경험이 여성의 성평등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어머니에게 듣기로 전쟁 전에는 예전부터 늘 그래 왔듯이 주로 남자들이 일을 하고 여자들은 집에서 아이들을 돌봤다고 한다. 전쟁으로 여자들이 일을 하기 시작했고, 전쟁 후 남자들이 전장에서 돌아왔을 때 남녀 모두가 일할 수 있을 만큼 일자리가 충분하지는 않았다.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이미 일에 대한 재미를 경험한 뒤였다. 직업적, 경제적 독립을 경험했다. 그게 출발점이었다. 여자들은 더 평등해지기를 원했고 전일제로 일하기를 바랐다. 영국과 다른 많은 나라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자들은 갑자기 일해야 했고 그 뒤 계속해서 일하고 싶어 하게 되었다. 전쟁이 역설적이게도 여성평등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전과 달리 여자들이 자신들이 집 밖에서,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핀란드와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급속한 발전을 한 두나라 중 유독 한국이 세대 간 갈등이 더 크고 더 많은 사회문제를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매우 흥미롭다. 추측 건데 한국이 세대 차이가 큰 이유는 전통이 더 많이 변해서 그런 것 같다. 핀란드도 전통이 존재했었지만 확실히 자리잡지 않아서 변화를 받아들일 공간이 더 많았다. 변화에 대해 핀란드 사람들은 저항을 많이 하지 않았다. 반면에 오래된 전통 있는 사회가 있다면 특정 가치가 수백 년이나 수천 년 동안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고, 그 가치에 반하는 도전에 강한 반감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핀란드에게서 전쟁은 70여 년 전의 과거 이야기고, 전쟁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 잔재가 존재한다. 수백 년 동안 평화를 유지했던 스웨덴과는 달리 전쟁을 기억하는 핀란드는 여전히 작고 약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핀란드는 주변의 강대국들과 대등해지기 위해 매우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해왔다. 문제는 핀란드가 이루어낸 결과들을 인정하거나 즐기지 못하는 듯하다. 핀란드의 아무것도 자랑하지 않는 태도가 여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핀란드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룬 것들을 혹시 빼앗길까 봐 아무것도 자랑하지 않는 것 같다.

나의 노트:

그녀가 전쟁이 일반적으로 여성평등 향상에 기여한 것 같다고 언급했을 때, 한국전쟁은 한국사회에 특히 여성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녀는 비슷하지 않을까라 추측했지만 나는 차마 긍정할 수 없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때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여 봐야겠다. 또한 한국의 오랜 전통 때문에 핀란드보다 세대 간 갈등이 더 많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그녀의 짐작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조선시대 후기와 일제시대를 지나면서 뒤틀려진 문화와 전통이 사회와 사회 구성원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고, 사회가 회복을 거치지 못하고 더욱 복잡하게 변하였기 때문에 단순하게 해석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또한 기회가 된다면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북유럽의 정체성

요안나 뉘룬드 : 나는 북유럽으로 같이 하자는 생각을 매우 좋아한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사람들을 만나면 형제나 사촌같이 느껴진다. 나는 모국어가 스웨덴어이기 때문에 다른 북유럽 사람들과 언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들과 대화가 가능하다.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유독 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핀란드도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과 차이가 없다. 사회정의, 모두를 위한 평등, 아이들을 가치 있게 여기는 점, 사회주의적인 정치 성향,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의료와 교육혜택의 보장 등은 국경을 가로질러 모든 북유럽 국가들이 같이 추구하는 바이다. 그래서 북유럽 사람들은 서로를 아주 잘 이해한다.

북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다 작은 나라라는 것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북쪽 구석에 자리 잡아 아무도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덕에 조용함과 평화를 누렸다. 나라를 잘 발전시킬 수 있었고, 사회를 어떻게 건설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다. 작은 나라라는 점이 장점이다. 사회가 작기 때문에 사회 변화를 실행하기가 상당히 쉽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려면 550만 명의 사람들만 가능하게 해 주면 된다. (핀란드가 인터넷을 국민 모두가 사용할 수 있게 한 전 세계 첫 번째 나라이다.) 인구가 5000만이나 2억 5000만이면 얼마나 어려울까? 모두에게 무언가를 해준다는 게, 북유럽 국가들은 인구가 작아서 가능하다. 북유럽 사람들은 여기 살고 있는 모두가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성취할 수 있다. 작기 때문에 어떠한 개혁이든 실행하는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게 걸린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북유럽 사람들은 똑같이 생각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1700년 후반과 1800년 초반부터 북유럽 나라들은 협력했다. 유럽연합 이전에 우리는 북유럽연합이 존재했다. 북유럽 국가의 여권을 가진 사람은 북유럽 국가들을 여행할 때 여권이 필요 없었다. 심지어 여권에 찍어주던 도장도 같았다. 우리는 비슷하니까 서로 협력하자고 생각했다. 당신과 내가 만난 이벤트(*북콘서트 : 인터뷰 하단에 설명)도 북유럽 문화원(Nordisk kulturkontakt, Nordic Culture Point)이 주최한 것이다. 이 관련 기관이 북유럽의 이익을 도모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핀란드의 행복에 대해 책을 쓴다면 북유럽의 연결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유럽 사람들은 서로 삶의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같이 발전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균형:

술, 노동조합

요안나 뉘룬드 : 깔싸리깬니란 집에서 속옷 (특히 트렁크) 차림으로 혼자 술 한잔하며 쉬는 행위로 밖에 나가서 누구와 어울리기 싫은 마음을 (사회성 결여적인 태도) 내포하고 있다.

술에 대해서는 미스까(Miska, Kalsarikänni의 저자)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너무 많은 술 소비는 행복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모든 북유럽 국가들과 같이, 핀란드도 역사적으로 술과 까다로운 관계를 유지했다. 추운 기후 탓에, 과거, 바이킹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혹독한 겨울에 집이 제대로 따뜻한 적이 없었기에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술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행히 술을 많이 마시던 바이킹 시대의 습관이 20년 전부터 서서히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와 비슷하게 술과 보다 적절할 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과거 청년들보다 술 소비가 훨씬 줄었다고 하니 매우 고무적이다.

술의 남용은 핀란드의 침묵하는 문화와 연관이 크다고 생각한다. 알코올 중독은 자신의 문제를 누군가와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말을 꺼내지 못해서, 고민을 지우는 방법으로 술을 선택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이다. 대화를 하지 않는 핀란드의 문화 탓이 크다. 그러나 사람들이 대화를 더 하려고 애쓰고, 심리학자에게 가거나, 친구들과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술의 남용에 대한 요구가 줄기 시작했다.

핀란드는 휴식의 한 방법으로 깔싸리깬니 (Kalsarikänni)가 있다. 책의 저자인 미스까가 우리가 만난 이벤트에서 조심스럽게 지적한 것처럼 과하게 마시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가벼운 술 한잔이, 와인 한잔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일부 핀란드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뛰어넘으려고 과음을 한다. 사람을 새로 사귀는데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술에 취해 상대방에게 실수를 했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당황하는 악순환을 겪는다. 과음이 큰 문제였기에 사회가 그것을 막으려 애써왔고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트램에서 늙은 알코올 중독자들을 보는 것은 매우 슬프다. 행복과 거리가 먼 이야기를 했는데 행복을 이야기하려면 그 반대도 이야기해야 하니까 알코올 중독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인 것 같다.

행복은 평형상태이다. 사회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핀란드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파업, 사회적 불안, 불만을 싫어하고 사회가 잘 운행되기를 원한다. 정부는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정부가 일을 계획대로 실천하기를 바라며,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기를 원하며, 트램과 메트로가 제대로 운행되기를 원한다. 만약 이런 기본적인 사회 요소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화를 낸다. 기본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세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유가 확실한 짧은 파업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지지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모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면 사람들의 동정심을 얻지 못한다. 파업을 좋아하진 않지만, 민주주의의 주요 요소로 데모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파업을 지지한다.

언론은 일반적으로 파업하는 주체에 동정을 보인다. 얼마 전 어린이집 교사들이 파업을 했었는데 언론은 그들을 이해하려 애쓰며 파업의 이유를 파악하고자 했다. 중립을 지키며 그들에게 동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행복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가 중요하다. 내 의견을 사회에 반영할 수 있는 선거는 의무일 뿐 아니라 특권이기도 하다. 개개인이 발언권을 가지는 것이다. 핀란드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은 힘의 균형이다. 민주주의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한다. 대통령, 정부, 국회, 노동조합 서로가 지켜봄으로 누군가가 힘을 과하게 가지지 못하도록 노력한다. 때때로 규모가 큰 노동조합이 과하게 요구해서 정부가 들어주지 않을 때 파업을 하겠다고 해서 가끔 사회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신의 몫을 원하기 때문이다.

공간이야기:

핀란드 사람들이 추구하는 공간 그리고 공유에 대한 생각

요안나 뉘룬드 : 핀란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자신들의 공간이다. 온전한 개인만을 위한 공간을 모두가 누리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고 난동을 부리는 것을 피하며, 분쟁에 대하여 조용한 대화를 통해서 협상이나 동의를 이끌어내려 애쓴다. 혼자임을 즐기는 태도는 반사회적 성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응석받이이다. 많은 핀란드 사람들이 숲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나의 취향은 아니다. 그러나 순수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일종의 호사라고 여긴다. 특히,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조용하고 평화로운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상기시켜주는 숲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충분한 공간이 미국처럼 큰 집을 소유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공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오염되지 않은 순수하고 광대한 자연을 즐기고 싶어 한다. 숲은 숲으로, 다도해는 다도해로, 바다는 바다로, 섬은 섬으로 파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어야 한다. 헬싱키 사람들은 작은 집에 산다. 시골의 집들은 상대적으로 크고 정원도 있지만 대단히 크지는 않다. 큰 집은 필요하지 않다. 핀란드 사람들은 넓은 자연 그대로의 공간을 공유하기를 원한다. 시누이가 미국인과 결혼해서 텍사스에 사는데, 그곳에서는 타인이 개인의 땅을 허락 없이 지나가면 그 사람을 총으로 싸도 된다고 들었다. 북유럽적인 태도와는 완전 반대로 매우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의 땅에서 허락 없이 캠핑을 하거나 불을 피우면 안 되지만 그곳을 돌아가지 않고 지나갈 수는 있다. 누군가에게 속한 숲도 산책할 수 있다. 외국과 달리, 규칙상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 당신과 내가 여기 앉아서 소풍을 즐길 수 있듯이, 모든 사람의 권리로 자연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고 그 생각이 핀란드를 잘 이끌어 가고 있다.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다. 매일 쓰는 제품들이 너무 비싸지 않고 아름다워야 한다. 이러한 디자인적 접근이 평등과 행복에 한몫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들이 핀란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공공장소가 인테리어와 가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름다운 디자인 체어들을 우리는 도서관에서 경험할 수 있다. 공공장소가 고급스러운 의자를 보유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도 그것을 경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공공장소의 디자인 제품들을 세금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그 장소를 방문하고 그것들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닦여진 자전거 도로나 도처에 존재하는 산책로도 비슷한 접근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즐길 수 있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원한다면 어디든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하고 그 길이 매우 안전하다. 영국에서 살기 전에는 이러한 배려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영국은 자전거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전무했다. 영국에서의 자전거 출퇴근은 자살시도와 비슷한 것처럼 위험해 보였다. 자전거와 산책을 위한 넓은 길은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평등과 편익을 추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종종 목적지에 가장 빨리 도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게다가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돼서 시간을 이중으로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이 핀란드 사회가 바라는 결과일 것이다. 핀란드 사회가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이처럼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도서관 방문자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라비안란따 도서관의 볼 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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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요안나 뉘룬드 :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책이 나온 뒤 이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사랑과 커피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지금이 답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앞의 대답이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다. 사랑과 커피가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든다. 나의 부모님은 부자가 아니었다. 두 분은 현재 중산층에 속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두 분이 성장하던 시절에는 노동자 계층이었다. 내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대학에 못 갔을지도 모른다. 항상 내 삶에 가능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강한 희망을 느낀다. 만약 지금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으면 다른 일을 시도하면 된다. 핀란드가 아이들에게 그러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다. 모든 문이 잠겨있지 않고 항상 기회가 있다는 점이 내가 핀란드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해 준다.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더라도 여전히 희망적일 수 있다. 돈이나 특권, 좋은 가문이 없어도 하는 일이 안되면 다른 일을 하면 된다.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고 그 사회들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핀란드의 사고방식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된다.

인터뷰를 마치며...

2018년 4월 헬싱키에 위치한 북유럽 문화원 (Nordisk kulturkontakt, Nordic Culture Point)에서 덴마크에 휘게(Hygge)가, 스웨덴에 라곰(Lagom)이 있다면, 핀란드는 씨쑤(Sisu)와 깔싸리깬니(Kalsarikänni)가 있다며, 각각의 단어의 제목으로 책을 쓴 저자들을 모아 북콘서트를 열었다.

그곳에 씨쑤의 저자로 온 그녀를 처음 만났다. 행사 뒤에 핀란드의 행복에 대한 책을 쓸지도 모르는데, 만약 쓰게 되면 인터뷰를 해도 되겠냐는 나의 요청에 그녀는 아주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했다. 그리고 6월 초에 그녀를 만났다. 단지 인터뷰만 하기엔 그녀가 보여준 따스함이 아쉬워 나는 나만의 전략을 세워 소풍을 겸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쑤오멘린나(Suomenlinna) 섬에서 내가 준비한 김밥을 먹으면서 행복 이야기를 포함한 수다와 함께 우린 친구가 되었다. 쑤오멘린나는 한국으로 치면 강화도와 비슷한 해상 요새로,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며, 헬싱키에서 손에 꼽히는 유명 관광지이다.

그날 나는 등을 지고 앉아 있어서 보지 못했지만, 요안나의 의하면 우리의 소풍 하는 모습을 한 관광객이 꽤 가까이 와서 망원렌즈로 당겨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우리의 모습이 그에게는 꽤 이상적이었나 보다.

* 북유럽연구소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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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핀란드 #북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