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19년 04월 30일 17시 46분 KST

극한의 대치 상황 동안 국회에서 나왔던 인상적인 말 8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 - 나경원

숨 가쁘게 돌아간 요 며칠이었습니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는 보이지 않았던 극한의 대치상황이 국회에서 펼쳐졌습니다.

물리적 투쟁만 오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많은 말도 오갔죠. 특히 수세에 몰렸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강도 높은 단어를 선택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지난 며칠간 패스트트랙 정국을 둘러싸고 등장했던 인상적인 말 몇 가지를 꼽아보았습니다.

 

1. ”아스팔트에서 촛불 쿠데타로” - 홍문종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2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습니다. 김어준 진행자는 홍문종 의원에게 ‘왜 이렇게 반대하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홍문종 의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 야당에서는 아스팔트에서 촛불 쿠데타로 정권을 뺏어서 여당이 너무나 오만해지고 너무나 자기 위주로...”

이 말이 나온 이후 김어준 진행자는 ‘촛불집회도 아스팔트 촛불 쿠데타라고 보시냐’고 물었습니다. 홍문종 의원은 다른 대답을 합니다. 김어준 씨는 계속 묻고 홍문종 의원은 계속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또 한번 김어준 진행자가 묻자 홍문종 의원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지금 저하고 그 얘기 하시자고 하신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2. ”저를 하얗게 불태우겠습니다” - 황교안

30일 새벽, 자유한국당은 열심히 반대했지만 결국 선거법과 공수처 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됩니다.

이날 새벽 황 대표는 ”저의 부르짖음을 들어주십시오”라는 말(a.k.a 전도사님) 제목으로 심경을 남깁니다.

한 대목을 살피자면 이렇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행정부를 불태우고 사법부를 불태우고 입법부를 불태웠습니다. 경제를 불태우고 민생을 불태우고 희망마저 불태웠습니다. 폭력을 위한 촛불이었습니다. 야합을 위한 촛불이었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이제는 5천만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좌파독재에 맞서 저를 하얗게 불태우겠습니다.”

 

 

유명 권투만화, 내일의 죠의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황교안 대표는 ‘종교적인 색체가 강한 비유’를 즐겨 쓰는데요. 이를테면 패스트트랙이 통과된 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날치기한 직후의 선거는 날치기한 정당이 망했었다. 국민들께서 반드시 심판하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3.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 - 나경원

마찬가지로 30일이 새벽에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오늘 의회민주주의 또 하나의 치욕의 날이 기록됐다. 그러나 저는 생각해 본다. 이것이 또한 좌파 궤멸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의 가장 핵심인물로 꼽을 수 있죠. ‘빠루’를 든 사진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물론 본인이 직접 가지고 온 것은 아니지만요.

 

4.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나?” - 이해찬

29일, 패스트트랙 지정 하루 전이었습니다. 이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이해찬 당대표는 자신이 어차피 이번 국회를 끝으로 정치를 그만두려고 했다면서 강도 높은 말을 꺼냅니다.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나?”

이해찬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외친 구호에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행안위 회의장으로 들어가려 하니까 “독재 타도, 헌법 수호” 이렇게 주창하는 사람들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독재 통치자들의 후예가 독재타도를 외치고, 헌법을 유린한 사람들의 후예가 헌법수호를 외치는 국회를 제가 어떻게 그냥 두고 떠나겠나?

우리가 목숨을 걸고 고문을 당하면서 감옥살이를 하면서 지켜온 건 이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다. 국가와 국민들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싸워왔다.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나. 용납하지 않겠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자신이 직접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채증했다며 ”내 이름으로 고발 조치할 것”을 밝혔는데요.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도둑놈’ 발언에 반발해 이해찬 대표를 모욕죄로 고발하기로 결정했답니다.

 

5. ”나 밀었어요? 국회의원을 밀어?” - 장제원

30일 새벽, 정개특위가 막 끝난 직후였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장제원 의원은 표결 강행에 반발하여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했습니다. 당시 정개특위 회의장은 질서유지권이 발동되어 출입이 봉쇄되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장제원 의원이 닫힌 문을 억지로 열고 나가려고 하자 심상정 의장은 급히 방호과 직원을 불렀고 방호과 직원은 제지했습니다. 자세한 건 영상을 보시면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장제원 의원은 제지하는 직원을 향해 ”뭐야 이거”라고 소리를 치고 직원에게 ”나 밀었죠? 여기 책임자 나와. 국회의원을 밀어?”라고 호통을 치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직원이 ”죄송합니다”라고 바로 사과하자 ”정식으로 하라”며 다시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보던 더불어민주당은 ”직원한테 그러지 말고 화풀이 할 것 있으면 우리한테 하세요”라며 말리기도 했습니다.

이날 장제원 의원은 심상정 의원이 계속되는 의사진행 발언을 중단시키고 표결을 진행하자 ”이런 식으로 편파적으로 해보라. 국회의장 바뀌면 한 번 보자”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6. ”헌법 수호, 독재 타도” - 자유한국당 일동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헌법 수호, 독재 타도”라는 구호를 자주 꺼내들었습니다. 29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회의실 앞을 점거하며 또 ”헌법수호, 독재타도, 문재인 독재자”구호를 꺼내들었습니다. 이 앞에는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앉아있었는데요. 이분들이 구호를 아주 조금 비틀어서 같이 외쳤습니다. 그리고 구호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독도 수호, 일제 타도, 박정희 독재자”

 

 

사실 자유한국당에서 외치는 ‘헌법 수호 독재 타도’ 구호는 다소 의아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가 이 구호에 대해 ”독재 통치자들의 후예가 독재타도를 외치고, 헌법을 유린한 사람들의 후예가 헌법수호를 외친다”고 분노하는 데도 이유가 있죠.

 

7.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직을 총사퇴하고 20대 국회를 마감하십시오” - 홍준표

요새는 ‘유튜버’ 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홍카콜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 등을 비판하며 ”나경원 원내대표의 공언대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직을 총사퇴하고 20대 국회를 마감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황교안 당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결사항전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홍준표 전 대표는 황교안 대표를 향해 ”공안검사 출신의 정국 분석력과 정국 대처능력을 보여 주어야 할 때”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6일에도 흥미로운 말을 남겼습니다. ”개도 자기 밥그릇을 뺏으면 주인을 문다”는 말인데요. 자유한국당이 빠진 상태에서 선거법이 개편되는 것을 비판하겠다는 취지로 말을 했지만 다소 해석상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비유였습니다. 어쩌면 오해가 아닐 수도 있고요.

 

8. “열여덟명 투표하는데 기표소 두개 만들어야겠네” -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30일 0시가 되자 산회했던 정개특위 회의를 개의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 섞인 발언을 잠시 듣고 난 뒤 심 위원장은 패스트트랙 표결 절차에 들어갔는데요.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기표소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례없는 ‘기표소 점거 농성’에 들어간 건데요. 심 위원장은 계속 나오라고 했지만 김 의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심 위원장은 ”손이 떨리셔서 못하시는가 본데”라는 말을 남기며 30분 까지만 기다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계속 투표가 지연되자 심 위원장은 지나가는 말로 ”열여덟명(정개특위 위원) 투표하는데 기표소 두개 만들어야겠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날 투표가 끝나고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이 완료되자 심 의원은 의사봉을 세번 두드리며 ”방금 전 제가 두드린 의사봉은 개혁의 망치이자,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증오의 정치를 뚫고 죽어가는 정치를 되살리는 희망의 망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정리한 건 여기까지 입니다. 이번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러분에게 가장 인상적인 멘트는 무엇이었나요?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