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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국회 관전 포인트 4가지

자유한국당의 반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백승호
  • 입력 2019.04.30 14:44
  • 수정 2019.04.30 17:07

30일 0시를 전후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공수처법 및 검경수사권조정안을,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제 개편안을 각각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린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소관위원회 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최대 90일의 심사를 거친 뒤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이 기간을 모두 합치면 330일이다.

신속처리안건 지정까지도 험난한 길을 걸어왔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330일의 기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선거법의 경우 내년 총선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고 선거구를 선거 이전에 획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시급하다.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해왔던 자유한국당은 심사과정에서도 여전히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반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래는 패스트트랙 이후 정치권에서 일어날 변수들을 꼽아봤다.

 

1. 합의된 법안은 그대로 통과될 수 있을까?

여야4당은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검찰청법, 선거법 등에 합의하고 이를 법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의원이 법을 발의하면 해당 법은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간다. 이번 법안은 상임위가 아니라 특위(정개특위, 사개특위)에서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법안이 원안 통과되는 경우도 있지만 논의 끝에 수정안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이번 여야4당 합의에 자유한국당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유한국당의 의사가 어느 정도 반영된 수정안이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여야4당도 지난 4월에 발표한 합의문에서 ”이들 법안들의 신속처리안건 지정 후 4당은 즉시 자유한국당과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합의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또다른 변수가 있다. 바로 법제사법위원회다.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상임위에서 회부된 법안의 체계, 자구 심사를 하는 곳으로 여당의 법안 밀어붙이기를 제한하기 위해 보통은 제1야당에서 맡는다.

법사위는 법안을 ‘형식적‘으로 심사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되지만은 않는다. 지난 2013년에는 환경노동위원회가 회부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개정안‘중 ” 화학물질 유출사고로 중대한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법사위가 ‘사업장 매출의 5%‘로 바꾼 바 있다. 과징금 부과비율은 너무 과하다는 이유였다. 법사위가 환노위 법안의 ‘내용’을 수정한 셈이다.

법사위까지 거치면 법안이 확정된다. 본회의에서는 법안을 수정할 수 없다. 상정된 법안을 가결하거나 부결할 수만 있다.

 

2. 자유한국당은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까?

신속처리안건 지정 저지에 실패한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천막 당사까지는 아니지만 천막 농성장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장외집회를 늘리거나 전국을 다 도는 방안 등이 나왔고, 더 강한 투쟁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은 논의를 전면 거부하고 투쟁에 주력할까?

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었다는 것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미다.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으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가능성이 사라진다. ‘자신들을 배제한 룰’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선거제 개편안은 자유한국당이 계속 주장했던 ‘게임의 룰’이다. 선거구 획정이나 당선 방식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지역구 축소도 논의되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손해를 무릅쓰고 투쟁에만 주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과정에서 선거법이 기존 합의안과 다르게 결정될 수도 있다. 지난 3월 여야4당이 합의한 내용에 의하면 의원 정수는 변동이 없고 다만 지역구를 일부(253→225)축소해서 비례대표를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지역구 축소 절대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양자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지역구 숫자는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숫자만 늘리는 안(지난 12월 여야5당은 의원 정수 10% 확대에 합의했었다)이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구가 사라진 여당 의원들의 반란표’를 우려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반란표의 우려도 사라지게 된다.

 

 

3. 선거법은 총선 전에 통과될 수 있을까?

내년도 총선은 4월 15일에 열린다. 선거구는 국회의원 선거일 1년 전에 획정해야 한다. 그러나 날짜가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다. 지난 5번의 총선 중 가장 빨리 선거구가 획정된 날이 선거 65일 전(16대)이었고 가장 늦게 획정된 날이 37일(17대)이었다. 지난 20대 총선은 42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됐다.

″선거구 획정이란 ‘지역구‘를 정하는 작업’이다. 선거구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각 정당/후보자별로 유불리가 달라진다.”

통상 선거구 획정이 4~50일 정도 걸린다고 예상했을 때 늦어도 내년 2월 25일에서 3월 6일 사이에는 선거제도 개편안이 통과돼야 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도 개편안은 허용기간을 꽉 채우면 내년도 3월 24일에 처리된다. 선거까지 불과 22일 남는다. 따라서 21대 총선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330일 이전에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먼저 특위 심사 180일은 자유한국당의 협상 거부로 일정기간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이 협상에 임한다 해도 해당 안건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할 가능성이 높다. 안건조정위원회는 해당 상임위가 이견을 조정하기 힘든 안건에 대하여 위원회 재적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요구로 지정된다. 이 경우 최장 90일동안의 조정기간이 소요된다.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으로 90일을 채우고 이후 협상에 임해 바로 안건조정위원회로 회부하면 특위 심사 180일을 다 채울 수 있다.

다음 관문은 법제사법위원회다. 현 법사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의원이다. 국회법은 위원장이 교섭단체 간사와 ‘협의’해서 의사일정을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여 위원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법사위 심사 기간 90일을 꽉 채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270일이 경과된다. 본회의에 부의된다. 국회는 이 법을 60일 이내에 상정해야 한다. 단 국회의장은 이 60일을 단축할 수 있다.

 

4. 다시 필리버스터를 볼 수 있을까?

지난 2016년 국민들은 다소 생소한 국회의 모습을 보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맞서 장장 192시간 동안 연설했다. 이른바 ‘필리버스터’다.

필리버스터는 다수파의 의회 독주를 막기 위한 ‘합법적 견제장치’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가능하다. 자유한국당 측이 법안 표결을 지연시키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필리버스터를 중지시키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바른미래당 반대파까지 고려했을 때 표결로 무제한 토론을 중지시키긴 힘들다.

 

 

만약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고 국회의장이 신속하게 상정된다면 60일이란 시간이 남는다. (국회의장이 단축할 경우 이 시간은 더 짧아진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은 이 기간을 채워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을까? 물리적인 제한은 둘째 치더라도 무제한 토론이 회기를 넘길 수 없기에 60일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통 임시회는 30일을 한 회기로 한다.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 무제한 토론은 종결된다. 그리고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회기에 표결에 들어간다. 물리적인 숫자 최대치를 고려했을 때 30일이다.

정리하자면 자유한국당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은 특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30일을 합해 300일이다. 이렇게 되면 선거까지 52일이 남는다. 넉넉한 시간은 아니지만 다가오는 총선에 적용이 가능한 시간이긴 하다. 반대로 여야4당이 안건을 바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고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바로 상정한다면 최소 180일 안에 처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라는 선택을 하며 시간을 끌 확률은 낮아 보인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자유한국당이 심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본인들의 주장이 배제된 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대로 법안통과가 된다면 자유한국당은 매우 불리한 선거 국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조만간의 시간에 논의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정도 합의가 되고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굳이 무리해서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시간은 자유한국당의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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