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뮬러 특검이 법무부에 보낸 서한이 공개됐다. 수사 축소·왜곡 발표 논란이 커지게 됐다.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감싸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 허완
  • 입력 2019.05.02 14:21
  • 수정 2019.05.02 14:54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연방 검찰총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으로 꼽히는 그는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를 축소·왜곡 발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연방 검찰총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으로 꼽히는 그는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를 축소·왜곡 발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법무부가 의회에 발송하고 3월24일 오후 늦게 대중에 공개된 (특검 수사 결과 보고서) 요약문은 특검 수사 및 결론의 맥락과 본질, 실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를 4쪽으로 요약한 서한을 공개한 지 사흘 만인 3월27일, 로버트 뮬러 특검은 법무부에 이런 서한을 보냈다. 즉, 2년 가까이 진행된 특검 수사의 결과를 법무부가 사실상 축소·왜곡해 발표했다는 얘기다.

뮬러 특검의 이 서한은 1일(현지시각) 바 장관의 상원 법사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언론에 공개됐다. 특검 수사 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법무부와 특검의 의견이 엇갈렸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 법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감싸주기 위해 특검 수사 결과를 축소해서 발표했다는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상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한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이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2019년 5월1일.
상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한 윌리엄 바 미국 법무부 장관이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2019년 5월1일. ⓒASSOCIATED PRESS

 

당시 바 장관이 공개했던 4쪽짜리 특검 수사 결과 요약문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특검은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이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활동에 가담하거나 이를 모의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②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 혐의를 조사했으나 기소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무부 장관(본인)과 부장관은 특검 수사 결과를 검토한 끝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바 장관의 이 요약문은 결과적으로 ‘트럼프와 그 측근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증거를 특검이 찾지 못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완전하고 전적인 무죄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이 요약문을 공개한 그날 밤 트윗에 이렇게 적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하고 전적인 무죄”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뮬러 특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3월27일 법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이렇게 적었다.

법무부가 의회에 발송하고 3월24일 오후 늦게 대중에 공개된 (특검 수사 결과 보고서) 요약문은 특검 수사 및 결론의 맥락과 본질, 실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우리는 3월25일 오전에 이같은 우려에 대해 법무부와 대화를 나눴다. 우리 수사 결과의 결정적인 관점에 대해 현재 대중의 혼란이 존재한다. 이는 법무부가 특검을 임명한 가장 중요한 목적, 즉 수사 결과에 대한 대중의 전적인 신뢰를 보장하겠다는 목적을 약화시킬 위험을 초래한다.

실제로 바 장관의 요약문 발표 몇 주 뒤에 공개된 특검 수사 결과 보고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에 관한 방대한 증거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뮬러 특검이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는 법무부 지침 등을 고려해 끝내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았을 뿐, 그의 ‘무죄’를 입증해준 건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ASSOCIATED PRESS

 

뿐만 아니라 뮬러 특검은 이 서한에서 특검팀이 손수 편집해 ‘바로 공개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제공한 자료를 ”지금 시점”에 공개할 것을 바 장관에게 요청했다. 특검이 직접 작성한 일종의 수사 결과 요약문이었다.

뮬러 특검은 이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법무부 버전의 요약문 공개 이후 수사 결과에 대해 ”제기된 오해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바 장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다음은 뮬러 특검의 서한 중 일부다.

무엇이 공개에 적절한지 파악하기 위해 법무부가 (특검) 수사 결과 보고서 전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 우리 특검팀에서도 이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돕고 있다 - 이것 때문에 첨부된 자료들의 공개를 지연할 필요는 없다. 이를 현 시점에 공개하는 것은 제기된 오해들을 완화하고 수사의 본질 및 결과에 대한 의회와 대중의 의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서한 발송 이틀 뒤, 뮬러 특검팀 관계자는 바 장관의 요약문 발표에 대한 특검의 의견을 담은 두 번째 서한을 법무부에 보냈다. 1일 상원 법사위에 출석한 바 장관은 두 번째 서한을 받은 후 자신이 오랜 친구 사이인 뮬러 특검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밥, 이 서한 뭐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 장관은 당시 전화통화에서 뮬러 특검이 재차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이 이에 응하지 않았던 건 수사 보고서를 ”파편적”으로 공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뮬러 특검에게 ‘내가 발표한 요약문에서 수사 결과를 부정확하게 묘사한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특검 보고서를 잘못 전했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뮬러 특검이 분명히 밝혔다”는 게 바 장관의 설명이다.

또 바 장관은 자신이 어차피 특검 수사 보고서 전문을 공개할 계획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요약문을 둘러싼 논란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한 것처럼, 뮬러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448쪽짜리 보고서 전문이 아니라 이에 앞서 바 장관이 공개한 4쪽짜리 요약문에 좌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인상’은 이미 결정지어졌다는 얘기다.  

뮬러 특검이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적은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뮬러 특검을 의회에 불러 그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겠다는 계획이지만 출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바 장관은 이날 청문회가 끝난 이후 다음날로 예정되어 있던 하원 법사위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로버트 뮬러 #윌리엄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